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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했다. 오늘은 그동안 스페인에서 몰던 차량을 반납하고, 포르투갈로 넘어가야 하는 날이다. 이번 여행은 마드리드로 들어와서 리스본을 통해 나가야 하는 여정이라, 톨레도에서 빌린 차량은 세비야에서 반납하고, 포르투갈의 국경 도시인 파로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빌릴 때, 반납할 장소가 다르면 추가 비용이 드는 데다가, 국가를 달리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기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차량을 일찍 반납하고, 오전 시간 동안은 세비야 대성당을 관람하기로 했기에, 일찍 서둘렀다.
 
세비야 광장의 매점입니다.  매점은 어디나 비슷한데, 이 광장의 매점에는 책을 파는 곳이 제일 눈에 띄었어요. 갑자기 서점을 찾고 싶어지게 하더라구요!
▲ 세비야 광장의 매점입니다.  매점은 어디나 비슷한데, 이 광장의 매점에는 책을 파는 곳이 제일 눈에 띄었어요. 갑자기 서점을 찾고 싶어지게 하더라구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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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광장에서 만난 사람입니다. 누구일까요? 세르반테스입니다. 손에 들고 있는 돈키호테를 보니, 확실해요!
▲ 세비야 광장에서 만난 사람입니다. 누구일까요? 세르반테스입니다. 손에 들고 있는 돈키호테를 보니, 확실해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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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반납하고 시내로 돌아와서, 아직 늦지 않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볕이 잘 드는 공원 한편의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변 사람들의 테이블에 놓인 것들을 주문한다. 잠시 현지인들 옆에서 현지의 사람들을 흉내내는 시간이다.

그들의 아침을 그들의 시간과 함께 보내는, 완전한 이방인의 시간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은 계속 흉내를 내지만, 결국은 이곳에 속하지 않은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괜찮다. 내가 속해 있다고 믿는 곳에서 느끼는 소외보다는 훨씬 낫다.
 
현지의 사람들과 함꼐 현지인을 흉내내는 아침입니다.  그들의 먹는 것을 시키고, 그들처럼 여유로운 아침의 시간을 보내는, 저는 완벽한 이방인입니다. 너무나 이질적이어도 괜찮은 시간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요?
▲ 현지의 사람들과 함꼐 현지인을 흉내내는 아침입니다.  그들의 먹는 것을 시키고, 그들처럼 여유로운 아침의 시간을 보내는, 저는 완벽한 이방인입니다. 너무나 이질적이어도 괜찮은 시간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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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돈키호테를 샀습니다.  돈키호테를 사고 싶었는데, 더듬거리는 스페인어로는 원본은 자신이 없어서, '어린이를 위한 돈키호테'를 한 권 데려왔습니다.
▲ 어린이를 위한 돈키호테를 샀습니다.  돈키호테를 사고 싶었는데, 더듬거리는 스페인어로는 원본은 자신이 없어서, "어린이를 위한 돈키호테"를 한 권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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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침의 햇살을 즐기는 동안 대성당의 가이드 투어를 예약한 시간이 되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성당 앞의 광장 (Plaza Virgen de los Reyes)을 지나, 입구에 도착했다.

"오늘부터 규정이 바뀌었어요. 민소매로는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갑자기 바뀐 규정으로 같은 그룹의 몇몇이 제지를 당했으나, 가이드의 요청으로 간신히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비야 대성당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은 소매가 있는 옷을 입는 게 좋겠다.

대성당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12세기에 이슬람의 모스크로 지어진 건물을 성당으로 재건축한 건물답게, 복합적인 건축 양식이 뒤섞여 있었다. 건물의 한쪽 벽은 고딕 양식을 따른 대리석 구조물이었고, 다른 한쪽은 이슬람식의 벽돌로 지어진 것이 대비를 이루는 식이다. 가이드는 이 성당이 정원을 제외한 성당 자체의 크기만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설명을 더했다.

성당의 내부는 화려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스페인의 가장 황금기를 이끌었던 도시답게, 성당의 곳곳에는 정복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착취한 귀금속들로 번쩍였다. 게다가 신과 왕실에 최대의 예의를 표하는 이곳의 주인은, 놀랍게도 인간인 '크리스토프 콜럼버스'였다. 많은 사람들은 신의 공간에서 인간의 무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세비야 대성당의 주인은 인간이네요.  성당의 한 켠에 크리스토프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밟지 않겠다'던 그의 유언대로, 관은 스페인을 구성하던 네 개의 왕국 국왕의 어깨에 얹혀 있습니다.
▲ 세비야 대성당의 주인은 인간이네요.  성당의 한 켠에 크리스토프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밟지 않겠다"던 그의 유언대로, 관은 스페인을 구성하던 네 개의 왕국 국왕의 어깨에 얹혀 있습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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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내내,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끌어낸 주인공인 콜럼버스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의 '위대한 항해'는 유럽인들의 세계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그곳의 원주민은 그들의 터전을 잃었고, 수많은 학살과 착취가 이어졌다. 그들의 항해는 아메리카 대륙을 시작으로 인도를 거쳐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어졌고, 역사는 그때부터 시작된 혼란을 감내해 내느라 힘겹다. 나는 갑자기 콜럼버스의 겁 없는 도전이 빚어낸 현재가 너무나 무서웠다.

콜럼버스가 세웠던 달걀이 '창의적인 도전'의 상징이라고 배웠던 때가 있다. 역사를 '유럽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던 교육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세계는 그들의 도전에 의해 상처를 입었고, 균형을 잃었다. 우리에게 지금의 세계를 바라보게 했던 교육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복잡한 마음으로 성당을 벗어났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포루투갈로 넘어갔습니다. 두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탔을 뿐인데, 나라가 바뀌어 있었고 시간이 한 시간 빨라졌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기대해도 되겠죠?
▲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포루투갈로 넘어갔습니다. 두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탔을 뿐인데, 나라가 바뀌어 있었고 시간이 한 시간 빨라졌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기대해도 되겠죠?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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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경을 넘어야 할 시간이다. 세비야의 버스 터미널에서 포르투갈의 파로로 가는 표를 예약했다. 버스 터미널은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았고, EU로 연결된 그들에게 국경을 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리니 전화기는 계속 메시지를 보내며 국경을 넘었음을 알렸고, 시간은 한 시간 앞으로 갔다(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에는 한 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국경을 넘는 것이 이렇게나 아무렇지도 않다니, 놀랍기만 하다.

언젠가 우리도 남과 북의 경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언젠가 포항에서 기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합류한 친구들과 함께, 평양에서 냉면을 먹을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우리 모두가 함께 북의 친구들과 같은 기차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의 이 땅을 같이 밟을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파로에 도착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첫인상은 아직 낯설지만, 기대된다. 시작해 볼까?
 
첫 인상은 좋지 않습니다.  국경의 작은 도시는 어지럽고, 아직은 많이 낯설었어요. 게다가, 날씨는 바닷바람으로 날아갈 만큼 춥더라구요. 점점 익숙해 지겠죠?
▲ 첫 인상은 좋지 않습니다.  국경의 작은 도시는 어지럽고, 아직은 많이 낯설었어요. 게다가, 날씨는 바닷바람으로 날아갈 만큼 춥더라구요. 점점 익숙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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