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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에 있는 국립 안동대학교 전경
 경북 안동시에 있는 국립 안동대학교 전경
ⓒ 안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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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안동대 체육학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성별, 나이, 출신지역이 반영됐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이 학교 체육학과 교수 심사위원들이 여성 지원자와 나이 많고 호남 출신인 지원자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아 결과적으로 연구 실적이 가장 떨어지는 지원자를 임용예정자로 뽑았다는 것이다.

안동대(총장 권태환)는 지난해 10월 25일 2019년 상반기 교수 채용을 공고한 뒤 심사 절차를 거쳐 지난 12월 말 임용예정자들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스포츠사회학 전공자를 모집한 체육학과에는 모두 4명이 지원해 이 가운데 1명을 뽑았다.

당시 내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이 학교 체육학과 A 교수는 지난 14일 이 학교 출신 탈락자인 제보자 B를 만났다. A 교수는 당시 점수가 2위권이었던 여성 지원자 C와 목포 출신 지원자 D를 거론하며 "사실 C는 여자라서 깎았고 D는 나이 많아서 깎았다"면서 "탈락한 사람(D) 나이도 많고 고등학교 목포 나오고 그래서 꼴찌(E, 임용예정자)를 조금 올렸다"고 말했다.

지원자 4명 가운데 연구실적 점수가 가장 낮았던 E가 선발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원자들의 성별과 나이, 출신 지역 등을 차별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A 교수: "우리가 3명(교내 심사위원 3인을 지칭... 편집자 주) 다 거기를 많이 안 깎았겠나, C(여성 지원자)를."

B 지원자 : "꼴찌(E; 임용예정자)가 어부지리로 되어버린 상황이어서."

A교수 : "사실 C는 여자라서 깎았고 D(목포 출신 지원자), 둘이가 점수 2등이었거든 D는 나이 많아서 깎았고 거기 둘이는 전부다 많이 깎은 것 같아."
 
A 교수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해당 발언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가 녹취록 내용을 듣자 "우리 학교 출신 탈락자가 찾아와 위로하려고 둘러댄 말이지 실제 두 지원자 점수에 그렇게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A 교수는 자신도 여성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점수를 깎았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수 조작을 의심케 하는 A 교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 교수: "아, 끝에, 그 처음에만 그랬어. 처음에만 나이가 많으니까 4등(E)을 조금 올려주면 일단은 뭐 공개 강의할 때 4등만 약간 올려주는 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다 정상적으로 했지. 또 그 뒤에는 이제 결국 그게 딱 정해져 있으니까. 그래서 그 4등이 아니고 한 명(목포 출신 D)이 떨어져."

A교수: "처음에는 4등(E)을 조금 올려주고 공개강의 할 때 올려주고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했지. 탈락한 사람(D) 나이도 많고 고등학교 목포 나오고 그래서 꼴찌(E)를 조금 올렸지."

제보자들은 A 교수 발언을 근거로 체육학과 내부 심사위원들이 채용 심사 과정에서 E를 뽑으려고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들은 안동대와 교육부 신문고에 이 문제를 고발한 데 이어, 지난 23일 A 교수를 포함한 체육학과 교수 3명을 국가공무원법상 권한남용, 성실·품위 유지 및 청렴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A 교수 "기억나지 않는다" → "둘러댄 말일 뿐"

하지만 안동대 교무처 관계자는 이날 "체육학과 교수 채용 심사에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라면서 "전공 관련 교수가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학교가 심사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동대 체육학과장이면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F 교수도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심사 과정에 심사위원 간 담합은 없었다"면서 "1차 양적 심사만 서로 논의했을 뿐 이후에는 교내 위원 3명, 외부 위원 2명이 각각 개별적으로 심사를 진행한 뒤 최고, 최저 점수를 빼고 임용예정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내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의 성별, 나이, 출신지역 등을 고려해 점수를 깎았다는 A 교수 발언에 대해서도, F 교수와 또다른 심사위원인 G 교수는 "그건 A 교수 개인적 생각일지 몰라도 우리와는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실적 꼴찌였던 지원자가 임용예정자로 뽑힌 데 대해서도 F 교수는 "연구 실적을 따지는 양적 점수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질적 심사, 논문, 면접, 공개 강의 등을 거치기 때문에 연구 실적이 심사에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과 교수 "일부 교수들의 권한 남용... 직접 고발"

하지만 같은 학과 H 교수는 "1차 양적 평가 단계에서 연구 실적의 전공부적합성만 제대로 따졌어도 E가 2차 심사까지 가서 1등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모두 공개되면 심사 과정에 잘못이 있었는지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고발자인 H 교수는 "지난 15일 학과 회의에서 심사 과정의 오류와 심사위원 간 합의 사실을 일부 인정했던 교수들이 하루 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라면서 "일부 교수들의 권한 남용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직접 이 문제를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태그:#안동대, #교수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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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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