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차 지명을 받은 10명의 신예들. 이들 중 무려 네 명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차 지명을 받은 10명의 신예들. 이들 중 무려 네 명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 김현희


2019 프로야구가 지난 23일 개막한 가운데, 시즌이 진행되면서 '누가 신인왕 후보인가?'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다. 실제로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를 통하여 올 시즌 활약하게 될 신인들을 직접 살펴 본 전문가들은 상위 라운드 지명자들을 중심으로 신인왕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는 이들은 '지난해 1, 2차 지명을 받은 110명 전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기 입단 선수들(이른바 '중고 신인')도 깜짝 활약 여부에 따라서 얼마든지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결국 올 시즌 신인왕 판도 역시 '올해 갓 입단한 신예'들과 '다시 중고 신예들' 사이의 기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2년간 이정후(키움, 2017 시즌 신인왕)와 강백호(kt, 2018 시즌 신인왕)등 이른바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 장면을 보고 야구를 시작한 '황금 세대'들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순수 신인들의 전성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10개 구단 개막 엔트리만 봐도 순수 신예들의 모습이 제법 보였고, 실제로 일부 신예들은 생각보다 일찍 실전에 투입되면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주기도 했다.
 
개막 엔트리 진입 신예 7명,
전원 '베이징 키즈 2세대'로 손꼽히는 고졸 루키들

 
2019 시즌 프로야구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순수 신예들은 모두 7명으로, 공고롭게도 전원 '베이징 키즈 2세대'로 불리는 고졸 선수들로 구성됐다. 동성고를 졸업한 김기훈(KIA)을 필두로 김대한(두산, 휘문고 졸업), 노시환(한화, 경남고 졸업), 박주성(키움, 경기고 졸업), 원태인(삼성, 경북고 졸업), 정우영(LG, 서울고 졸업), 손동현(kt, 성남고 졸업) 등이 바로 그 영광의 주인공들이었다. 이 7명의 유망주들 중 4명의 선수가 지난해 열린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 우승 멤버(김기훈, 김대한, 원태인, 노시환)이기도 했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떡잎부터 알아 본 될성부른 나무였던 것이다.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인으로 씩씩한 투구를 선보인 LG 정우영의 서울고 시절 모습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인으로 씩씩한 투구를 선보인 LG 정우영의 서울고 시절 모습 ⓒ 김현희


이 7명의 선수들이 모두 개막 2연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강백호(kt)처럼 개막전부터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여 준 이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신인다운 씩씩한 모습으로 먼저 프로에 입문한 '형님'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들도 있었다. 한, 두 차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즌 전체를 판단할 필요는 없으나, 팬들 앞에서 당찬 모습을 보여 준 루키들의 존재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어찌되었건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팀 승리의 기쁨을 맛보면서도 경기를 당차게 마무리했던 이가 LG의 정우영(20)이었다. 서준원(롯데), 최현일(LA 다저스) 등과 함께 지난해 고교야구 사이드암 투수 유망주로 손꼽혔던 정우영은 이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던 루키였다. 비록 팀의 9-3 리드 상황에서 9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프로 첫 무대라는 사실에 주눅이 들지 않고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으로 꽤 인상적은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고 시절에도 최고 144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꽤 긴 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마운드에서 '무표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키움의 박주성

귀여운 외모와 달리, 마운드에서 '무표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키움의 박주성 ⓒ 김현희

 
키움의 박주성도 꽤 씩씩하게 데뷔전을 마쳤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마운드에만 서면 무표정 싸움꿈으로 변하는 박주성은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서며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투구로 향후 발전 가능성을 선보였다. 사사구를 싫어하는 본인의 성격이 2피안타라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만큼 제구에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 키움이 수많은 서울의 유망주들 가운데, 지난해 박주성을 1차 지명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한 투구였다.
 
kt의 손동현은 24일 경기가 다소 아쉬울 수 있었다. 팀이 0-2로 지고 있는 가운데, 선발 금민철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하여 2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으로 꽤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팀은 손동현이 마운드에 있던 6회에 3-2 역전에 성공하면서 신인 손동현의 첫 승을 도와줄 수도 있었다. 만약에 8회에 구원진의 난조가 없었다면, 7명의 루키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을 수도 있었다. 다만, kt로서는 성남고 1학년 시절부터 마운드에 투입, 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 모습을 잃지 않았음에 만족해야 했다.
 
역시 24일 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KIA 김기훈은 다소 아쉬운 모습으로 데뷔전을 마쳐야 했다. 터너-황인준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등판했지만, 사사구 4개로 1실점했기 때문. 동성고 2, 3학년 때 연속으로 청소년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서 가장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프로 데뷔전 역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피안타 하나 없이 경기를 마쳤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만 승리한다면, 지난해 아시아 청소년 대회 일본전에서 5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였던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 두산 김대한과 한화 노시환은 잠실 맞대결에서 대타로 한 차례 나오며 1군의 맛을 봤고, 삼성 원태인은 아직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개막 엔트리에 든 선수들을 포함하여 퓨쳐스리그에서 담금질에 한창인 선수들도 언제든지 신인왕 레이스에 합류할 수 있다. 김태균 신인 시절 못지않다는 한화의 변우혁을 포함하여 153km 광속구 사이드암 서준원(롯데) 등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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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 정우영 손동현 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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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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