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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현재 대학 구조조정 2주기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진행 중이다. 1주기에서 지적됐던 지역편중현상을 완화하고자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역 편중 현상은 더 심화됐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 구조조정 2주기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진행 중이다. 1주기에서 지적됐던 지역편중현상을 완화하고자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역 편중 현상은 더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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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란 말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초석이니 백 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다. 물론 내 자식 좋은 대학 보내 성공하게 돕겠다는 열망 자체가 그릇된 건 아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런 교육열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점이다. 장기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좌우할 것 없이 표심을 얻기 위해 대학을 무작정 늘렸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는 대학 증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권을 이어받은 김영삼 정부는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을 도입해 대학 정원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김대중 정부는 대학설립준칙주의의 기준을 더 완화해 대학 설립을 사실상 신고제로 바꿨다.

정부의 호혜성 교육정책에 힘입어 신규 대학이 지방에 무더기로 설립됐고 기존 대학들도 정원을 늘리며 몸집을 불렸다. 대학생 수 역시 꾸준히 늘었다. 전체 대학 재학생 수는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 1990년 158만 명에서 2005년에는 313만 명으로 1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970년만 해도 26.9%에 불과했으나 1990년 33.2%, 2005년 82.1%까지 올랐다. 이 기간 대학생의 증가 속도는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뒤늦게 시작한 구조조정, 지방대만 무너진다

정부의 대학 밀어주기 정책에 처음 제동이 걸린 건 '노무현 정부' 때였다. 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대학 정원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4년 처음으로 정원 감축 선도 대학에 지원금을 투입해 대학의 자율적 정원 감축을 유도했고, 2005년부터는 자율 감축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서 국립대 정원 의무 감축·통폐합 등을 통한 강제 구조조정까지 수위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의 학생 선발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부실대학 퇴출 정책을 정례화하는 등 대학 정원 줄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 방식은 박근혜 정부 때 확정됐다. 교육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3주기의 구조 개혁을 통해 각각 4만, 5만, 7만 등 총 16만 명의 정원을 강제 구조조정할 것이라 밝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단계적 정원 감축을 강제했다. 이에 더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그룹2(D등급, E+등급, E-등급)에는 국가장학금 지급 중단, 학자금 대출 제한, 정부 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 재정 제재까지 더했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수도권 대학은 놔두고 지방대 정원만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전체 대학 정원 감축의 75%가 지방대에서 이뤄졌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지역 편중이 더 심했다. 무려 85%의 정원이 지방대에서 감축됐다. 2013년 대비 2018년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은 총 2만6286명이 줄었다. 그 중 84.7%에 달하는 2만2281명이 지방에서 감축됐다.
 
 지난 5년 간 4년제 대학 정원 감소 비중을 살펴보면 지방이 84.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5년 간 4년제 대학 정원 감소 비중을 살펴보면 지방이 84.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 유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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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 고려했다'는 2주기 구조조정, 결과는 '지역 편중 심화'

교육부는 현재 대학 구조조정 2주기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1주기에서 지적됐던 지역편중 현상을 완화하고자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대구경북강원권·부산울산경남권·충청권·호남제주권)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했다. 전체 대학을 자유개선대학·역량강화대학·재정지원제한대학 등 세개 등급으로 나눠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는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대신 이들 대학 중 일부 대학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을 통해 특화 발전을 유도한다. 

전체 대학의 64%에 속하는 자율개선대학은 권역별 평가와 전국 평가를 5:1 비율로 병행해 선정했다. 전체 대학 중 53.3%의 대학을 권역별로 우선 선정했고 나머지 10.6%는 전국 평가를 거쳐 뽑았다.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나머지 36%의 대학들은 심사를 거쳐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Ⅰ·재정지원제학대학Ⅱ 등으로 재분류했다.
 

권역별 평가로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막상 진단 결과를 보니 오히려 하위그룹 대학의 지역 편중현상이 심화됐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서울·경기·충북·세종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보다 하위 그룹 대학이 줄었다. 반면 경남·경북·부산·광주 등 지방 지역은 하위그룹 대학이 오히려 늘었다. 1주기와 2주기 결과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하위그룹에 지방대가 대거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권역별 평가를 도입했는데 어떻게 지방대의 피해가 늘게 됐을까. 대학교육연구소는 평가 기준이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먼저 평가 제외 대상인 종교·예체능 계열 위주 대학이 수도권에 대거 몰려 있었기 때문에 권역별 평가에서 수도권 대학이 유리했다. 교육부는 권역별 평가에서 수도권 대학 73곳 중 50%인 36곳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했는데 '평가 제외 대상' 15개교를 제외하면 사실상 58개 대학 중 36개 대학을 뽑은 것이다.

둘째 이유는 전국 평가에서 수도권 대학이 대거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로 이뤄진 2차 선정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20개교 중 15개교가 수도권 대학이다. 2차 평가에서 살아남은 지방 대학은 5개교밖에 되지 않는다. 최종 진단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4년제 대학은 평가 대상인 58개 대학 중 무려 51개 대학인 87.9%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는데 이는 타 권역의 자율개선대학 선정 대학 평균 비율인 67.6%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 유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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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원들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정성 지표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에서 "모의평가 결과 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법정부담금 부담률 등에서 수도권대학은 5개 권역 중 중하위였다"며 "수도권대학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역량진단 결과가 '월등히' 좋았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법정부담금 부담률 등 기본지표가 최하위인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며 구조조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대학 기본역량 결과가 지방대의 정원 감소에 직격탄을 안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결과에 따라 대학들은 2021년까지 입학정원을 총 1만315명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서울 지역 4년제 대학은 앞으로 3년 간 입학정원을 238명만 감축하면 된다.

반면 서울(7만 3872명)과 학생 수가 비슷한 광역시(7만 3013명)에서는 입학정원 1191명을 감축해야 한다. 이는 서울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학생 수의 1.6배인 비 광역시(12만 명)에서는 3900명을 감축해야 한다. 서울보다 16배나 많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지방의 광역시보다 비 광역시에서 더 많은 정원이 감축되고 있다.

경제논리로 대학을 줄세울 수 있을까 

물론 시장경제 논리를 충실히 따른다면 경쟁력이 낮은 대학부터 퇴출하는 게 맞다. 실제로 재정구조가 열악한 대학이 지방에 몰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승자독식' 형태의 평가방식이 대학의 경쟁력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대학 지표에는 수많은 외부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들도 지역적 한계 탓에 성장동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취업률 같은 지표는 대학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있는지가 대학의 자구적 노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도 평가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일부 인정해 지방대학에 일부 완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신입생 충원율의 경우 수도권 대학은 99.517%이상이 만점인데, 지방 대학은 98.774%만 충족하면 된다. 그러나 대학을 단순히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양분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역별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대학의 지역 사회 기여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서울과 달리 지방 중소도시는 소수의 대학에 지역 경제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지방대학이 정원을 줄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정에도 상당한 타격이 간다. 한국은행 강릉본부에 따르면 강릉시 소재 대학들의 학생 수 감소로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은 무려 278억 원이 줄었다. 대학 구조조정이 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지방 경제의 자생력 역시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 대학들의 경쟁력 약화는 일부 부실 대학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서울권 대학들과 어깨를 견줬던 경북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90위권)을 받았다. 정성평가와 취업률 등에 발목을 잡혔다. 경북대는 지방거점 국립대학 중에서도 가장 경쟁력있던 대학 중 하나라 충격은 더 컸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경북대는 정원 7%를 감축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요 대학(입학 정원 3천 명 이상 9개교)의 평균 정원 감축률은 1.1%다.

한 번 대학 정원이 감소하면 대학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세계 최고다. 2016년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2.1%로, 미국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 33.3%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된다. 대학의 재정구조가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학 정원이 감축되면 대학은 경쟁력 저하의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부실대학 딱지가 붙은 학교는 학생들도 기피한다. 대학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막상 곳간은 텅 비어있다. 결국 학생이 주니 등록금 수입이 줄고, 수입이 없으니 투자할 재원이 부족하고, 투자를 안 하니 다시 강제로 정원을 줄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구조조정이 지방대를 이런 악순환으로 빠트리는 형국이다.

대학연구네트워크 이우창 연구위원은 3일 기자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지방은 '서울의 삶을 추구하지만 서울이 못 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각 지방대학을 특화할 수 있는 규범적인 상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대학 스스로 특화가 안 된다면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라도 장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방대 몰락,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대학 정책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었다. 대학이 부족해 보일 땐 마구잡이로 대학을 늘렸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너무 많아지자 뒤늦게 칼을 빼 들었다. 서로 사정이 다른 대학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면서 지역 발전 같은 가치는 설 곳을 잃었다. 대신 자리를 잡은 것이 무한경쟁 논리였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대학의 서울 편중 현상이다. 국토의 0.6%밖에 되지 않는 서울에 20%가 넘는 대학생이 몰려 있다. 정부의 대학 정원 구조조정이 지방을 중심으로 진행되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대학의 서울 초 집중화 현상이 지역 사회에 가져올 여파는 어쩌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지금이 여태까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인구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진짜 '백년지대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 / 지방대가 무너진다]
① 1996년 YS가 쏜 화살, '지방대 소멸'로 돌아오다 ☞ http://omn.kr/1jdl3

덧붙이는 글 | 데이터 분석 : 엄세원·유종헌 / 데이터 시각화 : 유종헌
3편 <대학이 떠난 자리, 침묵만 남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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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기자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