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영화 포스터

▲ <알라딘>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그라바 왕국의 좀도둑인 알라딘(메나 마수드 분)은 성 밖으로 나온 공주 자스민(나오미 스콧 분)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알라딘은 자스민 공주를 공주의 시녀로 착각하고 왕궁으로 몰래 찾아간다. 통치자 술탄(네이비드 네가반 분)의 권력을 노리던 마법사 자파(마르완 켄자리 분)는 알라딘이 마술램프가 있는 신비의 동굴에 들어갈 수 있는 '진흙 속의 보석' 같은 사람임을 간파한다.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알라딘은 '램프만 가져오면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자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알라딘은 실수를 저지르며 신비의 동굴에 갇히고 만다. 호기심에 램프를 문지른 알라딘 앞에 램프의 주인이 원하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윌 스미스 분)가 나타난다.

원작의 명성 때문에 쉽지 않았던 실사화... 결국 해냈다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금 디즈니는 마블, 스타워즈, 픽사, CG 애니메이션, 라이브액션(실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전 세계 극장가를 호령하고 있다. 30여 년 전 상황은 달랐다. 1970년대에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의 사망, 스튜디오의 경영진 교체, 베테랑 애니메이터의 은퇴 등 여러 문제가 맞물리며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슬럼프를 겪던 디즈니는 1989년 <인어공주>가 큰 성공을 기록하며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한다. 디즈니는 이후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포카혼타스>(1995),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 <타잔>(1999) 등 흥행 성적과 작품성, 아카데미 수상을 거머쥔 작품을 쏟아냈다.

영화 <디즈니>(2019)는 디즈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실사로 옮긴 작품이다. 개봉 당시에 1992년 북미 및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제18회 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 수상, 제5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런 만큼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실사로 옮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명작의 그늘은 그만큼 컸다.

실사 <알라딘>의 조나단 아이리히 프로듀서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요소를 지키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가 도전 과제였다"라고 제작 목표를 설명했다. 댄 린 프로듀서는 "좀 더 강화할 부분, 현대화 할 부분의 골조를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실사 <알라딘>은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가졌던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빛나는 음악,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 캐릭터, 보편적인 주제를 갖춘 고전적인 서사 구조 등 장점을 밑바탕으로 삼고 그 위에 새로움을 추가한다.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알라딘>엔 캐릭터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캡쳐, 세트 확장, 디지털 환경, FX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CGI가 동원되었다. 알라딘의 심복 원숭이 아부, 마법의 양탄자, 자파의 앵무새 이아고, 자스민의 호랑이 라자는 디지털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연출을 맡은 가이 리치 감독은 '사실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알라딘>이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에 속하나 어떤 영화보다 실감나는 액션, 현실적인 세상이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에 감독은 알라딘 역을 맡은 메나 마수드가 액션 연기를 위한 훈련 과정을 거치도록 했고, 실물 세트와 소품에 특수효과를 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덕분에 가이 리치 감독의 전작보단 덜하나, 도시 속 추격 장면에선 특유의 리듬감도 느낄 수 있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뮤지컬 장르에 속한다. 실사도 뮤지컬 장르를 잇는다. 가이 리치 감독은 "<알라딘>은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뮤지컬이다. 너무 대담하지도, 그렇다고 기존의 것을 똑같이 재현하는 쪽도 아니되,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만들고 싶었다"라고 음악 연출 과정을 밝혔다.

지니의 능력을 상상력 넘치는 과장법으로 보여주는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와 화려한 행진을 선보이는 '프린스 알리(Prince Ali)'는 윌 스미스의 노래와 어울려 흥겹게 펼쳐진다. 발리우드의 색깔도 가미되어 흥을 돋운다. 단연 백미는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다. 알란 맥켄, 팀 하이스 콤비는 이번에도 그대로 합류하여 깊이를 더한다.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이 일정한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 실사 <알라딘>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알라딘은 겉모습은 좀도둑에 불과하나 내면은 진흙 속의 보석 같이 선한 사람이다. 영화는 그를 통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램프에 갇힌 지니와 왕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스민 공주를 빌려 자유의지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주제가 제목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은 이것들을 표현한 것이다.

실사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디즈니가 <겨울왕국>부터 애니메이션과 실사에 투영한 진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자스민 역을 분한 나오미 스콧 배우는 "자스민은 강인하고 독립적이다. 백성들과 유대감을 느끼고 그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싶어하는 리더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뿐 아니라 남들의 선택을 위해서도 투쟁한다"고 캐릭터를 부연했다.

실사에서 새롭게 추가한 자스민 공주의 테마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공주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가 되지 못 하고 억압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자스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여기에 자파의 제국주의 태도에서 엿보이는 정치적 텍스트를 합하면 영화가 그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폭넓게 다가온다.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알라딘>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말리피센트>(2014),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2018), <덤보>(2019)로 계속되는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영화들은 "원작보다 좋은가?" 또는 "실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파괴하지 않나?" 같은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예술의 관점이 아닌, 오로지 비즈니스 측면에서 나온 돈벌이 영화란 비판도 받는다. 완성도 역시 들쑥날쑥하다.

실사 <알라딘>은 이제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이 일정한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원작의 장점에 애니메이션을 현실적으로 옮긴 CGI,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규모, 21세기 여성상에 어울리는 공주의 재해석 등 모든 면에서 업데이트를 이루었다. 월 스미스는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에 미치지 못할 거란 걱정을 연기와 노래로 완벽하게 지웠다. 라이브 액션 <알리딘>은 애니 <알라딘>과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라이브 액션의 제작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알라딘 가이 리치 메나 마수드 윌 스미스 나오미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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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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