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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는 정부관계자, 난임과 전문의, 기자와 카페 회원 등으로 구성됐다.
▲ 난임정책 토론회 토론자는 정부관계자, 난임과 전문의, 기자와 카페 회원 등으로 구성됐다.
ⓒ 이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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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난임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가 1천여 명의 난임부부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 토론회는 4만 7천 명이 가입한 난임 카페 '불임은 없다, 아가야 어서오렴(아래 불다방)'과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국회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해부터 당 차원에서 난임휴가 확대 및 난임바우처 신설 등을 주장하며 난임정책의 변화를 촉구해왔다. 비록 원내 3당이지만 난임정책에 관해서는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소품 풍선, "난임지원 확대로 저출생 극복"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행사 풍선 주최측에서 마련한 소품 풍선, "난임지원 확대로 저출생 극복"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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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난임,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라는 영상으로 시작되며 난임인들의 고충과 애환을 본격적으로 환기시켰다. 난임인이 소수자인 까닭은 토론회의 드레스코드 중 하나가 '마스크'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현재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죄로 여겨지던 시대보다 분명 진보했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가 몇 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으면 '아이를 싫어하는지/왜 가지지 않는지' 등 부당한 질문에 시달리고,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참가자들은 난임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를 하기 위해서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이어서 한 난임 남성이 김상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쓴이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잠깐 쉬면서 아이 사진을 보고 위로하고 힘을 얻고 하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서로 아이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살짝 자리를 피합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고 어렵고 힘들 때 위로받고 힘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어도 아이 한 명 씩은 나라에서 가질 수 있게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듣고 계시는 분 중에 아이가 있으면 공감하실 겁니다. 힘들고 지쳐도 다시 일할 수 있고 노력할 수 있게 해주는 그 힘을 알 것입니다. 저도 저희 아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갖고 싶습니다."

'난임' 당사자 목소리 충분히 다룬 토론회, 쟁점은?

곧이어 본격적인 발제와 토론이 시작됐다. 발제자는 시험관 2차를 갓 마친 당사자 난임여성이었다. 또 토론자 7명 중 3명이 난임을 경험하며 난임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전문성을 갖추며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당사자 여성들이었다. 난임과 의사 역시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의 입장에서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맡은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난임정책의 획기적 변화인 만큼, 그 입장에서 정부관료들에게 다소 공격적인 질문공세를 펼치며 좌중의 호응을 얻었다.

김사랑 불다방 회원의 발제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바라본 저출산 대책'을 기준으로 토론회의 주요이슈를 요약해보면, ▲ 시술 나이제한 폐지 ▲ 횟수차감기준을 '채취'에서 '이식'/시술별 교차지원 허용 등이 있다.

현재 시험관 시술 정부 지원 조건 중 '만 44세'의 나이 제한이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일반 시민들도 나이가 일정 이상 되면 여성의 가임력이 확연히 줄어드는 등 '가성비'를 따질 때 세금낭비라는 식으로 나이제한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승주 기자는 "통계에 따르면 44세 이상 시험관 시술 건수는 35세~44세 연령 중 2% 미만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44세 이상 여성에게 난임시술 지원 혜택을 준다고 해도 실제로 수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한편 나이를 기준으로 여성의 가임력을 따지는 것은 신체 상황이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조기폐경을 겪기도 하며, 만 47세에 임신을 성공한 여성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나이 제한 폐지 요구에 대해 "폐지는 어렵지만 제한 나이를 높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험관 시술 횟수 차감은 여성과 남성의 몸에서 정자와 난자를 추출하는 '채취'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은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시켜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 하나의 싸이클이다. 또 몸과 배아의 상태에 따라 이식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편 난임시술 대상자 1인당 신선배아 시술 4회, 냉동배아 시술 3회, 인공시술 3회로 총 10번 시술받을 수 있다. 이는 언뜻 보기에 지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 건강 상태에 따라-냉동배아가 나오지 않거나 인공수정이 불가능한 경우 등- 10번의 지원 중 절반도 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특정 시술이 어려울 때는 다른 시술로 선택해 시술받을 수 있도록 교차 시술 허용을 주장했다.

두 사안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횟수 차감 기준을 '채취'에서 '이식'으로 변경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으며 검토해보겠다. 하지만 교차시술 허용은 정책설계 상 불가능하다. 다만 지원 횟수를 전체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교차시술의 필요성을 해소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 난임휴가일수 확대 ▲ 난임의심자 상담 지원 확대 ▲난임주사 처방 확대 등 난임인들의 고충과 관련한 다양한 요구와 개선책이 제시됐다. 한 청중은 "작년 11월 난임 토론회 당시에도 오늘 제기된 문제들이 똑같이 요구되었고 정부당국자는 '검토하겠다', '반영하겠다'라고 답했지만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오늘 또 다시 같은 답변을 하고 계신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정책'의 문제일 뿐이겠지만, 국민 한 명 한 명, 개인에게는 삶이 걸린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난임인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빠른 정책 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30분을 초과해 마무리됐다. 토론회가 진행된 2시간 30분 동안 토론자와 참가자들은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며 자리를 지켰다. 한편 3월 26일, 박원순 시장이 '난임'을 주제로 시민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주사난민(호르몬 주사 시술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태그:#난임정책토론회, #초저출산시대, #아가야 어서오렴, #국회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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