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속사와 계약 분쟁을 겪은 송지은(왼쪽)과 강한나. 이들은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계약 무효 혹은 유효 등 각기 다른 중재 결정을 받았다.

최근 소속사와 계약 분쟁을 겪은 송지은(왼쪽)과 강한나. 이들은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계약 무효 혹은 유효 등 각기 다른 중재 결정을 받았다. ⓒ 오마이뉴스

 
연예계에서 자주 목격되는 일 중 하나는 연예인 vs. 기획사 사이의 계약 분쟁이다. 연예활동도 엄연히 사업(비즈니스)의 일환이기 때문에 철저히 계약에 의존해 모든 업무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다툼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강다니엘을 비롯해 앞서 배우 강한나, 가수 전효성, 송지은(이상 시크릿) 등의 계약 분쟁에 관한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기도 했다. 스포츠계에서도 얼마 전 프로야구 한화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구 이후 2군행을 둘러싸고 FA 계약 파기 가능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표준계약서'이다. 표준 계약서는 지난 2009년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서가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각종 사업 영역에선 해당 분야에 맞춰진 공용 계약서 양식이 통용되고 있다. 연예인, 프로야구 선수 역시 표준계약서에 맞춰 계약이 진행되지만 이를 둘러싼 각종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곤 한다.

2009년부터 연예인 표준 계약서 등장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고 국내 연예산업에선 통일된 형식의 계약서 양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획사 마다 천차만별의 계약서를 사용하다보니 이른바 '노예 계약'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그러던 것이 2008~2009년 당시 각종 연예계 계약 분쟁(그룹 JYJ,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박, 배우 고 장자연 등)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에 나섰다.

주요 업체들의 계약서를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과도한 사생활 침해조항, 직업선택자유 침해조항, 홍보활동 강제 및 무상 출연 조항 등이 발견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2009년부터 업계에 사용을 권고하기에 이른다. 당시만 해도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해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형 기획사 중에선 가장 먼저 도입을 결정하면서 이후 표준계약서 사용이 일반화될 만큼 빠르게 자리잡았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8조 및 문화체육관광부고시에 의거해 사용중인 표준계역서는 아래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계약기간 및 갱신
수익의 배분
대중문화예술용역의 범위
기획업자의 권한 및 의무
연예인의 권한 및 의무
연예인의 인성교육 및 건강지원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등

가수용, 연기자용 표준계약서가 따로 있다?  
 
 현재 연예인을 대상으로 사용중인 표준계약서 양식. 가수, 연기자용 계약서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

현재 연예인을 대상으로 사용중인 표준계약서 양식. 가수, 연기자용 계약서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현재 연예인 표준계약서는 크게 2종류로 구분된다. '가수 중심' 계약서와 '연기자 중심' 계약서로 나눠 사용되고 있다. 물론 요즘 연예계는 가수+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는 연예인들이 부지기수이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에 맞춰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처럼 2종류로 나눠진 이유는 가수와 연기자(예능인)의 연예사업 방식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가수의 경우 음반(음원) 제작을 하고 이에 기반을 둔 활동을 진행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소속회사가 음반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하고 음원 관련 판권 수입 배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계약서로 구분짓게 된 것이다. 또한 연기자와 달리 가수는 개인 활동 및 그룹 활동이 병행하는 경우도 많아서 여기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만약 가수가 기본 활동 영역이고 부가적으로 연기활동을 펼친다면 연기 활동에 대한 계약 내용은 별첨 형태의 서류(부속합의서)를 추가로 작성할 수 있다. 반대로 연기자인데 가수 활동을 병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대한 차이를 제외하면 2종의 계약서 나머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연예인 계약은 최대 7년

역시 지난 2009년 공정위가 표준계약서 및 약관을 마련하면서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계약 기간은 최대 7년을 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이른바 '아이돌 그룹 수명 7년'의 속설이 등장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계약기간 종료 후 각 멤버들의 재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그룹의 존속 여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약서상 명시된 기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계약이 유효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군복무, 임신 및 출산, 대학원 진학, 연예인 활동과 무관한 병가로 인해 30일 이상 입원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엔 해당 기간 만큼 계약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특히 가수용 계약서에는 "장기간 해외 활동을 위해 해외의 매니지먼트 사업자와의 계약 체결 및 그 계약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내용도 추가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계약의 분쟁 해결 절차
  
'SBS가요대전' 워너원 강다니엘, 말 필요없는 강타클루스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은 소속사와 법정 분쟁을 겪고 있다. ⓒ 이정민

 
이와 같은 계약서에 의거한 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예인과 소속사간의 계약 분쟁이 발생할 경우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까? 현재 표준계약서에는 3가지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먼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두번째는 중재법에 의하여 설치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仲裁), 세번째론 민사소송법에 따른 법원에서의 소송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민사소송이다. 하지만 최대 3심까지 진행되는 재판 절차로 인해 막대한 시간, 비용 등이 허비되는 소모전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승소-패소 여부 및 연예인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기간의 활동 공백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잦은 탓에 현재 소속사와 법적 시시비비를 다루고 있는 강다니엘 역시 자칫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물지만 대한상사중재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의 중재 판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지만 소송(3심제)과 달리 단심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지난해 가수 송지은이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승소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얻어낸 반면, 배우 강한나에 대해선 "기존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소속사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분쟁 발생 왜 벌어질까?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는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수입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주된 문제로 지적한다. 제때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혹은 매출 발생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 처리 부분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표준계약서 내용 이외의 항목을 합의한 별도의 부칙에 대한 해석 차이 역시 심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매년 유튜브와 SNS 등 새로운 IT 서비스를 기반에 둔 연예 사업 영역은 계속 확대되는데 반해 표준계약서가 이러한 변화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매년 일부 항목이 개정되어 반영되고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하는 의견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이밖에 그룹 매드타운 소송처럼 타 회사로의 계약 이관 절차 시비, 계약서에 명시된 회사 측의 연예인 지원을 둘러싼 견해 차 등도 분쟁의 주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스포츠 분야의 표준 계약서
  
 KBO 표준계약서 양식. 선수, 코칭스태프, 외국인선수 등 총 3종류로 나눠져 사용되고 있다.

KBO 표준계약서 양식. 선수, 코칭스태프, 외국인선수 등 총 3종류로 나눠져 사용되고 있다. ⓒ 한국야구위원회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본격적으로 표준계약서가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집단 행동에 대한 구단 측의 임의 탈퇴 처리 대응 등 각종 잡음에 대해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퇴를 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에선 선수 측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 규약 및 계약서 각종 항목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구단 측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하는 등 강한 반발도 있었지만 점진적인 내용 수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프로야구에선 선수 계약서, 감독 및 코치 계약서, 외국인 선수 계약서 등 총 3종의 계악서가 통용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선 한글, 영문 등 총 2종으로 추가 구성되어 있다.

스포츠 분야는 해당 종목 운영에 맞춰진 계약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프로야구의 경우,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들은 리그 운영에 대한 상세 규칙을 정해놓은 KBO 규약에 의거해 반영하고 있다. 가령 연봉 4억 원 이상 선수가 경기 활동 중 입은 부상이 아닌 이유로 1군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엔 해당 일수 만큼 일할 계산해 50% 감액이 이뤄지는 등 별도의 금액 지불 관련 내용이 규약에 명시되어 있다.

최근 구단으로 부터 무기한 2군행 징계 조치가 취해진 한화 이용규의 경우도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아 FA 계약에 명시된 연봉의 절반만 수령하고 있다. 한편 그의 타팀 이적 요청 문제와 관련해 현재 KBO 표준계약서에는 계약 파기 후 방출에 대한 항목이 없는데다 KBO 규약에도 웨이버 공시에 따른 방출 외엔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이용규의 거취를 놓고 야구계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표준계약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