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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 다큐멘터리 사수를 보고
▲ 살기위해 상복을 입은 이들이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 다큐멘터리 사수를 보고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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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사수'는 지난 2016년 발생한 유성기업의 한광호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2011년부터 사측의 직장폐쇄 등 노조파괴에 맞서 싸워왔다. 반복되는 야간노동으로 주변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요구했던 사업장으로서, 정권의 비호를 받는 사측과 싸워왔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지난해 노동자들이 임원을 폭행했다는 사건으로 더 잘 알려졌다. 사람이 죽었지만 잊혀져간 유성기업. 영화는 사회에서 '이방인'이 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살기위해 투쟁에 나선 이들

한광호 열사의 형도 유성기업 노동자다. 열사의 형은 눈물로 범벅진 눈을 깜빡이며 '동생이나 조합원이나 똑같다. 5년째 힘들어하고 회사가기 싫다고 하는데 또 터지는게 무섭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측의 비인간적인 투쟁에 노동자들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싸움을 시작했다. 동지를 열사로 부르게 된 이들이 또다른 열사를 막기 위해, '살기위해' 싸움에 나선 것이다.

유성기업의 일터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측은 콘센트형 몰래카메라는 물론이고 단추형 몰래카메라를 어용노조 조합원들에까지 지급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감시했다. 사측은 합법적인 투쟁에 직장폐쇄와 해고는 물론 용역깡패를 동원했다. 직장폐쇄가 벌어진 날에는 항의하던 사측 용역이 차를 몰고 조합원 13명을 덮쳤다. 용역깡패는 쇠파이프를 들고 소화기를 던지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머리를 깼다.

이러한 사측의 탄압은 노동자들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았다. 2017년에는 조합원 중 53.4%가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했다. 더구나 2016년 내에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노동자는 20명, 자살을 시도한 이는 5명이나 되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현대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후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
▲ 현대차에 책임을 요구한 노동자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현대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후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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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힘내라'는 사치였다

영화는 한광호 열사의 죽음 이후 '살기위해'싸우는 이들을 통해 사측의 탄압 속에 고통받고, 상황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은 '열사 이후 한사람이 더 나오면 줄줄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상복을 입고, 영정사진을 들었지만 노동자들은 경찰에게 연행되고, 영정은 부서졌다. 원청사인 현대차 앞에 노숙농성을 하며 바삐 출근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노동자들은 철저히 사회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비가 와도 비를 피할 비닐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처음 유성기업의 싸움은 회사와 시작했지만 어느순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현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말한다. "죽을 힘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개소리야. 어려운 사람한테는 힘든 사람한테는 돌봐주고 위로해주고 목표를 잡아주고 쉬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힘내' 이게 아니라 '힘들지 같이하자', '같이 밥을 먹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23일 영화를 관람한 이들이 유성기업 해고자, 영화 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 유성기업 영화 사수, 감독과의 대화 23일 영화를 관람한 이들이 유성기업 해고자, 영화 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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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판결했지만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유성기업에서 일어나는 노조파괴는 노골적이었다. 회사가 개입해 어용노조를 만들고, 원청 납품사인 현대차의 개입여부도 드러난다. 유성기업에서 발생하는 일을 이야기하자 노동부는 오히려 화를 낸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너무도 뻔한 사측의 민주노조 파괴행위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성질대로 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2017년 유시영이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될 때 겨우 웃는다. 6년이 걸렸다. 그 사이 한 노동자가 죽었고, 2019년 현재 8명의 해고자가 남았다.

어용노조는 회사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노조로 판결나 노조아님을 통보받았지만 여전히 어용노조 집행부가 제3노조를 만들었다. 영화는 이들의 싸움을 승리도, 패배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단지 고물 봉고차가 유성기업 해고자들을 싣고 길을 떠나는 것으로 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태그:#유성기업,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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