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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어찌어찌 마을카페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연 지 서너 달이 지났다. 일명 '오픈빨'로 활기찼던 여름과 가을이 가고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찾아온 것은 그 이름도 무서운 '적자'였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며 전기요금, 프린터와 정수기 임대료, 인터넷 요금만으로도 운영이 힘든 지경인데 겨울에 발맞춰 소모임들도 방학에 들어가고 주민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당시 2월 매출은 고작 9만 8천 원이었다.

매출도 떨어지고 소모임 회비도 걷히질 않으니 하나뿐인 난방기인 등유온풍기에 기름을 사서 넣는 일이 버거워졌다.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운영위원들과 함께 후원주점도 열고 이런저런 재정사업과 새로운 메뉴 개발도 해봤지만, 문을 연 지 1년쯤 되자 400만 원의 적자와 함께 카페지기인 내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카페로 나서는 발길이 무겁다 못해 무서웠다.

출자에 동참한 주민들이며 가족들이 종종 "오늘은 몇 잔이나 팔았어?"라고 묻거나 월세를 내기에도 부족한 통장잔고를 볼 때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밀려들었지만, 섣불리 그만둘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공간이고, 문을 닫는다 해도 설립 초기에 받은 출자금과 차입금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을 닫을 수 없다면 최대한 수입을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픈 초기에는 쓰지 않던 미니 냉장고를 카페지기의 책을 공유하는 작은 서고로 운영했었다.
 오픈 초기에는 쓰지 않던 미니 냉장고를 카페지기의 책을 공유하는 작은 서고로 운영했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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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에 시달리며 미니냉장고의 책을 빼고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채우기 시작했다.
 적자에 시달리며 미니냉장고의 책을 빼고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채우기 시작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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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 인구가 많은 동네가 아니어서 음료 매출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우리는 출자자를 더 모집하고 소모임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스스로를 마을카페의 소모임 브로커라고 자청하던 나는 영어낭독 모임과 드로잉 모임에 이어 치유 글쓰기 모임과 하나의 독서 모임을 더 열었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활동은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적자에 대한 걱정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 월세가 며칠 밀리고 공과금을 제때 못내도 덜 불안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부족한 돈 문제가 해결되는 몇 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왜 적자라고 말을 못 하니
 
 'The Little Prince'를 읽는 영어낭독 소모임
 "The Little Prince"를 읽는 영어낭독 소모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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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모임 중에 밀린 전기요금 걱정을 늘어놓았다.

"전기요금이 3개월이 밀렸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면 전기를 끊는대요."

마을카페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알 리 없는 회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올 때마다 문이 열려 있고 에어컨이 돌아가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운영위원들이야 빤히 아는 살림살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공간을 오가는 소모임 회원들은 전기를 끊는다는 독촉장까지 날아오는 상황을 알 턱이 없었다.

"어머, 어떡해요?"
"가능한 분들에게 차입을 알아보거나 증자를 좀 부탁해보려고요."


전기가 끊긴다던 월요일 아침. 소식을 들은 한 회원이 카페를 찾아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밀렸어요? 내가 출자할게."

그렇게 밀린 전기요금이 누군가의 자발적인 출자로 해결됐고, 이런 경험은 그 후에도 수차례 일어났다. 물론 출자도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지만 "돌려받을 생각 없어요, 그냥 후원할게요"라고 말하는 출자자들이 대부분이다. 

명색이 마을카페고 주민커뮤니티 공간인데 왜 적자 문제를 다 같이 해결하자는 말을 처음부터 못 꺼냈을까.

일단 적자 걱정은 카페지기와 운영위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적자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을카페가 걱정을 끼치고 부담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공간이길 바랐다. 거기에다 평소 아쉬운 소리를 못 하는 성격, 카페지기의 무능력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도 한몫했다.
     
 소모임이 쉬는 겨울방학인 2월 매출액은 9만8천 원이었다. 이 해에 출자와 후원, 차입이 아니었다면 총 3백만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소모임이 쉬는 겨울방학인 2월 매출액은 9만8천 원이었다. 이 해에 출자와 후원, 차입이 아니었다면 총 3백만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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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진짜 나의 무능력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해결할 줄 모르는 데 있었다. 마을카페는 소수의 몇 사람이 꾸려가는 공간이 아닌데. 그제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 사람들은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었는데 내가 손을 내밀지 않은 거였구나.

요즘은 당당히 말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사람이 없냐? 돈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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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