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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난감한 표정 지은 이미선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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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검사가 될 때,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국민은 판·검사 정도면 고위공직자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국가·기업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판·검사는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이 이 말을 끝으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향해 물었다. "헌법재판관은 더욱이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한다는 점에서 볼 때, 후보자는 어떤 입장인가?"

뜸들이던 이 후보자는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을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반성했다, 겸허히 수용한다"라고 답했다.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시종일관 "재산 문제는 배우자에게 맡겼다"라고 해명한 이전 답변과 달리 처음 고개를 숙인 대목이다.

"포괄적 동의만 했을 뿐, 배우자가 종목 선정" 해명했지만...

인사청문회는 여야 위원 가릴 것 없이 '기승전 주식'으로 시작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권의 화력도 후보자 자산 83%(부부재산 42억6000여만 원 중 35억4887만 원가량)에 달하는 고위험 주식투자에 맞춰져 있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주식 중에서도) 일반 투자자도 모르고 위험성 많은 코스닥상장 회사에 집중 투자했다"라면서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 등 후보자가 재산 대부분을 투자한 회사들을 거론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선서하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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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종목과 수량 선정은 배우자가 결정했다" "(나는) 포괄적으로 동의했다" 등의 답변을 이어가며 주식 투자는 배우자의 결정을 따랐을 뿐 직접 관여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심지어 "별거 부부냐"는 말까지 나왔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말이었다.

그는 "법관으로 있으면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답변이 궁색한 것"이라고 이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사회를 봐야 할 위원장으로서 편향된 발언"이라고 반발하자, 여 위원장은 "부부간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부간이니 서로 매일 볼 것 아니냐, 주식거래 하는 사람 치고 자기 주식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관심 안 갖는 사람이 있느냐"라며 "(이 후보자가) 별거 부부냐, 부부간에 주식거래 관심 없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조응천 의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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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 의원의 비판처럼, 후보자의 주식 위주 재산 내역에 대해선 상대적 '방어' 진영인 여권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갑)은 후보자가 주식 투자 회사가 관여된 재판을 회피하지 않고 영향을 끼쳤다는 야권의 의혹 제기에 해명을 이끌어내면서도, 후보자 부부의 공격적 주식투자에는 동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질의를 마무리하며 "하... 그런데 왜 이렇게 주식이 많냐"라고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조 의원은 "주식투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덕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초우량주보다 회사 이름이 생소한 코스닥 주식이 많다"라면서 "특정 회사에 굉장히 속칭 '몰빵'이라 할 정도로 많이 투자했는데, 이것도 남편이 한 거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수긍하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질의자료 살펴보는 김종민 의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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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답변에 답답함을 느낀 여권 위원들의 '코치'도 이어졌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전북 익산갑)은 "이 청문위원회는 후보자의 청문회지, 후보자 배우자의 청문회가 아니다"라면서 "남편 이야기는 모른다고 해야지 이렇게 된다고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불씨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남편이 명의를 사용하게 한 것은 본인 책임이지만, 구체적 거래관계엔 관여 하지 않았다는 거 아니냐"라면서 "나는 점잖게 물어봐도 야당 위원들은 훨씬 강하게 물어 볼 거다, 소신 있게 말 못하면 되려 호통만 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질의 끝에 야당 위원 석에서 "짜고 잘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 "5.18 폄훼 대한 유보 답변, 기회주의적"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이 후보자를 지켜보고 있다.
▲ 이미선 후보자 지켜보는 박지원 의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이 후보자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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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 "주식이 너무 많지 않나?"
이미선 : "네 많습니다." 
박지원 : "워렌버핏처럼 주식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전남 목포)은 특유의 풍자식 질문을 던졌다. 박 의원은 "후보자 주식매매 현황을 보면 1200여 회가 넘는다, 남편은 4090여 회다"라며 "도저히 국민 상식에서 납득이 안 된다, 워렌버핏이나 조지소로스처럼 주식 전문회사로 돈 많이 벌어 사회 공헌하는 게 더 좋은 길이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후보자의 답변 태도도 함께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서면 답변서에서 5.18민주화운동 폄훼, 낙태죄 폐지 등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기회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는 것.

박 의원은 "5.18 폄훼가 답변을 유보할 성격인가"라면서 "이미 역사적·정치적·사법적 판단을 내린 거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명확한 답변을 안 드린 이유는 관련 사건이 현재 계류 중이라 후보자 입장에선 밝히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당 진영에선 후보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참여 이력을 들어 이념 성향을 따지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가 회원으로 등재됐을 뿐 재판연구관 업무로 연구회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질의는 계속 이어졌다.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국민이 볼 때 진보 성향으로 보고 있다는 것 아느냐"라면서 "본인도 자신이 진보 성향의 판사라고 생각하나"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제 성향에 대해서 보수인지 진보인지 그렇게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라면서 "사안에 따라 보수도, 진보도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태그:#이미선, #주식, #박지원, #주광덕,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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