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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는 상위 1% 파워 블로그였다
▲ 블로그 랭킹 내 블로그는 상위 1% 파워 블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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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와 이제는 두 번 다시 조직생활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기 1년 전부터 나는 조금씩 독립 생활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내 투병일기를 쓰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매체 파워가 커진 블로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홍보해 일감을 하나둘씩 받기 시작하면서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준비했다.

투병생활을 위해 직장에 4개월간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던 시절, 하루종일 운동하고 쉬고 블로그에 글만 썼다. 여유로웠다. 하지만 지금껏 매일 같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밖에 모르고 살아온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여유를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뭐라도 간단히 해볼 게 없을까?' 생각했다. 그 와중에 우연히 포털 사이트를 훑어보다가 어떤 한 사람을 내 첫 고객으로 만들었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나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제작·편집하는 법을 독학으로 익혔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나에게 음악은 어디까지나 취미밖에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 취미는 직장생활 당시에도 회사에 무슨 행사가 있거나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나의 특별한 무기가 되어주었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독립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결혼식 축가 공연을 위해 반주 음악을 편집하고 싶다는 사람, 예식장에서 상영할 동영상을 제작하려는 사람, 회사 장기자랑에 나가는 사람, 대학 입시 오디션을 앞둔 사람,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따금 한두 건씩 일을 따내고,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내 덕에 무사히 결혼식을 잘 마쳤다, 행사를 잘 끝냈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너무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능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진짜 얼마 안 되는 돈, 회사에서 받는 월급에 비하면 진짜 하찮고 보잘것없는 액수였지만, 그래도 어떤 조직에 속하지 않고 오롯이 나의 이름을 걸고 나의 능력만으로 번 돈이라는 생각에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시간이 갈수록 내 작업 후기는 내 블로그를 타고 더 많은 고객들을 불러들였다. 이 모든 것은 내가 투병일기를 착실히 쓰면서 일일 방문자가 1천 명이 훌쩍 넘는 파워블로거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어도 고객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재미를 더욱 느껴갈 때쯤 문제가 생겼다. 초록 창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1페이지에 딱 나오던 내 블로그 포스팅들이 어느 날 갑자기 3페이지로 넘어가야만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검색하고 클릭 두 번만 더 하면 내 글을 볼 수 있는 건데, 그 클릭 두 번은 내 블로그 방문자를 하루아침에 20% 수준으로 줄어들게 만든 아주 안 좋은 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지난 1년간 나는 조금씩, 아주 느리게 내 일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직장도 그만 두었다. 그 후 새로운 봄은 다가왔고 성수기가 시작됐다. 이번 봄 성수기엔 또 몇 명의 고객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해 4월, 내 블로그는 '폭망'했고 그렇게 그 시즌은 몇 명의 고객도 만나지 못한 채 보내버렸다.

나의 주 고객층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였다. 축가 반주나 식전 동영상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그렇다 보니 '단골'의 개념이 거의 없다. 대부분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는 고객들이다. 가끔 나의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나 지인들이 결혼할 때 나를 소개해주곤 했지만, 그 비율은 내 블로그를 통해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들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며칠을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지금의 블로그를 포기하고 새로 블로그를 만들기로 했다. 나와 같은 상황을 먼저 겪은 다른 블로거들의 조언을 듣고 내린 결론이다. 한 번 '폭망'한 블로그는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려내려면 그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포털 사이트의 검색 '로직'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대략적인 경험에 의해서 사람들이 추측을 할 뿐이다.

나 같이 아주 소소하게 포털 사이트 검색에 의지해 살아가는 실낱같은 자영업자는 이렇게 거대 공룡 포털의 검색 로직 변화나 정책 변화에 따라 하루아침에 생사가 엇갈린다. 그것을 이때 처음 경험했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몰랐던, 절대로 느끼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
 
점점 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등급은 올라갔다
▲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페 등급 점점 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등급은 올라갔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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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드는 블로그는 2개로 나누어 관리했다. 하나는 지금처럼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올리는 개인 블로그로, 또 하나는 이제 진짜 내 일에 대한 후기만을 올리는 업무용 블로그로 나누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찾아오는 고객들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도 하나 개설했다.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이후에 아이도 태어날 것이고, 그러면 돌잔치라든지 집안 행사들이 자주 생길 텐데, 그럴 때 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는 고객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할 방법을 찾다가 카페를 선택했다. 온라인 카페는 회원 가입을 해야 하고 매니저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메일이나 쪽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사후 관리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사람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카페에 '가입'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했다. 그래서 카페 개설하고 초기 단계에서는 카페에 '등급제도'를 없애고 카페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모든 게시판을 열어보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문의가 들어오면 서비스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카페에 가입해서 신청을 해야한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하면 일부 고객들은 귀찮아서 다른 곳을 찾는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나는 카페를 조금씩 성장시키기로 했다.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카페를 가입할 때는 주로 '회원 수'를 보고 가입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개설한 카페는 회원 수 1명부터 시작했다. 분명 사람들은 가입하지 않을 조건의 카페였다. 그래서 나는 우선 '콘텐츠라도 많이 채워놓고 가입 시키자'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있던 작업 후기들과 고객들에게 받은 감사 메시지들을 카페에 올려 콘텐츠를 확보했다.

그렇게 콘텐츠를 채워 넣은 뒤 카페 가입을 유도하자, 고객들은 한둘씩 카페에 가입해서 서비스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두 명씩 늘어난 고객들은 이내 수백 명을 넘어 수천 명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고객들은 나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안 몇 달이 지났다. 그리고 겨우 나는 '폭망' 해버린 블로그의 여파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해 가을, 나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었다. 웨딩 성수기인 그 시즌에 처음으로 나의 한 달 수입이 직장 월급을 뛰어넘었다.

태그:#마케팅, #블로그, #네이버, #카페,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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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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