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로 교원성과급 제도가 시행된 지 18년을 맞는다. 교원성과급 제도가 시행된 초기에는 차등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차등지급률 폭이 50%로 확대되었고 박근혜 정부 시절 70%로 더욱 확대되었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는 후보 시절 공약을 어기고 다시 50%로 축소했을 뿐이다. 교원성과급 폐지가 정답인데도 교육부 관료들은 인사혁신처 눈치만 볼 뿐 교원성과급 폐지를 향한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교원성과급 폐지를 촉구하는 전교조 의견서 전달 시위(2018.11.28.)
▲ 반교육적 교원성과급 즉각 폐지 촉구 기자회견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교원성과급 폐지를 촉구하는 전교조 의견서 전달 시위(2018.11.28.)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사진보기

 
학교 공동체는 교사들 간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 협력해야 하는 자율적 공간이다. 협력과 배려 그리고 나눔과 존중을 교사 스스로 몸소 실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도 협력과 배려, 나눔과 존중이 일상화된 공간에서 이를 실천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덕을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교원성과급은 학교공동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교육적인 제도이다. 시행 결과 18년 동안 교직사회는 서서히 분열돼 왔다. 본래 교사 수당으로 균등 지급할 예산을 효율성과 성과라는 미명 아래 억지로 학교에 도입한 때문이다. 18년이 지난 오늘날 차등폭을 더욱 확대해 오면서 학교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한 느낌은 유독 한 개인이 품는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권력은 학교를 '시장판'으로 전락시켰고 교육을 일찍이 '상품'으로 규정해버렸다. 나아가 교사를 지시와 명령의 하위직 말단 공무원으로 규정하기에 주저치 않았다. 성과금의 차등 지급이라는 얄팍한 수단을 통해 권력은 언제든 교사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바로 권위주의 교육행정이 학교현장에 관철되는 대단히 조악한 방식이자 교사의 자율성을 질식시키는 교육적폐 1호인 셈이다.

교육은 상품이 아님에도 교육 관료들은 교육을 '상품'으로, 학교를 양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인적 자원 '공장' 정도로 규정해 왔다. 그들 교육 관료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사조가 한국사회를 휩쓸며 쓰나미처럼 학교현장을 덮칠 때 침묵은커녕 앞장섰던 기억이 또렷하다. 형식적 민주정부 시절, 교육부가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라고 스스로 명명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시절 성과금 균등분배를 시도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교육부 관료들은 수시로 겁박을 일삼았다. 적어도 학교 교육만은 결코 상품이 될 수 없다며 최소한의 저항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집단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고 학교공동체는 갈가리 분열돼 각자도생의 사회로 전락해버렸다. 담임 기피현상이 2000년대 이후 서서히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던 것도 교원성과급 제도와 관련이 깊다.
   
대개 교사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연구를 한다. 넘쳐나는 학교 잡무로 교과서조차 제대로 한 번 펼쳐볼 시간이 없는 게 학교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업연구에 몰두하는 경우를 적잖이 목격된다. 좀 더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수업자료를 재구성하느라 휴일도 없이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외된 아이들과 징계 받은 아이들을 보듬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혹시나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이 있지나 않을까 고심하며 정서적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모둠별 수업시간 종종 눈여겨 봐둔다. 토요일엔 그 아이들을 데리고 성곽길 걷기도 함께 하고 밥도 같이 나누며 아이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곤 한다.

나아가 일탈행동을 하는 폭력성향의 아이들을 가능한 한 자주 상담하려 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이끌어 준다. 6교시 일찍 마친 날 방과 후엔 영화도 함께 보며 가슴이 밀착된 상태에서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교사들 일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의 본분인 수업연구와 학생상담, 그리고 수업자료 모으기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오늘날 절대 다수 교사들의 일상적 풍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매년 상당수 교사들이 B급 교사로 분류되는 치욕스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강요받곤 한다. 수없이 많은 공문을 처리하고 퇴근해서도 수업연구를 하며 아이들과 자주 상담을 시도했던 교사들이 왜 B급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같은 교육자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직사회 성과급 폐지 대통령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전교조 - 전공노 합동 기자회견(2018. 3. 13.)
▲ 공직사회 성과급-성과연봉제 즉각 폐기를 위한 대통령의 약속 이행 요구 기자회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직사회 성과급 폐지 대통령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전교조 - 전공노 합동 기자회견(2018. 3. 13.)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사진보기

 
인간에게 모욕을 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차등 지급되는 교원성과급 제도는 그 중에 한 가지 방식일 것이다. B급 교사임을 통보 받았을 때 그 장면을 상상해 보라! 단순히 성과금액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B급 교사로 공식적인 등급이 매겨지고 규정됐구나!'라는 충격과 모욕을 한동안 견뎌야한다.

퇴근 후 집에까지 가서 열심히 수업 연구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평가점수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학교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회사와는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학생 상담에 열정적인 교사가 B급 교사가 되는 경우를 적잖이 목격한다. 참으로 씁쓸한 교육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학생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상담교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S급 교사는커녕 A급 교사로도 평가받지 못하는 게 오늘의 교육현실이다. 왜냐하면 상담교사의 상담시간을 상당수 학교에서 수업으로 잘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서교사와 영양교사, 보건교사 모두 교원평가에선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된다. 하나같이 B급 교사의 위치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특수학급 교사 역시 S급 교사가 되지 못함은 마찬가지이다. 현실의 높은 벽은 단단해 그 앞에서 인간의 또 다른 높은 벽 앞에 그분들은 절망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명백한 불공정한 현실이다.

더구나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학기 도중에 복직한 여교사의 경우 틀림없는 B급 교사로 낙인이 찍히는 게 교육계 현실이다. 출산과 육아는 오히려 국가가 정책 차원에서 더욱 장려해야 할 현상임에도 교원평가에서 차별과 배제의 근거로 작용한다. 기막힌 현실이지만 그게 오늘날 학교공동체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주최한 성과급 폐지 퍼포먼스(2018. 3. 22)
▲ 성과급 폐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주최한 성과급 폐지 퍼포먼스(2018. 3. 22)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사진보기

 
교사의 교육활동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 전부가 아니다. 어떤 교사가 얼마나 열심히 수업연구를 하고 아이들 상담에 진력했는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러함에도 교원평가라는 단기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정책은 분명 잘못된 교육모순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상담을 멈출 수는 없다. B급 교사! 그러한 낙인이 가져다준 모욕감을 박차고 오늘도 B급 교사들은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고 교사로서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우뚝 서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상처 받은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무너진 현실을 뛰어넘고자 한다.

마침내 B급 교사로 낙인찍는 공동체의 천박함과 폭력성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공동체 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고 여전히 교사를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도 활동을 멈추질 않는다. 그것이 마지막 남은 교사로서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교육의 본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교사 스스로 차별과 배제, 불공정이 만연한 교육현실에 저항하며 스스로 길이 되어 걷고자 하는 게 보통의 교사들 마음이다. 부조리와 부박한 교육정책에 맞서 교육희망을 찾아 교사 스스로 분투하는 삶! 그것이 차등성과금에 저항하는 이 시대 교육자의 모습이라 스스로 믿기 때문이리라.

태그:#교원성과급제도, #차등성과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