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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청 공무원 2명이 공무직 채용비리 혐의로 감사‧수사를 받았고, 증거인멸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함안군은 공무직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함안군 공무직 채용 비리 의혹은 지난해 7월 불거졌다. 2018년 7월 4일 <오마이뉴스>가 단독보도하면서 알려졌고, 이후 경남도 감사실에서 감사와 경남지방경찰청의 수사가 진행되었다. 

검찰은 함안군청 공무원 2명에 대해, 공용서류손상(교사)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했고, 1심 판결이 지난 5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있었다. 법원은 공무원 ㄱ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공무원 ㄴ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함안군은 지난해 6월 공공부문 공무직(정규) 18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해마다 계약갱신을 해온 비정규직들은 떨어지고, 전‧현직 군의원과 공무원의 가족들이 채용되어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오마이뉴스> 보도 다음 날, 경남도는 함안군에 대해 특정감사를 했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그해 7월 5일 함안군 기획감사관실에 연락해 감사장 준비와 서류 준비를 요구했다.

감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직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공무원 ㄱ씨가 면접 채점표에 연필로 가채점해 놓았던 부분이 지워지고, 해당 채점표를 새로 작성해 교체해 놓았던 것이다.

당시 함안군은 응시자에 대한 채점표를 '공무직 면접시험 채점표' 서류철에 편철하고, 원본 채점표는 문서세단기에서 파쇄되었다. ㄱ씨가 ㄴ씨한테 증거인멸을 교사했던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채용과정에서 어떠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기에 증거인멸 교사가 설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서류 파기 행위로 인해 처리한 업무의 적법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면 증거인멸교사가 성립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면접위원으로서 업무를 적정하게 처리하였는지, 특정 응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가채점과 다르게 본채점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은 아닌지에 관한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함안군 공무직 채용 면접관은 4명이었다. 당시 합격했던 함안군 부군수 비서 부인의 경우, 3명 면접관이 채점한 응시자 1위와 2위의 차이는 4점이었는데, 면접관이었던 피고인 ㄱ씨가 채점한 1위와 2위의 면접 점수 차이는 10점이었다.

법원은 "서류 파기행위에 따라 면접채점표 원본이 없어진 이상, 원본에 가채점 외에 어떠한 표식이 있었는지, 가채점한 점수와 펜으로 작성한 최종 점수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며 "결국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피고인들이 했던 "방어권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국가의 형사사법작용 내지 징계 작용을 방해한 것으로서, 이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반성하고, 동료 공무원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형량을 정했던 것이다.
  
경남 함안군청.
 경남 함안군청.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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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 "공무직 채용공통지침 마련"

함안군은 6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함안군은 공무직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함안군은 "그동안 관련 지침이 있었으나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이러한 지적에 따라 함안군에서 '함안군 공무직 채용공통지침'을 마련하였다"고 했다.

이번 지침 마련의 계기에 대해, 함안군은 "지난해 6월에 공무직 채용과정에서 부당한 압력과 청탁으로 지역유력인사의 자녀와 친인척 다수가 합격하였다는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수사를 받았고 최근 1심 판결에서는 관련 공무원 2명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함안군이 마련한 관련 지침의 주요내용을 보면,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도입하고 채점과정에서 면접관이 일방적으로 점수를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지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면접과정에서 면접관이 면접대상자를 인식할 수 없도록 면접대상자가 스스로 임시호칭을 결정하여 채점표에 직접 기재토록 하였다.

면접관은 관련 직종의 인사전문가 위주로 구성하고, 면접관의 개인적 일탈을 예방하기 위하여 면접관도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채점방식에 대해, 기존에는 면접관이 채점한 전체 평가점수를 합산하던 방식에서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점수만을 합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함안군은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고 했다.

함안군 관계자는 "지난해 공무직 채용 관련 문제가 발생하여 인사행정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안타깝다"면서 "채용 등 인사운영과 관련하여 앞으로 잘못된 부분은 법률자문 등을 거쳐 개선해 나가고 공무직 뿐만 아니라 채용의 모든 과정에서 한치의 의혹도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열린 함안군의회 의원간담회 자리에서 조근제 함안군수는 "본인 취임 이전에 발생한 사안이지만, 공무직 채용과정에 문제가 발생한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종하 경남도의원 "피해자 구제 방안 강구되어야"

함안군 공무직 채용 문제에 끊임 없이 관심을 보여왔던 장종하 경남도의원(함안)은 이와 관련해 낸 자료를 통해 "함안군이 투명한 인사 시스템으로 부정채용 오명이 없기를 바란다"며 "피해자 구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 해 불거진 함안군 공무직 부정 채용 의혹 이후 1년 만에 사과와 함께 '함안군 공무직 채용공통지침'을 통해 채용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당시 간호사, 영양사, 치위생사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무의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 면접관으로 전 기획감사실장, 전 차량등록사업소장, 전 교장, 행정과장 등 관련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직무에 있던 분들이 선임되었다"며 "어떤 기준으로 전문성과 공정성을 평가했는지, 채용에 문제가 없었다면 왜 면접 서류를 파쇄하였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유죄를 선고받은 공무원이 수년간 계약을 갱신해온 노동자는 점수를 낮게 부여하였다"며 "특정인을 채용해주기 위한 면접 과정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장종하 의원은 "공무직 전환 정책이 오랫동안 계약직으로 일한 노동자의 직업의 안정성을 위해 이뤄지는 정책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길 바란다"며 "제도 개선과 함께 피해자 구제 방안을 강구하여 인사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 함안군청 관계자는 "당시 의혹 제기 이후, 함안군에서는 18명의 임용 연기 조치를 했다. 그 뒤 재판이 늦어지고 누가 부정채용 되었는지가 확인하지 않아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다 발령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사, 수사 과정에서 누가 부정채용 되었는지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피해자 구제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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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함안군청, #창원지방법원, #장종하, #조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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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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