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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관 들어서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민 대변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4.3보궐선거 창원성산 후보단일화에 대해 "살다살다 여당과 야당의 후보단일화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이런 '야합'은 없었다"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 남소연
 
"정의당이 여당의 충실한 2중대 역할을 하는 것은 종족의 특성이자 본능인가 보다." -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3월 26일)
"'더불어 정의당'의 탄생인가, 지금까지 이런 '야합'은 없었다." -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3월 25일)
"'무늬만 야당인 정의당'이 오직 황교안 당대표 죽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3월 24일)

 
정의당을 향한 자유한국당(한국당)의 공세가 거칠어지고 있다. 정당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 논평을 통한 비판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
 
소수 진보야당인 정의당과 거대 보수야당인 한국당 사이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의당이 한국당을 비판하는 논평은 시기를 막론하고 자주 볼 수 있었고, 한국당도 이따금씩 이에 반응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당이 정의당을 "난청"이라고 비꼰 걸, 정의당이 "난시"라고 받아친 게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안대하고 나타난 정의당 대변인 "난시? 한국당은 난청")

윤소하 연설 때문? 20일 이후 치고 받는 한국당-정의당
 
지금까지 한국당의 주요한 공격 대상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의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연일 쏟아낸 건 이례적이다.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을 두고 갈등을 빚던 시점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걸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다. (관련기사: "들을 거 없어!" 윤소하 연설 3분 만에 집단 퇴장한 한국당)
 
나경원 겨냥한 윤소하, 퇴장 손짓하는 나경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하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일어나 동료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서 나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이후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대다수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윤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찾으며 "여기 계신가 모르겠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님께 묻겠습니다, 정말 이 말이 사실입니까?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 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돼서 반대한다고 하신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라고 발언했다. ⓒ 이희훈

당시 연설 도중 집단 퇴장한 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의당 스스로 민주당 2중대임을 자인하는 것이자,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국민이 부여한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원내대표 연설이 있었던 20일부터 26일까지 한국당이 정의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낸 건 대변인 논평과 원내대변인 논평을 합해 총 9회이다. 하루에 평균 1.3개꼴. 같은 기간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이 낸 총 49개의 논평(정책 논평 제외)을 감안할 때 20%에 육박하는 비율이다.

특히 오는 4.3 재보궐선거 지역구인 창원‧성산에서 강기윤 한국당 후보와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접전을 보이며 양당의 기싸움도 격해지고 있다. 여영국 후보가 권민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이후 판도도 예측할 수 없는 싸움이 됐다. (관련기사: [창원성산] 민주-정의 단일후보, 정의당 여영국으로 결정)

한국당 "정의당, 너무 감정적인 단어 사용... 조금 더 진중해졌으면"  
 
이에 대해 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아 의원은 "당 입장에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논평을 정의당에서 최근 내고 있는 탓"이라면서 "정의당이 너무 감정적인 단어를 써서 한국당을 공격하고 있다, 조금 더 진중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여당과 싸우기도 정신이 없는데, 다른 야당들까지 한국당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사실상 패스트트랙에 동조하는 야3당은 야당이 아니다, 민주당의 2중대‧3중대라는 비판을 들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평했다.
 
목 축이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마친 뒤 물 마시고 있다. ⓒ 남소연

정의당에서는 내심 반기는 눈치이다. 당 관계자는 "한국당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은 어쩌면 무시·무대응일지 모른다"라면서 "사실상 5석짜리 정의당이 던지는 이슈에 113석짜리 한국당이 움직이는 형국이 됐다,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한국당과 정의당의 1:1 구도가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의당 "그만큼 주목 받고 있는 증거 아닌가"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이 한국당을 비판한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황교안 신임 당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본인들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용도로 정의당을 활용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한국당만이 아니라 바른미래당이나 민중당에서도 정의당을 비판하는 논평이 늘었다, 일일이 대응하기에 정신이 없어서 '종합판'을 내야 하나 싶을 정도"라며 "그만큼 정의당이 주목 받고 있고, 이슈 주도력이 생겼다는 증거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한국당과 정의당이 논평으로 맞붙는 현 상황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당이 정의당을 타깃으로 삼은 건,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전당대회 이후 한국당이 보수화되는 일련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면서 "황교안 당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강해지는 것처럼, 정의당을 향한 공격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이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한국당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맹공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당을 3등으로 밀어내는 성과도 거뒀다"라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주춤하고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한국당 입장에서 다음 잠재적 위협 대상은 정의당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확정되면 다음 총선에서 정의당이 그 바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조기에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태그:#정의당, #자유한국당, #민경욱, #김현아, #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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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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