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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죠."

춘천시의원을 지낸 A씨는 시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과정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이미 누구에게 위탁 줄지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를 만든 것부터가 문제"라고 했다.

 
춘천시의원을 지낸 A씨는 국공립어린이집 수탁 원장을 선정하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가 "짜고치는 고스톱"을 위한 기구라고 주장했다.
 춘천시의원을 지낸 A씨는 국공립어린이집 수탁 원장을 선정하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가 "짜고치는 고스톱"을 위한 기구라고 주장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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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자 선정을 위해서 그때 그때 위원회를 만들면 급조된 사람이 위원이 될 테고, 그 과정에 특정 세력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 만드는 걸 반대했어요. 결국 위원회를 만든 건 춘천시 윗선이 특정인에 위탁을 주기 위해서라고 봐요."

춘천시는 2014년 2월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을 심사하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이하 수탁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수탁자를 선정할 때마다 위원회를 꾸려서 누구에게 국공립 어린이집을 맡길지 결정한다.

이 같은 수탁자위원회를 두고 "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2014년 10월 29일, 변관우 춘천시의원)는 지적이 일자, 당시 춘천시 여성가족과장은 "시립어린이집 수탁 문제를 (수탁자위원회에서) 보육정책위원회로 단일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단일화'는 없었다.

춘천시는 왜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를 운영할까?

정석은 이렇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4조 4항에 따르면,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위탁은 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지자체도 보육정책위원회를 통해 위탁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육정책위원회는 위원의 임기가 2년인 정식기구로, 정기회와 임시회가 각각 열린다. 반면, 수탁자위원회는 위탁 원장을 선정할 때마다 열린다.

심지어 영유아보육법보다 하위법인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4조에도 '보육정책위원회가 시립어린이집의 설치·운영 및 위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고 돼 있다. 영유아보육조례에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에 대한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춘천시가 수탁자위원회를 꾸릴 수 있는 것은 영유아보육법에 적힌 '다만'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4조 5항에 따르면 '제4항에도 불구하고 시·도지사 및 시장 등은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갈음하여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탁기관을 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예외조항을 이유로 수탁자위원회를 5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하겠다던 약속도 깬 채 여전히 수탁자위원회를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춘천시청
 춘천시청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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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유아보육조례에도 없는 기구'라는 지적에 춘천시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답변을 통해 "춘천시 영유아보육 조례 제29조에는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에 관한 조례'의 준용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며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민간위탁심의위원회)에 그 구성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고 답했다.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에 '준용' 규정이 있고, 이에 따라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수탁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제29조의 전문은 이렇다.

"이 조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영유아 관계법령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에 관한 조례를 준용한다."

즉, '영유아보육조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만을 민간위탁 운영 조례에 준용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영유아보육조례 제4조에는 시립어린이집 위탁에 관한 사항을 보육정책위원회가 심의한다고 정해 놓고 있다.

약속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묻자 춘천시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가 시립어린이집 위탁 관련 심의에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춘천시는 "보육정책위원회는 보호자대표·공익을 대표하는 자가 전체 위원의 45% 이상 구성돼야 하며 보육전문가는 20% 이하로 구성돼야 한다, 게다가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 대표 또한 위원으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어린이집 위탁체 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임기 동안 의원 명단이 노출돼 공정한 심의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영유아보육법 제6조에 따르면 보육정책위원회는 '보호자 대표 및 공익을 대표하는 자가 전체 위원의 45% 이상, 보육전문가는 전체 위원의 20% 이하, 관계 공무원은 전체 위원의 15% 이하, 어린이집의 원장은 전체 위원의 10% 이하, 보육교사 대표는 전체 위원의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 규정이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에 있어 '전문성 있게 위탁체 선정을 하기 어렵고, 공정하지 못한 심의를 하게 한다'는 것이 춘천시의 설명이다.

결국 '전문성과 공정성'이 그 이유다.

전문성과 공정성 위해?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마이뉴스>는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위해 한 심의위원을 직접 만났다. 그는 "뭘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심사하는 사람들이 제공된 자료와 정보를 빠삭하게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솔직히 나도 뭘 모르고 가서 질문도 몇 개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특정 원장이 '내정됐다'고까지는 얘기 못 해도 노련한 수험생이 유리한, 경험이 있는 기존 수탁자들이 크게 하자가 없으면 다시 수탁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짚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4조 5항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는 보육정책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보육정책위원에서 '지방의회의원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시의원은 보육정책위원이 될 수 없다. 고로 시의원은 수탁자선정심의위원도 될 수 없다.

그러나 춘천시는 수탁자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시의원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즉, 법을 어긴 것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춘천시 영유아보육 조례 제29조 및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을 왜 어겼냐고 묻자 하위법인 '춘천시 사무의 민간위탁 운영 조례'를 근거로 든 것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열린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에 위원으로 선정된 시의원 3명은 모두 보육 및 복지와는 거리가 먼 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었다.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정성을 강화하려면, 조례개정을 통해 보육정책위원회 산하에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만을 위한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들고 보육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방법도 있었을 터다. 그러나 춘천시는 5년 동안이나 이 같은 '위법'과 "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일"을 지속해오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신

위탁자 선정 과정에 대한 '불신'은 그래서 더 짙어진다. '특정인 밀어주기' 의심은 또 다른 곳에서도 불거졌다. 2016년 보육정책위원회에서 결정된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심사 기준표 변경 때문이다.

2017년 6월 20일 행정사무감사 내무위원회에서 박순자 시의원은 "위탁심사 기준표에서 어린이집 운영계획이 40점이었는데 30점으로 바뀌었다, 대신 춘천시는 원장 전문성과 면접에 점수를 더 올렸다"라며 "이러면 (기존) 원장이 재위탁 되도록, 누군가를 원하면 그분을 위해서 점수를 맞출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라고 꼬집었다.

당시 춘천시 출산보육과장은 "원장들이 운영계획을 전문 용역업체를 통해 만들어 와서 변별력이 떨어진다, 경력이 없는 교사들까지도 선정되도록 지침을 내부적으로 바꾼 것"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원장들을 뽑기 위해 점수를 수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날 회의에서도 박 의원이 심사기준표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자 출산보육과장은 "어느 특정인을 밀어주려고 하는 생각들이 들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다만, 표준안과 (춘천시의) 기준표를 갖고 가채점을 해보니 경력이 짧은 분, 교사들한테 점수가 더 올라갔던 부분들이 발견됐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7년 5월 25일 '시립어린이집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 회의록 일부다
 <오마이뉴스>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7년 5월 25일 "시립어린이집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 회의록 일부다
ⓒ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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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의심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실제 위탁자를 뽑는 수탁자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춘천시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25일 한 수탁자선정심의위원은 "운영계획점수가 표준안에는 40점인데 이 표에는 30점인 이유가 무엇이냐, 새로운 원장을 받아들이기에는... 기존 분들이 유리한 것 같다, 기존 원장이 가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출산보육과장은 "여기서 기준을 변경할 수 없다, 보육정책위원회에서 수정한 내용"이라며 심사를 속개했다.

이날 심사에 따라 본래 원을 위탁 운영하던 임아무개 원장에게 재위탁이 결정됐다. 계약대로라면 2020년 7월 31일까지 이어졌어야 할 위탁은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끝났다. (관련 기사 : 춘천 보육교사가 CCTV 보다가 "명동" 떠올린 이유) 임 원장은 보육교사에 휴게시간을 주지 않고 시간외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당했고, 이후 스스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시의원과 수탁자선정심의위원의 증언을 종합하면 수탁자위원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을 위한 기구"이며 "기존에 원을 운영하던 원장에게 재위탁 주는 일이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수탁자위원회가 '특정인 밀어주기'를 위한 기구라는 의혹에 대해 춘천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의 구성은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고 있으며, 조례에 따른 위원의 제척·기피 및 회피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태그:#춘천, #국공립어린이집,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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