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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진성 시인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15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진성 시인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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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 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랍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은 15일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한 직후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고 시인이 최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고은) 측이 피고 최영미가 제보하고 동아일보가 보도한 1994년 사건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며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은 민사소송이지만, 법원이 미투운동에 나선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법원은 이들의 손을 잇따라 들어주고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심,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2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앞서 구속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영미 진술, 구체적이고 일관"

최영미 시인은 2017년 9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적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싣고, 이후 <동아일보> 등을 통해 고은 시인이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에 고 시인은 최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각각 1000만 원,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최 시인이 고 시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1994년 봄'이었다. 재판부는 "최영미가 제보를 하게 된 동기, 처음에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로 포괄적으로 진술했다가 일기장을 통해 1994년 봄이라고 특정한 경위, 당시 사건의 정황에 관한 묘사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라며 "최영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원고(고은) 측 증인의 증언 등 주변 사정을 검토해보더라도 피고(최영미) 진술을 번복할 정도로 이 사건의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피고 최영미씨가 제보하고 <동아일보>가 보도한 1994년 사건의 허위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해서도 "저명한 원로문인이고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 원고(고은)가 여러 문인들, 특히 여성인 최영미를 포함한 다수가 있는 곳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라며 "공적 인물의 범법, 도덕성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공공의 이익으로 인정한다"라며 최 시인과 <동아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최 시인은 이날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다"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든 싸움이었다"라며 "용기를 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라며 "미투시민행동을 비롯한 여성단체들, 그리고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박진성 시인에겐 "1000만 원 배상하라" 

한편 재판부는 "고 시인이 2008년 강연회 뒤풀이에서 20대 여성을 추행하고 성기를 노출했다"고 제보한 박진성 시인에게는 "고 시인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진성이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법정에 나오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직접 신문하지 못해 피고(박진성)가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지 검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라며 "특히 피고(박진성)가 당시 (동석한) 김아무개 교수의 제자라는 여성을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보 내용이 진실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그로 인해 원고(고은)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으로 보인 점과 박진성이 제보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경위, 표현방법 등을 참작하면 원고(고은)가 요구한 1000만 원 전부를 인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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