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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사원, 멀리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 조용한 스님들… 흔히 '불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여기 손뼉을 치고 발을 쿵쿵 구르며 소리를 치는 '시끄러운 불교'가 있다. 심지어 삿대질하며 싸우는 듯하다. 사이비 불교가 아니냐고? 정반대다. 융성하고 풍부한 역사와 깊이를 자랑하는 '티베트 불교'의 모습이다.

인도에서 만난 티베트 (2) – 티베트 불교 문화 속으로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에는 중국에 침략당해 국경을 건너온 티베트 민족이 있다. 이들이 이룬 작은 마을 '맥그로드 간즈'에서는 인도의 힌두, 이슬람 문화와는 또 다른 티베트의 불교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그 문화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다. 짐을 풀고 들어간 식당, 기념품 가게 등 모든 곳에 똑같은 인물 초상이 보이는 까닭이다. 바로 티베트 불교의 환생하는 스승, 14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다. 윤회를 통해 이어진다는 달라이 라마는 단순히 종교적인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티베트 민족의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랫동안 중국의 핍박을 받는 지금, 평화적인 독립운동을 진행 중인 현 달라이 라마의 존재는 세계적인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티베트 민족에게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맥그로드 간즈의 한 식당.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맥그로드 간즈의 한 식당.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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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맥그로드 간즈의 곳곳에는 '마니차'가 즐비하다. 둥근 원통처럼 생긴 마니차를 돌리는 행위는 불교 경전을 끝까지 읽은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물론 고작 몇 번의 손짓으로 경전을 읽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보겠다는 한낱 관광객의 요행이 불자들의 마음에 비할 바는 아니겠다. 하지만 나도 부처님의 자비를 떠올리며 소심하게 마니차를 돌려봤다. 생각만큼 가볍게 돌아가지 않아서 마니차를 돌리며 가는 길은 절로 천천히 걷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남걀 사원 외부의 '꼬라길.' 오른편에는 '마니차'가 보인다.
 남걀 사원 외부의 "꼬라길." 오른편에는 "마니차"가 보인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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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사저가 있는 남걀 사원은 한국의 절과는 달리 공원같은 느낌이 든다. 덥진 않아도 고산지대의 강한 햇볕이 따가운 낮엔 지붕이 있는 사원 벤치에 앉아 푸른 산을 바라보면 좋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과 모든 종교적 건축물들이 주는 그것만의 편안한 분위기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기에도 그만이다.

스님들의 논강을 들을 수도 있다. 처음 말한 박수와 발 구름, 삿대질이 바로 이 '논강'이다. 티베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관광객의 눈에 그 모습은 마치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상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하급반의 승려가 선생님과 배운 것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며 배움을 확인하고 넓히는 과정이다. 
 
 티베트 불교의 논강 모습. 스님들이 앉아 있는 스승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논강 모습. 스님들이 앉아 있는 스승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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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떠오르는 불교의 정적이고 적막한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그 모습은 보는 이에게 독특한 울림을 준다. 한 달에 한 번씩 큰 논강이 열리기도 하니 참석해 뜨끈한 차와 티베트 전통 국수 뚝바를 얻어먹어 보기도 하자.

사원 초입에 있는 티베트 박물관을 들러 보는 것 역시 강력히 추천한다. 왜 티베트가 아닌 인도에 티베트인들이 머무르게 됐는지, 어째서 각국의 불자들이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티베트 불교를 배우기 위해 티베트가 아닌 인도로 오는지, 이 활기 가득하고 따뜻한 마을의 뒤편엔 어떤 아픈 역사가 있는지 그 배경을 볼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관련 영화 상영도 있으니 시간을 맞춰 가는 것도 좋다. 전시와 영화 모두 영어 안내/자막이 마련돼 있다.

사원의 외, 내부에 있는 '꼬라길'을 돌 수도 있다. 사원 외부의 꼬라길은 그 경치나 운치가 맥그로드 간즈의 어느 곳보다도 좋으니 꼭 추천한다. 사원 내부의 꼬라길은 세 번을 돌면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길이다.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절대자를 향한 바람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함을 떠올리게 된다.

꼬라길을 돈 후 여행자의 무사와 안녕을 빌어준다는 타라 보살을 향해 한 번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티베트 불교에 조금 친근해진 느낌이 든다.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을 타고 이 산골 마을에 온 여행객들의 걱정까지 다독이려는 티베트 불교의 정다운 마음이다.

올가을엔 낯설고 정다운 인도 속 티베트 마을로

사실 맥그로드 간즈는 매우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하루에라도 마을 전부를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겨우 이삼일 머물렀다 가기엔 아쉬운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인도의 여타 지역과는 다른 티베트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 날씨, 음식까지 그 매력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머무르며 떠남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조금 지루해진다면 분위기가 조금 다른 지역으로 걸어갔다가 올 수도 있기에 인도에서 오래 머무르기 좋은 곳으론 이곳만 한 곳이 없어 보였다.

곧 찾아올 우기가 끝나면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 또 한 차례 청량하고 시원한 맥그로드 간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항공권은 석 달 전이 제일 싸단 말에 올가을 항공권을 이미 사거나 찾아본 사람도 적지 않을 테다.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지도 좋겠지만 만약 지금 비행기 티켓을 찾아보고 있다면 인도 속 티베트로의 조금은 낯선 여행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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