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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학창시절 르네상스 하면 문예부흥운동, 인본주의 사상 등 핵심 단어를 암기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하면 피렌체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피렌체 하면 신((神)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로 탄생한 르네상스 시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3대 거장이라 부르는 레오나드르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배출된 곳이다. 이들을 이탈리아의 3대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서 태어나 인간 중심의 아름다운 시대를 열어가며 피렌체를 화려하게 장식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피렌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2003년 우리나라에도 개봉한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이다. 애절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 음악(The Whole Nine Yards)과 함께 피렌체 시가지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던 곳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피렌체의 중심지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 대성당)모습
 피렌체의 중심지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 대성당)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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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천년고도 경주처럼,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가 피렌체이다.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고풍스러운 빨간색 지붕 하나만으로도 피렌체가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고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피렌체의 심장,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 대성당)

우리 일행들은 점심 식사 후 피렌체 시가지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피렌체의 중심부인 두오모 대성당으로 찾아갔다. 걸어가는 도중 단테의 동상도 보았고 골목길에서 만난 평범한 단테 생가도 들렀다. 단테 하면 <신곡>이 생각나지만 단테는 시인이기 전에 한때는 피렌체 정부 행정관으로 봉직했고 정치가로의 야망도 가졌다고 한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가는 길목에 있는 단테의 생가 모습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가는 길목에 있는 단테의 생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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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중간중간 건물 외벽에 쇠고리를 부착해 놓은 것이 보였다. 이 쇠고리는 피렌체와 토스까나 지방을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부호들이 타고 다녔던 말을 묶는 쇠고리라고 한다. 피렌체 시내뿐만 아니라 골목길에도 건축물의 양식을 보니 유럽풍인 로마, 고딕, 르네상스식이 혼합된 건물이 많다. 그리고 옛 모습 그대로 오래된 건축물도 상당히 많다.
피렌체와 토스까나 지방을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부호들이 타고 다녔던 말을 묶는 쇠고리
 피렌체와 토스까나 지방을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부호들이 타고 다녔던 말을 묶는 쇠고리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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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는 기후변화가 심하여 일기가 고르지 못하다고 한다. 비가 잦으며 매우 흐린 날이 많은 도시가 피렌체라고 한다. 우리 일행들이 찾아갔을 때도 매우 흐린 날씨를 보였다.

피렌체는 걸어서 주요 관광지를 전부 다닐 수 있다. 조금 걷다 보니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거대한 돔인 두오모 대성당 붉은 돔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피렌체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다. 줄여서 흔히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이라 부른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육중한 기중기가 앞을 가로막으며 보수공사에 열중인 모습이다. 성당 외벽은 흰색, 분홍색, 연두색의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무척 아름다운 성당인데 외벽을 보수하는 것 같다. 주변에는 무장한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한 모습이다.

두오모 대성당은 피렌체의 중심거리이고, 르네상스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피렌체 관광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본 순간 두오모 대성당의 규모와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보았지만 거기서 볼 때도 상당히 규모가 크다고 생각했다.

산 조반니 세례당 청동문

로마식과 고딕 양식이 혼합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두오모 대성당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완성되었다. 두오모 대성당을 완성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를 언급하기 전에 먼저 세례당 청동문에 대한 내력을 알아보는 게 이해하기 빠르다.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에 있는 청동문(모조품)모습
 산 조반니 세례당 동문에 있는 청동문(모조품)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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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경 피렌체도 예외 없이 흑사병의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이때 용케도 피렌체가 죽음의 전염병인 흑사병에서 벗어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피렌체 정부는 세례당에 청동문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1401년 피렌체 산조바니 세례당 청동문 공모에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가 서로 경쟁한다. 브루넬레스키 작품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반면 기베르티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점이 있어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기베르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래서 기베르티가 공사를 시작한 지 21년 만인 1424년에 청동문을 제작 완성하였다.

청동문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틀을 짠 다음 청동을 부어 한 장면씩 만든다. 전체가 금으로 마감된 세례당 동문 10장면을 만드는데 27년이란 세월이 소요가 되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훗날 이 청동문이 너무 아름다워 "천국의 문"이라 불렀다 한다.

그러나 세례당 동문에 있는 청동문은 모조품이다. 진품은 대성당 뒤쪽의 오페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세례당 동문 청동문 앞에는 항상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많다. 그러나 모조품인지 모르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피렌체 대성당 붉은 돔을 완성한 주인공, 브루넬레스키

한편 청동문 심사에서 탈락한 브루넬레스키는 포기하지 않고 로마 고전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로마로 떠난다. 공부를 끝내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 브루넬레스키가 저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 붉은 돔을 완성한 주인공이 된다.

그동안은 건축가 캄비오가 공사를 하였으나 거대한 돔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 해결책이 없어 고민을 하다 돔 공사를 중단한 상태였다. 그때 마침 로마의 고전 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온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혜성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120여 년 동안 완성하지 못한 대성당을 로마 판테온 신전을 보고 영감을 얻어온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완성하게 된다. 한번 실패를 거울삼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브루넬레스키의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높이 106m, 지름 46m에 이르는 팔각형 돔인 쿠풀라(Cupola)는 피렌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완공 당시 3만 명의 신도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브루넬레스키는 팔각형 붉은 돔을 만드는데 지지대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독창적인 공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붉은 돔은 1420년부터 1436년까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16년 만에 건설되었다. 여기에 벽돌만 무려 4백만 장이 들어갔다고 한다.

옛 방식을 고집하는 장인들은 요즘도 도자기를 굽을 때 불가마를 만들어 사용한다. 불가마를 만들 때 내화벽돌을 이용하여 지붕을 둥글게 돔 형식으로 만든다. 불가마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벽돌끼리 서로 양방향에서 쌓아오면 서로 미는 힘이 있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팔각형 돔을 지지대 없이 벽돌로 쌓아 만들었다고 하니 신비스럽기도 하지만 붉은 돔을 만든 공법에 대해 이해는 간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배경이 된 도시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은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배경이 되었다. 그래서 영화 상영 이후 지금까지도 여기가 연인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는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들이 쿠풀라(Cupola) 돔 지붕을 연상하며 사랑이 영원할 것처럼 나눈 대화 속의 약속을 옮겨본다.
 
아오미 :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
               는 곳, 언젠가 함께 올라가 줄래?
쥰세이 : 언제?
아오미 : 글쎄, 한 10년 뒤쯤, 내 서른 번째 생일은 피렌체의 두오모에
               서
쥰세이 : 응, 약속할게
 
쿠풀라(Cupola) 돔의 외부 모습은 거대하고 아름답지만 내부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내부에는 베네디토 마이아노의 십자가, 안드레아 델 카스타니요 와 파울로베첼로이가 그린 2개의 대규모 기마 천상화, 로비아의 채색도판으로 만든 아름다운 릴리프가 있다.

쿠풀라(Cupola) 내부 천정에는 1574년에 완성된 바사리(Vasari)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과 <창세기의 이야기>가 4년간의 작업 끝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죽음 이후 천국에서 신의 심판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메디치 가문의 프란체스코 1세의 요구에 따라 그 자신도 그림에 등장시켰다고 한다. 피렌체와 토스까나 지방을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위세와 영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피렌체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조토의 종탑

피렌체 시 전체와 두오모 대성당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조토의 종탑이 있다. 피렌체 출신 화가 조토가 설계하고 그의 제자 피사노가 작업해 14세기 말에 완성한 종탑이다. 단테의<신곡>에도 등장하는 명소인 조토의 종탑 높이는 84m이다. 조토의 종탑은 414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한 사람이 겨우 피할 수 있는 계단인데 20분이 소요된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조토의 종탑 모습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조토의 종탑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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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시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종탑이었다. 흰색과 분홍색 등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장식한 탑은 당시 과거의 어느 누구의 예술보다 더 완전한 곳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붉은 돔과 조토의 종탑 전망대로 올라가려면 평일에도 2시간 이상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다. 두오모 대성당 앞은 항상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한때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주로 중국 및 한국관광객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은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해서 주변에 건물들도 많다. 그래서 드론으로 촬영하지 않고는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의 전체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곳은 없다.

[참고서적]
<재미있고 신비로운 지중해 3국과 유럽여행기> (조영자,새미)
<유럽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연주,송대영,정기범,랜덤하우스 코리아)

태그:#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조토의 종탑,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산 조반니 세례당 청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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