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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2년 국제 난민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에 대한 권리 보장과 처우개선을 법률로 규정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에 여전히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 심의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난민을 향한 혐오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위원회는 지난해 5월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 이후 상황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난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종식 시켜야 한다는 것과 공정한 난민심사 절차의 부재, 극도로 낮은 난민 인정률, 불인정사유서가 여전히 한국어로만 고지되는 점, 절차에 대한 안내가 부재한 것, 재정착 난민 선정의 불공정성 등 구체적인 사안을 짚어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한국에 던져진 국제사회의 우려는 한국 사회 난민 인권의 현주소를 짚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멘인 484명은 제주출입국과 외국인청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들의 체류지를 제주로 제한하고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했습니다. 그 후 484명 중 2명을 난민으로 최종 인정, 412명에게는 인도적 체류 허가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56명의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는 불인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오해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사회 혼란을 부추기면서 난민 추방 요구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습니다.  난민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보였지만, 여기에 한국사회 난민인권의 현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2018년 5월 이후 올라온 9개 난민법 개정안
출처 : 의안정보시스템
 2018년 5월 이후 올라온 9개 난민법 개정안 출처 : 의안정보시스템
ⓒ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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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는 '난민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정안은 한국 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의도와 난민 보호의 원칙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 불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난민인권센터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볼 예정입니다.
               
1. 조경태 '난민법 폐지, 난민의 흔적을 지워라' (자유한국당, 대표발의)
「난민법」을 폐지함으로써 난민인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7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 문제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 어떤 난민보다 우리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난민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조 의원은 "제주 무비자 입국 제도와 난민법 시행으로 대한민국은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난민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난민 신청자와 허술한 제도로 각종 범죄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어 국민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난민법을 폐지함과 동시에 의료급여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출입국관리법, 행정절차법에 '난민'이 들어간 조항을 전부 삭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하여 난민협약에 가입한 142개국 중 협약을 탈퇴한 국가는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청와대 역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사증 제도에 관해 부작용도 있지만, 제주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면서까지 협약을 탈퇴할 게 아니라면, 난민법 폐지 제안은 단순한 소동에 불과합니다. 협약에 따라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여전히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런 제안은 무엇을 위한 걸까요?

2. 김진태 "난민신청은 한국 밖에서, 인정자만 입국"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7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SNS에 "난민신청은 대한민국 밖에 있는 한국공사관, 영사관, 재외공관에서만 하고 인정받은 사람만 입국하게 하자"는 사실상의 국내 난민 인정 절차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또한 "난민협약이 난민신청자를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라며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을 모두 강제 퇴거시키고 난민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아야 난민이지, 아직 신청 중인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난민법 개정안에 실었습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난민 인정자, 인도적체류허가자, 재정착희망 난민의 정의 조항을 모두 삭제해, 애초에 '난민'이 '난민 인정자'만을 의미하도록 하고 난민 인정을 중단·배제할만한 사유가 있으면 '난민이 아니니 강제 송환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이 강제송환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난민은 타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난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난민기구가 정한 난민 지위 인정기준에 따르면, 난민협약이 정의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그 즉시 협약상의 난민이 됩니다. 이는 필요적으로 해당인의 난민 지위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당인의 난민 지위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난민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난민인 것이 아니라, 난민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국제사회는 1951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최근의 발생한 다양한 난민 상황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자 보충적 보호제도의 운영, 난민 글로벌 컴팩트(GCR, Global Compact on Refugees)를 채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난민 인권보장을 모색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난민협약이 아니더라도 강제송환은 국제관습법상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을 보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난민 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 또는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가 끝나지 않은 경우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을 보면 난민이 아니더라도 생명과 자유가 위협받는 강제송환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난민을 피하고 싶다'는 근시안적 제안에 불과합니다. 

난민의 인권은 법이 없다고, 제도가 현실을 포용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서 배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호할 제도가 없다고 난민의 존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난민신청은 권리입니다.
 난민신청은 권리입니다.
ⓒ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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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다른 나라에서 비호를 구하거나 비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 세계인권선언 제14조
현재 난민법 개정안은 애초 의도와 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배제,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난민신청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난민법 개악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 bit.ly/난민법개악반대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난민인권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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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는 한국사회 내에서 배제되고 있는 난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2009년도부터 난민권리상담, 사례대응, 사회적 인식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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