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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성기업으로부터 언론중재위 제소를 당한 지유석 <굿모닝충청> 기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 이름은 꼭 실명으로 보도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최근 <한겨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굿모닝충청> 등의 유성기업 관련 보도를 잇달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충남 지역신문 기자 중에서는 지유석(48) 기자가 언론중재에 제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까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지유석 기자는 지난 1월 1일자로 <굿모닝충청>에서 행정·노동 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굿모닝충청>에 새 둥지를 튼 지유석 기자는 최근 유성기업 사태뿐 아니라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등 충남지역 노동 현안을 밀착 취재해 왔다. 그런 와중에 노사 분쟁을 겪고 있는 유성기업으로부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까지 당했다.

지유석 기자는 "유성기업과 관련한 기사 8건이 언론중재에 제소가 되었다. 기자 한명에게 이렇게 많은 건을 제소한 것도 이례적으로 보인다"면서 "제소당한 기사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언론탄압으로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유성기업에서는 내 기사가 나가는 즉시 반론문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마도 유성기업에서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15일 유성기업 집회현장을 찾은 지유석 기자
 15일 유성기업 집회현장을 찾은 지유석 기자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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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측 "언론중재 제소는 사실관계 바로 잡는 것" 반론
 

물론 이에 대해 유성기업 측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유성기업은 언론보도에서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소명을 하지 못했다"면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회사도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사 간에 대표자 교섭도 진행 중이고, 충남 민관협의체에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노사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최근 '노조파괴'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전 세계는 요즘 전기차로의 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유성기업은 현대 자동차의 하청을 받아 자동차 내연 기관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자동차로 전환될 경우, 유성기업에 만들고 있는 피스톤링이나 실린더와 같은 내연기관 부품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유성기업 관계자는 "전기차나 수소차가 나오면 내연기관 부품을 쓰지 않게 된다. 내연기관은 사양산업이다"라며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 직원들과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노사 갈등이 해결되어야 새로운 사업도 구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지유석 기자는 "유성기업이 위기라는 사실은 노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조에 대한 사측의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성기업과 관련한 기사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충남천안시에 위치한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지유석 기자를 만났다. 지유석 기자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난 이후, 유성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 유성기업 사태에 관심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이고, 취재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모 교회 목사와 법정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내 재판을 진행했던 바로 그 재판부에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덕분에 유성기업 재판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당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법정구속을 당했다. 그때는 유성기업 사태가 잘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사주가 구속된 이후에도 회사의 노조탄압이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유성기업 사태를 취재했다."

-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요즘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한광호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3주기가 됐다. 유성 노동자들은 지난 9년 동안 회사와 싸웠다. 그러다 보니 많이 지쳐있다. 회사 측과도 감정의 골도 이미 깊게 패인 상태이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과의 마찰, 회사와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의 분노는 차오를 대로 차올라 있다."

"언론중재위 제소 등 불필요한 마찰보단 노조와 상생해야"

- 유성기업에서 지유석 기자의 기사를 유독 많이 제소한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마디로 더 이상 비판 기사를 쓰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 기계적인 중립에 의존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한 측면은 있다. 유성기업 사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기사가 나간 적이 별로 없었다. 이 같은 한국의 언론 지형에서 노동자들은 이미 기울어질때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기계적 중립이란 것은 힘이 동등한 당사자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 졌을 때나 통용되는 것이다. 물론 유성기업에 노사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주가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살았다. 가해자가 사측이란 점은 인정해야 한다."

- 언론중재위에 제소된 이후에도 유성기업에 대한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그게 바로 언론 본연의 업무가 아닌가. 유성기업 사태가 하루 속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상황은 노사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다. 특히 노동자들은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노동자들은 회사 업무도 버거운데 9년 동안 법원에 쫓아다니랴, 집회 하랴, 고통의 연속이었다. 유성기업 관련 기사는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이다."

- 유성기업 내부에서조차도 전기자동차와 수소차로의 전환이 본격화 되면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유성기업에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자들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자들도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성기업이 위기를 해쳐 나가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선 노사문제부터 타결해야 한다. 노사 갈등해결이 우선이다. 노사 갈등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위기 상황도 해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야 위기를 극복할 대안도 나오지 않겠나."

-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노동자들이 9년 동안 힘들게 싸워온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노동자들 보다는 유성기업 측에 하고 싶은 말이 더 많다. 이제는 유성기업 노사분쟁과 관련한 책임소재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유성기업은 언론중제나 제소를 통해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노조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회사를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태그:#유성기업 , #지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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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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