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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는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난민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정안은 한국 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의도와 난민 보호의 원칙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 불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난민신청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이 원칙이고 제한과 처벌은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난민을 '예외의 상태'에 놓인 '예외적 존재'로 내몰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보는 마지막 글입니다. - 기자 말

 
ⓒ 난민인권센터

2013년 영종도에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가 들어설 때, 시민사회는 '난민을 왜 따로 수용하고 통제하냐'며 반발했습니다. 난민들을 우리 사회에서 배제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수도권에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적응을 시설 안에서 진행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오히려 난민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고립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사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전경. 출처 : 대한민국정책기자단
 [사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전경. 출처 : 대한민국정책기자단
ⓒ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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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난민신청자들이 6개월 간 머물면서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국제회의 등을 주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법무부 정보공개 자료에 의하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정원 82명, 연인원 164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매년 60퍼센트대의 이용률을 보입니다. 이마저 재정착 난민을 제외하면 이용률은 평균 48.5%로 뚝 떨어집니다. 국제회의는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천 명 단위가 넘는 난민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규모가 매우 작고, 영종도라는 입지와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점들이 지적되며 '수용시설이 될 뿐'이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강행하여 지은 시설입니다. 초기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대다수 신청자는 굳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족한 난민예산을 갉아먹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 연도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이용률 
ⓒ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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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가 알게된 바에 따르면 입주 난민들의 출입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외출을 위해서는 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2018년 7월에는 거주 중이던 난민신청자들이 외출허가증을 발급받았는데, 난민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 참여 계획이 알려지자 외출허가가 철회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외출한 일부 난민신청자들은 '무단 외출'을 이유로 벌점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관리'받는 곳입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몇몇 의원들은 난민을 인정받기 전까지 신청자들을 주거시설에 수용 또는 신청지 관할구역에서만 체류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난민신청자를 '보호'한다는 허울도 없이 '불법체류와 범죄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난민신청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 관리가 어려워 향후 불법체류의 가능성과 범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 난민신청자가 난민 인정의 결정을 받을 때까지는 관할구역으로 체류지를 한정, 이탈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장기간의 난민심사 기간과 난민 인정 결정 전 자유로운 이동으로 불법체류 및 범죄의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난민 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법무부 장관이 설치·운영하는 난민 주거시설에서 거주하도록 함

일단 법무부 장관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센터는 연 수용인원이 160명 남짓입니다. 신청자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데다 체류지를 관할구역으로만 한정할 경우, 단순하게는 신청자들이 생계유지의 방법을 찾는 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취업허가 이후에도 단순노무직에만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신청자들에게 체류지 제한은 또다시 생계 유지수단을 봉쇄하는 조치와 다름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탈에 대한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한국 사회 안에 또 다른 국경을 세우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타국에 비호를 요청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선언 아래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주체로 한국에 온 난민신청자입니다. 난민신청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특정하여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인종차별입니다. 

난민을 범죄와 연관시키는 근거 없는 이유와 부끄러움 없이 이러한 제안을 내놓는 것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왜 난민들은 한국 안에 있지만, 조사와 감시, 구금과 처벌에 노출되어야 할까요? 난민들은 이미 '동향조사'라는 이유로 과도한 관리감시, 가택 조사, 체류 제한 등의 사생활 침해를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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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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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권리를 영위하고, 사람다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감시·관리'가 아닌 '권리보장'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난민 신청은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애초 의도와 달리 난민 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배제·삭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난민법 개정안들. 사람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난민법 개악 반대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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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난민인권센터>에도 실립니다.


태그:#난민인권센터, #난센, #난민법, #난민법개악, #난민법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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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는 한국사회 내에서 배제되고 있는 난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2009년도부터 난민권리상담, 사례대응, 사회적 인식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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