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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한인 사회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사회도 다양한 소집단으로 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분화된 재외한인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인회에 소속되길 거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한인회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한인회가 다양한 한인들의 요구를 수용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신임 한인회장 선출을 둘러싼 대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인도네시아 사례를 취재했다.   <기자말> 
 
재인도네시아한인회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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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인도네시아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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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지난 2월 26일 제 6대 신임 한인회장을 선출했다. 제 6대 한인회장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2019년 1월부터였으며, 당초 2018년 11월 29일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차 선거에서 88표 중 57표를 얻어 A후보가 당선됐지만, 올해 2월 돌연 재선거를 통해 새로운 후보인 B씨가 총 92표 중 39표를 얻어 선출됐다. 이를 두고 한인사회에서는 A씨와 한인회에 대한 억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재인도네시아 한인회는 이미 결과가 나온 선거 결과를 번복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면서도 한인들에게 재선거 실시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재선거 논란과 함께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의 대표성을 두고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1, 2차 선거에 참여한 투표자는 각각 88명과 92명으로 100명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 수는 3만 1091명에 이른다. 전체 한인 대비 한인회 회장 선거 투표참여자는 약 0.3%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인 온라인 언론 커뮤니티에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참정권 행사 막는 비상식적인 찬조금 

그러나 투표참여자가 0.3% 불과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정관에 따르면 한인회의 목표는 '본회는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들을 대표하는 봉사단체로서 한인들 상호간에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고, 상부상조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과학, 예술 등 가능한 분야에서 상호이해 및 협력하여 관계증진에 기여하고, 나아가 양국 간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정회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체류 허가를 득하여 1년 이상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한인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회원 회비는 부칙 제 2조에 따라 가구당 매년 30만루피아(Rupiah, 6월 11일 환율 기준 약 2만 5000원)를 내야 한다.  그러나 정관에는 정회원의 역할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으며 회장 선출 권한도 없다. 한인회측은 해당 회비는 불우이웃돕기의 명목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인동포들을 돕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한인회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 자격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우선  '회장은 이사회에서 무기명 비밀 투표로 선출한다.(제 11조 1항)'라는 조항을 근거로 모든 행위가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회장 선출 권한이 있는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될까. 우선 총칙 제 18조 1항에 의하면 이사는 회장단의 추천에 의해 회장이 선임 위촉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부칙 제 2조에 따르면 '이사는 1년에 1000달러의 찬조금을 내도록 되어있으며, 회장선출 시 이사는 매년 이사회비를 2년 이상 납부한 자에 한해 투표권을 부여한다' 라고 명시돼 있다. 즉, 회장이 선임 위촉한 이사 중 1년에 1000 달러 이상 찬조금을 2회 이상 납부한 이사들에게만 한인회장 투표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재인도네시아 한인 중 100여명(전체 한인의 0.3%)만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회장 후보 등록 요건에 대해 설명한 13조 2항 내용은 더 문제다.

'후보자는 본회 회장 입후보 등록 시 본회 발전을 위하여 5만달러를 본회 명의 은행 계좌에 입금하여야 하며, 회장으로 선출된 후보의 등록금은 선출 즉시 본회 발전기금으로 처리되고 선출되지 않은 후보의 등록금은 반액인 2만 5000달러를 본회 발전기금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반액 2만 5000달러는 투표일로부터 일주일 이내 돌려준다.'

즉 회장 선거에 나가고자 하는 출마자는 최소 2만 5000달러를 낼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기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에 입장을 물었지만 열흘이 넘도록 답을 듣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한인회는 재인도네시아 한인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봉사활동, 행사 등을 기획하고 한인 관련 사건사고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인회 참여 문턱이 높아, 다수 한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에 20년 이상 거주한 한인 C씨는 "현재 한인회장 선출 방식은 일반 한인들의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한인회는 본인들이 대표성 있는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는 선출 방식이 계속 유지되는 한 한인사회에서 신뢰받기는 어렵다"며 회장 선출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장 선거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
 

태그:#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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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도시 지리, 이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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