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속된 정준영은 지난 2016년 물의를 빚고 < 1박2일 >에서 잠정하차 한바 있었다. (방송 화면 캡쳐)

최근 구속된 정준영은 지난 2016년 물의를 빚고 < 1박2일 >에서 잠정하차 한바 있었다. (방송 화면 캡쳐) ⓒ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존폐를 둘러싸고 KBS가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승리 게이트'로 불리는 버닝썬 사건 여파로 출연자 중 한 명인 정준영의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이 만천하에 공개된 데 이어 또 다른 출연진인 차태현-김준호는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내기 도박 골프 정황이 폭로되어 프로그램 하차 및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기존 6명의 <1박2일> 출연자 중 절반이 한순간에 방송가에서 사라진 셈이다.

결국 <1박2일>은 현재 제작과 방영, 다시 보기 서비스 등이 모두 중단되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KBS 측은 이번 주 초 수뇌부 회의 등을 거쳐 <1박2일>의 존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일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다.

갈리는 의견들

일부 시청자들은 차태현, 김준호에 대해선 "큰 문제가 아니다, 복귀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어찌 되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이기에 향후 법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지금의 연예활동 중단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합류한 인턴 출연자를 제외하면 전체 6인의 <1박2일> 고정 출연진 중 3명이 프로그램 하차를 했다. 이는 방송 중단 결정과 상관없이 정상적인 <1박2일> 제작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현재 <1박2일> 시즌3를 더 지속한다는 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지난 12년간 K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은 <1박2일>이라는 브랜드를 버릴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부분부터 폐지만은 안 된다는 목소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존속과 폐지에 대한 방송사의 고민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를 둘러싼 제작진의 책임론, 떨어진 신뢰를 고려하면 단순히 하차한 이들의 자리를 다른 연예인으로 채우고 방송을 이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프로그램 완전 폐지 혹은 시즌4 출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즌3 종영은 불가피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6년 몰카 촬영 논란으로 잠정 하차했던 정준영에 대해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어준 < 1박2일 >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6년 몰카 촬영 논란으로 잠정 하차했던 정준영에 대해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어준 < 1박2일 >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화면 캡쳐) ⓒ KBS

 
<1박2일> 중단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지금의 방송 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박2일>만하더라도 이미 지난 2016년 정준영이 한차례 물의를 빚고 잠정 하차했지만, 피해자 측의 고소 취하로 인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되면서 즉각 방송에 복귀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잠정 하차 기간에도 동료 출연자들이 "내 동생" , "그 녀석" 식으로 꾸준히 언급해왔고, 영상 편지 등으로 계속 정준영의 모습을 내비쳤다. 자숙기간 중인 정준영 이미지를 제작진이 꾸준히 활용해 온 것.

계속 정준영을 활용하면서 제작진은 큰 고민이 없어 보였다. 그 증거가 무혐의 결정이 나오기가 무섭게 요란한 환영식으로 화답한 지난 방송일 것이다. 이 선택이 비수가 돼 <1박2일>에 꽂힌 것이다.

결과론이겠지만 당시 정준영이 새로운 연예인으로 메웠다면 현재 <1박2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표준화 룰 필요해 보여

각종 드라마, 예능을 둘러싸고 종종 출연자의 자진 하차나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가 있던 사례는 쭉 있었다. 가장 큰 요인은 음주운전부터 폭행, 사기 사건 등 일종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다. 이에 방송사나 당사자의 대응은 제각각이었다. 

재편집과 하차를 거쳐 새로운 출연진을 기용하기도 했지만, 지난 20일 MBC <라디오스타>가 차태현을 통편집하지 않고 그냥 방송에 내보낸 것처럼 크게 변화를 주지 않기도 한다. <1박2일>마냥 공석으로 뒀다가 복귀 명목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 1박2일 >을 잠정 하차했던 정준영은 검찰 무혐의 처분 후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6년 < 1박2일 >을 잠정 하차했던 정준영은 검찰 무혐의 처분 후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방송화면 캡쳐) ⓒ KBS

 
자숙기간 역시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1년 이상 활동을 쉬다가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불과 두어 달 만에 해외 팬미팅 등 방송이 아닌 경로로 은근슬쩍 돌아오기도 한다.

논란 전력 연예인,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복귀 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송국 차원의 원칙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명문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뉴스의 팩트 체크를 위한 팀을 언론사들이 두듯 출연진 검증을 위한 별도의 전담 부서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라면 과감한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매번 일만 터지면 반성한다는 말이 수없이 나오지만 수습과정은 뒤죽박죽이고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이는 KBS를 비롯한 방송국들이 과거 각종 사고에 대한 뼈저린 반성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는 방증 아닐까. 특히 <1박2일>은 시즌1과 2 때도 몇몇 출연자로 내홍을 겪었는데 결과적으로 시스템 개선이 이뤄진 게 없었다. 이런 사소한 무관심과 무대응이 쌓인 결과가 지금은 아닐지. KBS는 더 큰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1박2일 정준영 승리 김준호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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