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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임금을 지켜야 할 호위관이 지 마음대로 죽겠다고 칼을 물다니 그것이야말로 대역죄가 아니고 무엇이냐? (중략) 니 놈이 살아야 내가 사는 것. 니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이냐?"

2012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7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한 장면을 왜 갑자기 얘기하냐고?

얼마 전에,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강원도 고성 산불을 기억할 것이다. 강원도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헬기와 소방관들을 보며 갑자기 영화 <광해>에 나오는 저 장면이 떠올랐다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은가. 도대체 저런 참혹한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위에 나오는 광해(이병헌 분)의 말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의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면 아무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관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찬성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소방관 국가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처우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근무를 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그들이 국민들을 지키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현재 소방서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관할 아래에 있는데 서울특별시나 경기도처럼 재정 상태가 양호한 곳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재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들이 소방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방 장비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 장비가 있다고 해서 소방관들이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민을 구해야 할 소방관부터 위험한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효과적으로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목숨부터 위협받고 있는 소방관들이 과연 시민들의 안전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겠는가.

법무부는 작년에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국가인권계획에 '안전권'을 신설했다. '안전권'은 특정 지역에 사는 시민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공평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국민들의 안전권이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관들의 목숨과 건강 상태가 곧 국민들의 안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 정치인들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더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국회에서 소방관들을 국가직으로 전환시키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여 소방관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안전이 보장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태그:#소방관, #국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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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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