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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사칭해 70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한 보이스피싱 범죄 시도 사례. 19일 송금하려던 할머니는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직원들이 도움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아들을 사칭해 70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한 보이스피싱 범죄 시도 사례. 19일 송금하려던 할머니는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직원들이 도움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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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11시 30분께, 경북 구미에 위치한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70대 할머니가 휴대폰과 전표를 연신 번갈아 바라보며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휴대폰 메신저 창에 찍힌 계좌번호와 자기가 전표에 적은 계좌번호가 일치하는지 눈이 어두워 잘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근무하는 주현이 계장은 할머니의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할머니의 아들인 '김◯◯'이 적힌 메신저창엔 이런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들을 사칭해 70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한 보이스피싱 범죄 시도 사례. 19일 송금하려던 할머니는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직원들이 도움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아들을 사칭해 70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한 보이스피싱 범죄 시도 사례. 19일 송금하려던 할머니는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직원들이 도움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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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뭐해? 11:03
= 잠자고 있다 11:05

- 엄마 부탁 하나 들어줘. 11:05
= 뭐? 11:05

- 엄마... 급히 송금할 거 있는데 잔고 되면 대신 보내줄 수 있어? 저녁에 넣어줄게. 11:05
= 얼마인데? 11:06

- 95만 원. 11:06
= 알았어. 11:07

- 김△△ □□은행 ×××××××××××097 보내고 톡 줘 엄마. 11:07
= 알았어. 11:08

- 아직이야 엄마? 11:18
= 농협 다 왔다. 11:19


박리다매(?) 보이스피싱 유행

할머니는 아들 대신 돈을 보낼 곳이 있다며 급히 은행을 찾은 상황. 하지만 할머니의 휴대폰을 바라보던 주 계장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인데 메신저 친구 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표시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김◯◯의 프로필 사진이 해외번호 가입자를 의미하는 지구본 모양(글로브 시그널)으로 돼 있는 것도 주 계장의 눈에 들어왔다.
 
메신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급증하자, 카카오톡은 해외번호 가입자로 추정되는 경우 지구본 모양이 프로필 사진으로 뜨도록 '글로브 시그널' 제도를 도입했다.
 메신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급증하자, 카카오톡은 해외번호 가입자로 추정되는 경우 지구본 모양이 프로필 사진으로 뜨도록 "글로브 시그널" 제도를 도입했다.
ⓒ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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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계장은 할머니에게 "김◯◯이 아들 이름이 맞나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맞아요"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정중히 설명하며, "아들에게 전화를 한 번 걸어보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다. 바로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며느리와 통화가 돼 95만 원을 요구한 일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할머니는 이내 안도하며 주 계장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주 계장은 즉각 메시지가 온 계정을 차단하고, 전국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사내망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적어 올렸다. 이욱재 지점장도 할머니를 상대로 다시 한번 보이스피싱에 대해 설명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사례는 최근 한창 유행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사례인 기관사칭형 및 대출사기형이 공을 들여 거액을 편취하는 수법이라면, 해당 사례는 소액이지만 짧고 간단히 편취할 수 있는 박리다매(?) 수법이다.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가족, 친척, 지인 등의 이름으로 메신저 이름을 설정한 뒤 급히 돈이 필요하거나 돈을 보낼 곳이 있다며 100만 원 이하의 돈을 제3자의 통장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 통장은 대포통장일 확률이 높다.

이들이 100만 원 이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해서다. 보이스피싱이 횡행하면서 생긴 이 제도로 인해 100만 원 이상 송금할 시 30분 동안 자동화기기(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다. 해당 사례에서 범죄자가 95만 원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톡으로 지인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은 100만원 미만의 금액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100만원 이상 송금할 시 30분 동안 인출할 수 없는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해서다.
 카톡으로 지인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은 100만원 미만의 금액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100만원 이상 송금할 시 30분 동안 인출할 수 없는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해서다.
ⓒ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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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계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보이스피싱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자 분들이 경계를 덜 하는 것 같다"라며 "그냥 보기엔 '왜 당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항상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돈을 송금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태그:#보이스피싱, #구미칠곡축협, #금오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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