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해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해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세금폭탄' 논란으로 떠들썩했던 표준단독주택 가격이 공개됐다. 지난 2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에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함께 참석했는데, 언론의 '세금폭탄 보도'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가, 교육부는 국가장학금이 공시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럼 이들이 참석해야 할 만큼 공시가격이 올랐을까? 시세 14억 원의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올해 보유세는 35만 원, 건강보험료는 5000원 올랐다. 뭔가 이상하다. 마치 당장 공시가격을 정상화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것만 같았던 정부 설명과 달리 그 결과는 초라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현장 브리핑에서 "생각보다 낮은데?" "뭐지?"라는 갸우뚱한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공시가격 37% 상승은 극소수... 전국 단독주택 절반은 4%, 서울 절반은 9% 상승

정부는 '표준단독주택 가격이 전국은 9%, 서울은 17%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십억 원을 넘는 초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상승률이 예년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가격 발표 이후에도 이를 근거로 세금폭탄론을 여전히 설파하고 있기도 하다. 
 
 시세 기준 가격구간대별 공시가격 변동률
 시세 기준 가격구간대별 공시가격 변동률
ⓒ 국토교통부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유례없이 공개한 시세별 공시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서울 기준 25억 원 이상 주택은 공시가격이 37.5% 상승했다. 그러나 15억~25억 원 사이의 주택은 23.6%, 9억~15억 원 사이의 주택은 11,1%, 6억~9억 원 사이의 주택은 9.4% 등 가격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15억 원 이하 중저가(정부 표현이다) 주택의 평균 변동률은 5.9%에 불과하다. 

정부가 조세저항을 의식한 나머지 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현실화했을 뿐, 일반적인 주택에 대해서는 여전히 '엉터리' 공시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단독주택이 중간값은 7억4400만 원으로, 서울 단독주택의 절반은 상승률이 채 10%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전국 단독주택 중간값은 2억2000만 원, 전국 단독주택의 절반 이상은 채 4%가 상승하지 않았다. 정부는 조세정의와 조세형평성을 강조했으나 실상은 소수의 고가 단독주택만 현실화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절대 다수의 단독주택은 지난해 수도권 집값 상승이 반영돼 공시가격이 상승한 것이지, 정부의 공시가격 정상화로 인한 상승률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정상화는커녕 여전히 불평등 조세로 세금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15억짜리 단독주택보다 6억짜리 아파트 세금이 더 많아?

그간 아파트 소유자들은 단독주택과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 왔다. 정확하게는 공동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제대로 된 세금을 내왔지만, 다른 부동산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특혜를 받아왔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간 불공평 사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간 불공평 사례
ⓒ 국토교통부

관련사진보기

 
정부 자료를 보면, 울산 남구에 5억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연 90만 원의 재산세를 내왔지만, 마포구 연남동에 15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80만 원의 재산세를 내왔다. 5억8000만 원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4억2000만 원인 것에 반해 15억 원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3억80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역문제가 아니다. 서울에 6억 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도 비슷한 비율의 공시가격으로 15억 원의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보다 많은 세금을 내왔다. 서울에 6억 원의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3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불평등 과세는 부동산 소유 편중 심화를 불러온다

이러한 불평등한 공시가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부동산 부자와 재벌대기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주택자 최상위 1%인 14만 명이 94만 호, 1인당 6.7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3.2채에서 2배로 뛰었다. 법인의 편중은 더욱 심하다. 토지를 보유한 법인 중 상위 1%(1752개사)는 140%가 증가해, 판교신도시 700배, 여의도 2100배 규모로 대폭 늘어났다. 
 
 개인, 법인 토지 소유 변화
 개인, 법인 토지 소유 변화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보유한 만큼 세금을 내지 않고, 부동산 종류에 따라 불공평한 과세 기준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유의미한 점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정상화된 게 아니라 부동산 종류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개됐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단독주택은 51.8%, 공동주택은 68.1%, 토지는 62.6%로 부동산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그러나 토지의 경우, 임야 등이 포함된 수치로 경실련이 재벌대기업들이 보유한 서울의 주요 빌딩들의 시세반영률을 조사한 결과 39%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민이 재벌회장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불평등 과세 

2005년 주택 공시가격제도 도입 이후 부동산 종류별 불평등 과세는 계속돼왔다. 당시 아파트값 폭등을 잡기 위해 정부는 땅값과 건물값으로 재산세를 산정하던 것에서 주택의 경우 땅과 집을 함께 평가하는 주택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도 여전히 시세보다 훨씬 낮은 공시지가로는 상승하는 집값을 따라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공동주택은 시세 파악이 쉽다는 이유로 시세의 80%로 책정했지만, 단독주택은 시세의 절반도 미치지 않는 가격을 책정해 왔다. 15억 원짜리 단독주택이 6억 원 아파트보다 세금을 적게 내오는 현실은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역대 정부들은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이 아닌, 아파트의 시세반영률을 70% 내외로 끌어내렸다. 보유한 만큼 세금을 내는 조세정의가 완전히 허물어진 것이다. 

2011년 경실련이 이태원동 일대를 현장 조사해 최초로 책정한 이건희 삼성회장 주택의 시세는 32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공시가격은 97억 원에 불과했다. 초고가 단독주택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그나마 50%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공동주택을 보유한 서민이, 단독주택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나 재벌회장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온 것이 작금이 현실이다. 세금 액수는 다르다고 해도 실제 가격과 세금 비중인 실효세율은 오히려 평범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서민이 더 높은 것이다.  

정부는 정말 공시가격 정상화 의지가 있는 것일까
 
단독주택 공시가격, 고가 많이 뛴다 이달 25일 최종 발표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서울의 고가주택과 집값 급등지역에서는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최대 2∼3배에 달해 소유자들의 보유세, 증여·상속세 등 각종 세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수도권 저가주택과 지방 주택은 인상폭이 낮아 지역별, 가격대별 인상 편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단독주택 모습. 2019.1.6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단독주택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나마 정부는 이를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극소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상승률을 높였다. 그마저도 지난 13년간의 특혜에 비하면 높은 상승률이라 평가할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53%로, 지난해 51.8%에 비해 1.2%P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가 없는 상승률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3년간의 세금특혜를 환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위예 예시로 든 연남동 15억 원 주택은 280%를 올렸어야 했다(시세 70%). 그렇게 올린다고 해도 세부담 상한선 때문에 세금은 280% 증가하지도 않는다. 

세금은 공정해야 한다. 단독주택을 보유했든, 아파트를 보유했든, 토지 또는 빌딩을 보유했든, 동일한 잣대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기준이 높을 이유도 없고, 가격이 낮다고 해서 기준이 낮아서도 안된다. 3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과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 20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과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의 과세 기준은 같아야 한다. 1000억 원의 빌딩을 보유한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세율은 그 이후의 문제다. 

불공평 과세는 누군가의 특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로 인한 특혜는 서민이 아니라 부동산 부자와 재벌대기업이 누려왔다. 불공평 과세가 계속되는 한 조세정의 실현과 심각한 부동산 소유 편중 해결은 요원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정상화 의지는 매우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표준단독주택과 같은 결과는 진정성 있는 의지가 발현됐다고 평가하기엔 매우 미흡하다. 설령 의지가 있다면, 다수의 서민들에게 불공평한 과세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부의 조세저항을 정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는 게 아니라 그간 내지 않았던 세금을 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승섭씨는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