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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정신과'는 단순히 세 글자로 이뤄진 낱말이 아니다. 미친, 비정상, 자살, 우울, 정신병, 낙인, 낙오자, 실패, 패배 같은 단어와 주로 짝을 이뤄 쓰인다. (11페이지)
 
뉴스를 보면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우울' 그리고 '우울로 인한 자살(로 추정됨)' 그런데, 막상 우울이라는 단어는 상황을 회피하는 데에만 쓰이는 것 같다. 한 사람에게 일어난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 속에서 어려움 속에서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을 때, 단 하나의 원인으로 '우울'이라는 단어를 쓰곤 한다.

이상하다.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원인도 찾지 못한 기분이 든다. 우울한 사람들이 다 자살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자살한 사람들은 다 우울증이란다. 우리들 중 누가 우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 한순간이라도 우울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아마, 진짜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일 게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는 현재 MBC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김정원씨가 자신이 겪은 우울증을 시간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저자가 느끼고 겪은 것들, 생각한 것들도 나란히 전달하고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우울증이라는 다소 강한 주제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기술한다. 그리고, 우울증이란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통해 대처 가능한 질병 중 하나임을 알려준다.

저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견딜 수 없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까닭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정상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마치 쾅 부딪힌 듯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우울증이었다.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아프니까 왔겠지. 그런데, 좀 낯선 아픔이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정신과 환자라는 명패를 달고 나면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힌다. 치료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저자의 경우에는 식생활, 수면습관, 직장생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치료를 위해 생활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한다.

저자의 '멋있는' 아내는 의사를 직접 만나보고 궁금한 부분과 가족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을 거의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책표지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책표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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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게 죄는 아니잖아. 뒤에서 약 먹지 마. 앞에서 당당하게 먹어. 알겠지?'라고 호통치는 아내가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아픈데 상황을 설명하는 게 더 어려워 '괜찮아'라며 뒤돌아 설 때도 있다. 그런데, 가족이 나서서 도와주면 얼마나 힘이 나고 든든했을까.

이 책에서처럼 노력하고 생활을 관리한다면 재발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뒤 치료가 종결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누군가의 가슴이 길잡이를 찾은 것처럼 선명하고 단단해지길 기대해 본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 아픔을 마주하고 헤쳐가는 태도에 관하여

김정원 지음, 시공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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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프리랜서. 책을 좋아하는. 생각이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