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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하루 쉬는 날. 놀아야 하는데 함께 놀 사람이 없다. 함께 놀고 싶다가도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 게 귀찮을 나이. 그래서 선택한 게 영화였다. 특히 이 영화는 혼자 보고 싶었다.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다.

<비긴어게인> <싱 스트리트>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 음악(뮤지컬) 영화를 원체 좋아하는지라, 사운드 빵빵한 극장에서 퀸의 음악을 들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 같았다.

한낮의 극장은 역시나 한산했다. 그때였다. 열두 살 큰아이 또래 아이들로 보이는 혹은 그보다 좀 어린 아이들 넷이 팝콘을 들고 극장에 들어선 것은. 뒤 이어 엄마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아... 어쩌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아는 동생과 이야기 하다가 혼자 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니 그가 말했다.

"난 큰애(역시 열두 살)랑 같이 보려고... 언니도 애들이랑 같이 봐. 왜 혼자 봐?"
"이런 영화는 혼자 봐야지. 애들이랑 같이 보면 괜히 집중도 떨어져."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 영화가 동성애를 다룬 영화인 걸 알고도 아이랑 같이 보러간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글에선가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간 엄마가 남자들이 키스하는 것을 보고 그냥 나왔다는 걸 봐서 그랬나.

동성애는 나에게 아무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이와 함께 보는 건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온 엄마가 걱정된 이유다. 생각해보니, <맘마미아2>도 그랬던 것 같다. 나란 엄마는 아직, 주인공 소피의 자유연애 생활을 아이와 함께 보고 즐길 수준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나란 엄마는 아직, 주인공 소피의 자유연애 생활을 아이와 함께 보고 즐길 수준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영화 <맘마미아2> 한 장면.
 나란 엄마는 아직, 주인공 소피의 자유연애 생활을 아이와 함께 보고 즐길 수준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영화 <맘마미아2>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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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동성애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알려줘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동성애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알려줘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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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아이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잘 이야기해줘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내가 먼저 보고 나중에 함께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성애를 말함에 있어서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거야, 여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거야" 이런 말보다 더 나은 설명을 하고 싶어서다.

- 심쌤! 진짜 오랜 만이에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보셨어요?
"그럼요! 2018년, 가장 핫 했던 영화잖아요. 싱어롱 영화관에서 관객들과 다 같이 노래 부르며 봤던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 지금은 영화에 대한 감동보다는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가 더 급해요, 쌤!
"급할수록 천천히요. 먼저 '동성애'가 뭔지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까요? '동성애'는 말 그대로 생물학적으로 같은 성별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끼리 연인의 감정을 느끼는 걸 의미해요. '이성', 즉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별들끼리 연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성애'라고 하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성애'를 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요. 그 수도 더 많구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고 낯선 '동성애자'들을 '성소수자'라고 부르며 이상하고 잘못된 사람들 취급하는 경향이 강해요."

- 쌤 말을 듣고 보니, 동성애자를 성소수자라고 부르는 게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 같아요. '소수자'라는. '성알못'인 저는 사실 대학에 와서 학교 축제나 영화 등을 보며 동성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쌤은 자칭 '성영재'였다고 하니까, 저보다는 빨리 아셨겠죠?
"글쎄, 언제였더라? 어제 뭐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 하지만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에도 같은 성별의 선배나 친구에게 설레기도 하고 고백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늘 있었던 거 같아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지. 제가 경험한 '동성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극적이기만' 한 '동성애'가 아니었어요. 그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애정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을 나누는 보통의 일들로 다가왔어요. '동성애'는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익숙하거나 편안한 것 이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알아채지 못했거나 '모른 체' 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인거 같아요!"

- 맞아요. 생각해보니 정말 중고등학교때 그런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아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모른 체' 한 경우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극장에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극장에서의 일을 더 이야기 하면, 아니나 다를까 제 생각대로 아이들이 극장을 나가는 거예요. 엄마도요. 그런데 다시 들어와요. 조금 있다가 또 나가고... 그렇게 세 번을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어요. 이런 영화는 아이들과 보기 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피하고 보는 게 좋을까요?
"세 번이나요! 계속 보자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냥 나가자니 돈도 아깝고 이런 복잡한 마음 아니었을까요?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공감할 거 같아요. 이해도 가고요. 하지만 우리가 동성애를 불편해 하는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나와 다른 방식으로 애정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무조건 틀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또 이성과 애정 관계인 사람이 더 많다고 해서 많은 쪽이 정상이고 적은 쪽은 비정상이라고 쉽게 규정해서도 안 되죠.

그래서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성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 같아요. 아무렇게나 혹은 왜곡된 정보로 동성애를 알기 전에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궁금한 점들을 함께 고민해 봐도 좋을거 같구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동성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성애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듯이요!"

- 동의해요. 저도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오히려 아이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 하기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떤 점에서 그러셨어요?"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와 메리 오스틴 역을 소화했던 라미 말렉과 루시 보인턴.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와 메리 오스틴 역을 소화했던 라미 말렉과 루시 보인턴.
ⓒ 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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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중반에 프레디가 여자친구인 메리에게 "양성애자인 것 같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메리가 "넌 게이야"라면서 이렇게 말해요. "당신 잘못이 아니라서 더 슬퍼" 그 대사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볼 때, 영화 전반에 깔린 정서가 '슬픔'이었어요. 메리를 사랑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프고,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결심이 서면 찾아오라'는 파트너 짐 허튼 말의 의미를 어렵게 찾는 과정도 슬펐어요. 결국 병을 얻은 것도 슬프고. 소수자로 살아가는 게 참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꼭 그게 슬픈 일이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언제까지 슬퍼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맞아요, 성숙한 사회일수록 다양한 차별을 넘어서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들이 많아진다고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은 듯해요. 영화 속 메리의 말처럼 프레디가 게이인 것은 프레디의 잘못이 아니에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죠. 잘못이 있다면 게이를 잘못된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 캐나다에서 오신 분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이가 학교에서 시민의 4대 권리와 4대 의무를 배우더래요. 4대 권리에 '평등권'(equal right)이 있고, 4대 의무에 '차별을 없앨 의무'(eliminating discrimination)가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와, 놀랍네요. 우리나라는 지금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차별금지법을 세우는데도 많은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학교에서 성 소수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꿈 같은 이야기네요. 우리나라도 얼른 법/교육/사회 전반에 걸쳐 약자를 위한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어요."
 
- 왠지 동성애 하면 에이즈 질문을 해야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프레디가 에이즈에 감염된 걸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에이즈가 뭐야?" 아이에게 직접 질문을 받은 것도 아닌데, 저 지금 막 가슴이 답답해지려고 해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다시 제가 잘난 척 하는 시간이 돌아왔네요. 원래 우리 몸에는 나쁜 게 들어왔을 때 방어해주는 면역기능이란 게 있는데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란 이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질병에(감염성 질환, 악성종양 등) 걸리게 되는 상태를 말해요. 그래서 에이즈를 말할 때는 먼저 'HIV'에 대해 알아야 한답니다. 어머니, 잊어버릴 것 같으면 메모하셔도 됩니다."

- 어머, 심스앵님~ 감사해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라고 말하는데요, 이게 바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예요. 말 그대로 몸 속의 면역세포를 파괴 시키는 바이러스죠. 에이즈에 걸렸다는 말은 몸 속에 HIV가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HI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에이즈 환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몸 속에 HIV가 들어왔다고 해도 면역기능에 이상이 없고,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면 항체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에이즈에 걸렸다고 보지 않아요."

- 오, 그렇군요! 
"HIV에 감염된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되어 면역세포수가 줄어들거나 특정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에이즈 환자라고 할 수 있어요. 이 HIV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의 체액(피, 정액, 질액, 모유 등)이 성관계나 주사기, 수유를 통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경우 누구나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해요. 때문에 감염인과 섹스를 할 경우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하고, 같은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지요.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한 경우 아이 역시 감염될 확률이 높고 모유 수유를 통해서도 감염이 된다고 해요. 과거에는 감염자의 피를 수혈 받아 에이즈에 걸린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철저한 검사를 통해 수혈을 통한 감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 그런데 흔히 에이즈 하면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오해해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심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혹시 에이즈의 시작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원숭이예요. 원숭이를 통해 HIV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 되었다는 건 이제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예요! 그런데 에이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 발견된 상당수의 감염인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에이즈를 동성애자들만의 병이라고 오해했다고 해요. 하지만 에이즈는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걸릴 수 있어요.

HIV는 앞서 말했듯이 체액을 통해 감염이 되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 감염자의 정액, 질액이 몸 속 상처나 질 벽에 노출될 경우 감염 확률이 매우 높아져요. 또 항문주변이나 질벽의 조직은 약하고 상처가 잘 날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감염자와 섹스를 할 경우 체액을 통해 감염이 잘 된다고 해요. 콘돔을 사용하면 체액이 닿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과 각종 성병, 에이즈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도 콘돔 사용은 필수!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이것 말고 HIV에 대해 꼭 기억해야할 더 중요한 이야기 있어요."

- 뭐죠?
"에이즈는 HIV균이 들어있는 체액이 몸의 상처나 조직이 약한 부분에 닿을 경우 감염확률이 높아지지만 침, 땀, 눈물, 대소변 등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아요. 따라서 감염자와 생활하는 경우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포옹이나 악수를 한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아요. 또 왜 감염이 되는지 알 수 있고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해야하는지 등 좋은 치료제와 관리방법이 발달하면서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 치료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질환이라고 해요.

HI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에이즈 환자라고 해서 바로 죽을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거나 같이 있기만 해도 옮을 수 있다거나 문란한 성생활, 특히 동성애자들이 불러온 병이라는 등의 편견은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생긴 매우 위험한 생각이에요. 이런 편견은 HIV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들을 사회적인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어요! 에이즈에 대해 정확하게 제대로 알고 예방하고 관리하자구요. 편견은 짝짝 찢어버리구요."

- 동성애나 에이즈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게 많네요.
"일부 사람들은 동성애를 흔히 성적으로 '더 자극적인 쾌락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문란한 성행위로 여겨요. 동성애 혐오를 부추길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문란한 성행위는, 문란함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누구나 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 있어요. 따라서 어떤 성별과 애정 관계를 맺느냐 그 자체로, 즉 '동성애=문란한 성행위'라고 낙인 찍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또 한쪽에서는 이성애 외에 동성애나 양성애 등을 모두 '정신적 장애'나 '질병'으로 보기도 하죠. 따라서 고쳐야만 하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 어느 동성애자 아이를 둔 엄마가 고백하길, 처음엔 치료하면 낫는 병인 줄 알았다는 이야길 본 게 생각나네요.
"하지만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강남순 교수가 자신의 칼럼(한국일보, 2015. 6. 2, '성소수자 혐오'는 '인류에 대한 범죄')에서 "미국 '정신의학협의회'는 복합적인 연구 후에 동성애를 포함하여 양성애, 무성애 등을 '정신적 장애'나 '질병'으로 보는 것이 오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동성애가 '질병'이 아닌 '지향'이라는 것을 1973년 공식화했다"라고 말했어요. 즉 동성애는 '선택'이 아니라 타고 난 '지향'이라는 의미에요. 또 "성소수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평등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정상적' 인간이다"라고도 말했죠.

프레디와 짐의 관계를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과 인간의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렇게 힘들고 슬프지는 않을 텐데요. 이성애 외의 관계가 틀렸다는 결정은 어떻게 누가 하는 걸까요? 이성애만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나'에게 익숙하고 '우리'가 이성애자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이성애자라면 그게 옳다는 걸 알아서 선택해서 태어난 걸까요?

만약 '내가' 이성애 외에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나를 향한 세상의 판단과 편견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내게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게만 보지 않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질문하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프레디와 짐의 사랑이 더 이상 슬프지 않은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 '차별을 없애야 할 책임이 있다'는 캐나다 시민의 의무가 다시 떠오르는 말이네요. 심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성애는 어떤가요? 왜 아이들은 동성애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요?
"사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성애 외에 다른 성적 지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알 기회도 없었구요.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의 태도와 사회적인 분위기에 더 영향을 받는 위치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동성애에 무지하고 혐오가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는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특히 '남성+여성의 애정 관계'를 정상으로 보는 이성애 중심인 사회에서 동성애는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로 비춰지기가 쉬워요. 게다가 이성애가 옳은 사회에서는 흔히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 즉 여성다운, 남성다운 모습과 태도에 대한 기준도 강해져요. 예를 들어 교실에서 남학생이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졌거나 행동을 하면 즉시 정상에서 벗어난 '별종' 취급을 받아요. 더 나아가서는 혐오표현으로써 '게이'라고 불리며 소위 '강남(강한남자)'들의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성적인 괴롭힘도 서슴지 않는다고 해요.

이야기 하다보니 동성애에 대한 편견만이 문제가 아닌거 같지 않나요? 더 근본적으로 보면 이성애만이 정상인 세상은 정해진 성역할을 강화하고 성역할의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과 남성을 별종 취급하면서 동시에 이성애를 벗어난 관계는 틀렸다고 여기고 마음껏 혐오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쉬워요."

- 아, 정말... 혁오 노래는 좋은데 혐오는....
"어머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 혁오씨에게 사과하세요. ^^"

- 아, 죄송해요. 오늘 너무 진지한 것 같아서... ^^; 이야기를 듣다보니 혐오가 사회적 분위기로 흐르는 것을 절대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하죠. 현재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으로 고민하고 있는 10대 성소수자 친구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고 용기를 내어 오픈했을 때 너무나 쉽게 혐오의 타깃이 되어 고통받기 때문이에요. 최근 어느 주민센터에서는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무지개 상담소'를 열려고 하자 그 지역 교회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와 항의로 상담소가 무산되는 일이 있었어요. 반대의 이유는 상담소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아이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다시 질문하고 싶어요. 왜 아이들은 동성애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물을게요. 만약 내 아이가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먼저인 것 같아요. 압니다. 흔한 말이지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요. 하지만 이 말은, 내 아이가 성정체성이 달라서라기보다 원래부터 사람을 대할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인 거 같아요.

또 우리 안에 이미 익숙해진 편견들로 나도 모르게 판단하는 말들, 즉 "마음 먹기에 달린 거야", "병이니까 고칠 수 있을 거야", "남자 새끼가 징그럽게", "남자에게 상처 받아서 남자가 싫은 거 아냐?" 같은 말들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신경쓰면 좋겠어요.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기도 하고 갚기도 하잖아요.

이미 수많은 편견들과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싸워야 할 우리 아이들 옆에 부모가 굳건히 서서 따뜻한 말과 사랑으로 지지해준다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 그리고 그 부모와 만날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가 보면 좋겠어요.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소속감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도움이 필요할 때 이름도 참 예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아요. 연대에서 오는 힘은 크니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어렵고 힘들게 싸워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 길에 심쌤이 함께 있다는 거 잊지 말고요."

태그:#성교육, #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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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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