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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1~2년 사이 춘천 국공립 13개 중 4군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개별 원장의 자질과 품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의 말이다.

지난 1월 23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센터장은 최근 2년 사이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4군데에서 연이어 급식 비리·보조금 횡령·교사 수당 미지급·교사 줄사직 등의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짚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과정이 불투명했고 춘천시의 관리 감독은 부실했다"는 것이다.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은 지난 1월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과정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은 지난 1월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과정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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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이 결정되면 지역에서는 저 사람은 '시 라인', 저 사람은 '공무원 라인' 같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아요.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거죠. 국공립 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아는 공무원, 정치인 인맥을 활용해 기웃거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위탁이 결정되면 지자체 관리·감독도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어린이집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돼 온 이유죠."

이 같은 "불편한 진실" 속에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기대를 '배신'하는 일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이것이 지역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중 97%가 위탁 운영되고 있다, 춘천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위탁 운영의 근본적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일단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위탁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나아가 국가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직영하고 보육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센터장은 '공익 제보자 보호'를 강조했다.

"춘천 문제가 밝혀진 것도 용기를 내 내부 고발한 교사들의 힘입니다. 최근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전직 원장이 보조금 부정 수급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나왔어요. 그동안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왜 노조에 가입했느냐', '돈 밝히는 교사냐' 같은 소릴 들어야 했지만 결국 교사들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 거죠. 보육 현장에서 원장의 운영을 최종적으로 목격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건 보육교사들뿐입니다. 조례 등 제도적인 장치로 공익 제보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또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가 처음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인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원(아동·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 서비스 전반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구) 추진은 지지부진하다"라며 "국가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회계의 투명성 확보, 급식 비리·원장 갑질 근절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불투명한 국공립 원장 위탁 과정... 보육 '카르텔' 생길 수밖에"

- 최근 2년 동안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4군데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가 갑자기 연이어 발생했다기보다, 기존에 쌓여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과정이 불투명했고 춘천시의 관리 감독은 부실했다. 부실하게 위탁받은 원장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낮고, 보육의 공공성과 질, 보육교사들의 인권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 허위 교사 등록과 보조금 횡령, 급간식 비리 등이 잇따라 발생한 이유다. 보육의 중심이 아이들에게 맞춰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 이번에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된 계기가 있나.
"용기를 내 내부 고발한 교사들의 힘이다. 최근 춘천 소재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전직 원장이 보조금 부정 수급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나왔다. (관련기사 : "가는 곳마다 말썽" 그는 어떻게 국공립 원장 됐나)

원장의 항소도 기각됐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왜 노조에 가입했느냐', '왜 민원을 넣었냐', '돈 밝히는 교사냐' 같은 소릴 들어야 했지만, 이번 판결로 결국 교사들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 춘천의 다른 교사들도 이 과정을 지켜보며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 현재 춘천의 13개 국공립 어린이집은 모두 위탁 운영되고 있다. 모든 시설에 비슷한 문제가 잠재돼 있는 건가.
"4개 어린이집의 문제로 기자회견도 있었고 보도도 나왔다고 해서 13군데 모두가 문제라고 일반화시키고 싶진 않다. 다만, 1~2년 사이 춘천 국공립 13개 중 4군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개별 원장의 자질과 품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지 않겠나."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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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문제란 뭔가.
"국공립 원장에 대한 위탁 심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위탁이 결정되면 지역에선 저 사람은 '시 라인', 저 사람은 '공무원 라인' 같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위탁 공고가 뜨기도 전에 벌써 '이번엔 누구다'란 말이 나오기도 한다. 불편한 진실이다.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 카르텔 속에서 국공립 원장이 되기 위해선 기존의 원장에게 잘 보이거나, 지역에 아는 공무원, 정치인 인맥을 활용해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위탁이 결정되면 지자체 관리·감독도 잘 될 리가 없다. 어린이집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돼온 이유다."

- 국공립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4개 국공립 어린이집 사태 동안 춘천시의 대응은 어땠나.
"춘천시는 그동안 거의 손 놓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마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공무원 입장에선 원장 편을 드는 게 편하다. 이미 정치세력화 돼 있는 원장 그룹이 지역사회와 보육계에 미치는 힘이 크기 때문에 그들만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 광역 기초 의회 곳곳에 어린이집 인사가 포진돼 있지 않나.

춘천시가 관리·감독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청의 담당 공무원들이 자신의 권한 내에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관리·감독을 해 왔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문제가 된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 내역이나 관리·감독 이후 조치사항조차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관할 시설 수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당당하다면 공개 못 할 게 뭔가."

"공무원, 이미 정치세력화 돼 있는 원장 편드는 게 편해"

- 문제가 된 곳이 모두 국공립이었다. 한 학부모는 "국공립이라 믿었는데 오히려 시와 짜고 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국공립이 민간보다 더 문제인 건가.
"민간 어린이집은 괜찮고 국공립만 문제인 게 아니라, 국공립이라 문제 제기가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사안이 심각하면 문제를 터뜨리는 순간 폐원 조치까지 갈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론 맞는 일이지만, 당장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교사들도 한순간에 직장을 잃는다. 국공립은 다르지 않나. 민간처럼 보육 공간 자체가 없어지지 않고도 위탁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민간 어린이집의 폐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아이가 볼모가 되는 상황이 생겨선 안 된다."

-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을 개선할 대안이 있을까.
"일단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의 위탁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의 불투명한 시스템으로는 인맥이나 지연, 학연으로 뭉친 카르텔이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카르텔을 깨고 조금이라도 변화하기 위해선 누가 봐도 좋은 원장, 보육에 대한 공적인 책임감을 입증할 만한 원장만이 국공립 원장이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부터 줘야 한다. 법이 정한 위탁 기준을 공정하게 지키고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하면 될 일이다.

둘째로 현재 춘천에서 일어난 국공립 문제들과 얽힌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서 문제를 함께 마무리하고 넘어가는 자리가 필요하다. 문제 제기가 법적 공방이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중요한 건 결국 더 나은 보육이 되느냐다. 단순히 원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교사, 부모, 시청공무원, 시민단체 등이 모여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부모 만족도 조사나 교사 만족도 조사를 도입해 보다 실질적인 어린이집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평가인증 방식은 교사들의 서류 작업만 늘렸을 뿐 보육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평가라 보기 어렵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중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도 있었다. 원장이 제대로 원을 운영하는고 있는지는 부모와 교사들이 가장 잘 안다. 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도 된다.

마지막으로 공익 제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본다. 보육 현장에서 원장의 운영을 최종적으로 목격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건 보육교사들뿐이지만, 교사들 입장에선 내부고발을 해 봤자 '모난 돌'이 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나서길 꺼린다. 원장들끼리 전화 한 통이면 교사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게 지역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례 등 제도적인 장치로 공익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

"'위탁' 국공립은 전국적 문제... 보육은 국가가 직영해야"
 
김호연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이 지난 2018년 12월 20일 오후 춘천시 담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개선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호연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이 지난 2018년 12월 20일 오후 춘천시 담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춘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개선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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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중 97%가 위탁 운영되고 있다. 춘천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전국적인 문제다. 위탁 운영 자체의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춘천 같은 좁은 도시에서도 위탁 과정에서 '누구 라인이다' 별 얘기가 다 나오는데, 광역시나 대도시에선 이해관계가 얼마나 더 복잡하겠나.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평가할만한 점은 영유아보육법 제정 이래 정부가 처음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기 위해 국공립을 확충하겠다고 한 거다. 특정 정부의 성과라기보단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거다. 의미 있는 변화의 첫 시작점이다.

문제는 질이다. 국공립 확충은 상식이 됐지만 보육의 질은 담보되지 않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양적으로 국공립의 개소 수를 늘리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사회서비스원 공약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결국 보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국가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직영하고 보육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위탁 운영이 아니라 국가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회계의 투명성 확보, 급식 비리·원장 갑질 근절 등이 가능하다."

태그:#김호연, #국공립어린이집, #어린이집, #춘천, #국공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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