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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임보 일기』, 글·그림 이새벽, 책공장더불어(2019), 13000원
 『고양이 임보 일기』, 글·그림 이새벽, 책공장더불어(2019), 13000원
ⓒ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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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란 '임시 보호'의 줄임말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구조·입양 과정에서 사용된다. 안락사가 임박한 유기 동물 보호소의 유기 동물이나 그냥 두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길 위의 동물을 구조하여 평생 함께 살 수 있는 인간 가족이 있는 입양처로 보내기 전까지 잠시 돌보는 것을 임보라고 한다.

작가는 어느 날, 어미와 떨어진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임시 보호하게 되었다. 회색과 베이지색의 흔치 않은 조합의 털옷을 입은 '곰돌이'(암컷),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항상 붙어 있고 싶어 하는 '긴꼬리'(수컷), 목소리가 큰 노랑 줄무늬 '꼬불이'(수컷), 조용한 성격의 '삼색이'(암컷), 영롱한 눈동자에 크림색의 부드러운 털옷을 입은 '밀크티'(수컷). 그리고 작가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베리'와 '흰둥'이)까지. 인간 한 명과 고양이 일곱 마리가 당분간 같이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를 40여 일 동안 임시 보호하면서 함께 지내는 이야기다. 그림으로 보는 고양이들은 마냥 사랑스럽다. 하지만 현실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아직 사료를 먹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3~4시간 간격으로 일일이 젖병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킨다. 스스로 배변을 잘 못해 수유 후에는 꼭 배변 유도를 해줘야 하고, 똥·오줌으로 난장판이 된 방도 치워야 한다. 수시로 동물 병원에 데려가 건강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또 아이들의 입양을 위해 수시로 사진을 찍고 SNS에 입양인을 찾는다는 글도 올려야 하니 인간은 도무지 쉴 틈이 없다.
 
자신만만하게 구조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상황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젖먹이 고양이를 나 혼자 다섯 마리까지 감당하기는 불가능했다. 젖먹이라면 두세 마리 정도만 맡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 사료를 먹을 수 있는지 물었고, 학생의 아버지는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린 사료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맞는 말도 아니었다.

그렇게 집에 온 다섯 아이들에게 불린 사료를 주자 먹는다기보다는 젖을 빠는 것처럼 그릇의 표면을 주둥이로 빨았다. 힘이 넘치는 녀석들은 열심히 빨다가 불어난 사료를 목뒤로 넘기는 것 같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설사병에 걸린 아이까지 있었으니, 사료를 먹는 것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누군가가 입속으로 정확히, 알맞은 영양소를 넣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다섯 마리 모두에게 수유가 필요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괜찮다. 괜찮지 않으면 큰일이 날 테니. (18~19쪽)
 
 아기고양이 다섯마리를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아기고양이 다섯마리를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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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결혼하고 시댁에서 살면서는 강아지와 함께 지냈었고, 지금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는 것과, 다섯 마리를 돌보는 것의 노동의 강도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린 동물들을 돌보는 건, 인간의 아기를 돌보는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고, 연약한 아이가 혹여 탈이 날까 노심초사 신경을 쓰게 된다. 나를 고되게 하는 것도 아이이지만, 나를 웃게 하는 것도 아이이고,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것도 아이이다. 반려동물도 똑같다. 어쩔 때는 인간보다 동물에게 더 위로를 받는다. 사실은 자주 그렇다. 가끔은 내가 고양이를 돌보는 건지, 고양이가 나를 돌보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인간의 아이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서 병원비가 많이 든다. 예방 접종만 해도 3~4만 원은 기본이다. 거기에 사룟값, 화장실 모래값, 이것저것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곰팡이성 피부염인 링웜은 큰 병은 아니지만 질기게 오래가고 손이 많이 간다. (......) 수의사 선생님은 치료는 3주 이상 걸리고, 진료비가 많이 들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셨다. 놀랍지도 않았다. 고양이 다섯 마리가 담긴 박스를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최소 마이너스 100만 원짜리 박스가 될 것이란걸. (112쪽)

작가는 신중하게 입양 신청자를 선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절차 없이 어디서든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데, 이렇게 깐깐하게 굴면서 아이들의 집을 찾아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혹시나 생길 파양을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양 신청서'와 '입양 계약서'를 작성해 각각 한 부씩 나눠 갖고, 계약서 마지막엔 '입양 조건에 명시된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고양이에 대한 소유권이 원 보호자에게 귀속됨을 인정하고 반환하는 의무를 가진다'는 문구도 반드시 넣는다.

입양인과 연락처를 주고받아 입양 후에도 계속 아이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고양이 한 마리 데려가 키우겠다는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고 학대당하는 동물들이 많기에 꼭 거쳐야 할 절차이다. 내가 보호하다가 입양 보낸 아이인데, 다시 버려지고 학대당하는 꼴을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이 입양한 가족과 죽을 때까지 같이 사는 비율이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라고 해서 그 비율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83쪽)

고양이들이 하나 둘 좋은 사람들을 만나 떠나고 마지막으로 '삼색이'만 남았다. 작가는 잠든 삼색이 옆에 누워 가만히 삼색이 배를 쓰다듬으며 임보 초반, '아이들과 정이 들 수 있으니 두 달 안에 모두 입양을 보내야만 한다'는 신신당부를 떠올린다.

아기 고양이들을 자기 새끼처럼 돌봐주던 작가의 고양이 '베리'는 형제자매들이 떠나고 항상 삼색이 옆을 지키며 걸음을 맞춰 걸어주고, 장난을 치면 당해주고, 물면 물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면 가만히 앉아 지켜봐 준다. 그런 삼색이와 작별 인사를 하는 베리를 보며 그만 울컥해버렸다.
 
 마지막 남은 고양이 삼색이와 베리의 작별인사.
 마지막 남은 고양이 삼색이와 베리의 작별인사.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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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고양이들을 모두 보낸 후, 고양이들에게 옮은 곰팡이를 치료하며 작가는 남은 고양이 베리와 흰둥이와 함께 허전함을 달랜다. 입양인들이 보내온 고양이들의 근황을 담은 동영상을 재생하면, 베리와 흰둥이는 동영상에서 나오는 '냐옹' 소리에 반응해 두리번두리번 소리의 형체를 찾는다.

작가의 이전 작 <고양이 그림일기>도 그랬지만, 참 따뜻한 책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에게도, 인간이 아닌 동물과 함께 지내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한번 들여다보는 일은 꽤 괜찮은 경험이 될 것이다.

고양이 임보일기

이새벽 지음, 책공장더불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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