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동강하구에 고니(백조)가 사라지고 큰고니 개체수도 줄어든 가운데, 환경시민단체들이 추진 중인 대저대교‧엄궁대교‧장락대교 건설 철회를 촉구했다.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 난개발저지부산시민연대(아래 부산시민연대)는 환경의날(6월 5일)을 앞둔 4일 저녁 부산시청 광장에서 "고니의 땅,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파괴. 대저대교‧엄궁대교‧장락대교 건설 철회를 위한 세계환경의날 기념 시민문화제"를 열었다.

낙동강 하구는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으로 지정되어 있다. 부산시는 이 일대에 3개 대교와 내무면 마리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시민연대는 이날 시민문화제를 열면서 "더 이상 보호구역을 허물지 말라. 보호구역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교와 마리나 건설 계획에 대해, 이들은 "보호구역의 숨통을 끊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개발계획이다"며 "지금의 건설 계획은 그나마 남아있는 보호종, 큰고니들의 핵심 서식처를 관통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낙동강하구를 찾는 고니는 모두 사라졌고, 년 평균 3000 마리가 도래하던 큰고니마저도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생존의 토대가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습지와새들의친구의 조사 결과, 2017년 겨울(2017년 10월~2018년 3월) 고니는 0개체이고 큰고니의 최대도래수는 1509개체. 2018년 겨울(2018년 10월~2019년 3월)은 고니 0개체에 큰고니 최고 도래수는 1520였다. 고니는 사라졌고, 큰고니 숫자가 1000마리대에서 2년 연속 관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에 대해 부산시민연대는 "더 이상의 보호구역 훼손은 없어야 한다. 지금의 다리 건설 계획을 불허하고 보호구역 보호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큰기러기의 핵심 서식처를 관통하여 보호구역을 파편화하는 대저대교‧엄궁대교‧장락대교의 환경영향평가를 마땅히 반려 내지는 부동의하여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문화재청에 대해 "3개 대교의 현상변경신청을 부결하여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대해 "문화재보호구역을 훼손하는 내수면 마리나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에 대해, 이들은 "지금의 다리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시민들과 함께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민네트워크는 대천천네트워크, 범시민금정산보존회,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녹색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생명그물, 숨쉬는동천, 습지와새들의친구,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한국어촌사랑협회, 수영강사람들, 환경보호실천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 난개발저지부산시민연대의 시민문화제.
 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 난개발저지부산시민연대의 시민문화제.
ⓒ 박중록

관련사진보기

 
이날 시민문화제에서 홍정욱 시인이 "낙동강 고니의 옹알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낙동강 고니의 옹알이 -환경의 날 기념식에 부쳐

홍정욱

1. 조선반도 등뼈따라/굽이굽이 천 삼백 리/겨레 숨결 흐름 따라/고운 모래 모아다가
굽이마다 마을 낳고/마을마다 사람 낳아/울고불고 사랑하며/강물같은 역사이어
세계만방 만민족의/화평세상 바랐더니/오대양을 앞에 두고/멈춰버린 낙동강아

2. 가슴 바닥 긁어내고/심장마다 쇠말뚝에/굽이굽이 강기슭을/칼날같은 직선으로
치고받아 채운곳간/가득할 날 언제인가/난망쿠나 허망쿠나/가이없는 아귀욕망
대저대교 장락대교/엄궁대교 건너건너/절벽으로 가려는가/벼랑으로 가려는가

3. 사람들아 들어보라/입 다물고 들어보라/눈을 감고 들어보라/생명으로 들어보라
수억 생명 터전 뺏고/손발마다 칼날 묶어/치고 베고 살아간들/아귀욕망 채워질까
맹꽁이를 몰아내고/도요새를 쫓아내면/인간세상 개활할까/세세년년 이어질까

4. 걸식으로 헛배 부른/두발짐승 들어보라/바삐 가니 보이더냐/혼자 보니 보이더냐
풀밭 지난 바람소리/순정함을 들었느냐/모래알을 일깨우는/햇살 한 올 보았느냐
허망하고 난망하다/명박그네 이겨내고/사람 먼저 외친 뜻이/하이고야 요것이냐

5. 잊지마라 사람들아/만조생명 얽힌 뜻은/내 몸 네 몸 속속들이/오고가는 이웃인데
어두운 눈 씻고 보라/산의 기억 물의 기억/바람으로 일갈하고/물결로써 내보였다
긴 목 들어 눈을 감고/울음 삼킨 옹알이다/삽을 꺾고 돌아보라/생명으로 돌아보라

태그:#낙동강 하구, #부산광역시, #천연기념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