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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9 09:09수정 2019.06.19 09:09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일반 판매장에서 하기 힘든 걸 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생산자는 가장 맛있는 시점에, 가장 맛있는 품종으로 판매할 수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일반 판매장에서 하기 힘든 걸 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생산자는 가장 맛있는 시점에, 가장 맛있는 품종으로 판매할 수 있다. ⓒ 김진영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2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6년 뒤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 229곳이다. 출장길에 시·군 경계를 넘을 때마다 심심찮게 매장을 볼 정도로 많아졌다. 대개 큰 도시의 농협 하나로마트에 입점하는 형태이지만, 독립 매장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시·군의 경계를 넘지 않고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을 뜻한다. 양이 모자라면 이웃한 시·군의 상품을 받을 수도 있다. 로컬푸드라고 하니 무엇인가 거창할 듯 싶지만 직역하면 동네 음식(식품)이다. 반듯한 건물에, 밝은 조명 아래 상품을 진열해 놓고 있을 뿐 오일장터의 상품과 다를 바 없다. 오일장은 닷새마다 한 번씩 열리지만, 로컬푸드는 매일 진열해 놓고 판매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로컬푸드 직매장 또한 장·단점이 공존한다. 우선 단점은 판매하는 상품이 적다는 것이다. 전국적, 혹은 전 세계에서 온 상품들로 가득 찬 큰 대형마트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다. 양파를 산다고 했을 때 대형마트에서는 여기에 없으면 다른 곳에 가면 살 수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양파를 구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상품 수도 적지만, 어떤 품목은 판매하는 기간도 짧다. 있을 때는 많이 있다가 없을 때는 오랫동안 없다. 풍족하게 상품을 갖다놓은 대형마트에 비해 상품 수가 적고, 때로는 없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의 쇼핑은 불편한 게 당연하다.

지역에 따라 농산물의 작기(作期)가 다르다
 
경기도 김포의 한 로컬푸드 직매장.

경기도 김포의 한 로컬푸드 직매장. ⓒ 김진영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농산물의 작기(作期)를 알면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작기는 지역에서 작물이 나는 시기를 뜻한다.

예를 들어 3월에 제주도에서는 양배추가 나지만, 충북 괴산에서는 6월이 돼야 양배추를 수확한다. 3월 괴산의 로컬푸드 매장에는 양배추가 없을 수 있다. 양배추의 작기가 제주는 3월이지만, 괴산은 6월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기가 지나면 생산이 끝나거나 소량이 나와도 제철의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지역의 생산 품목이 바뀐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양배추는 다 같아 보여도 추워지면 남쪽에서, 한여름 삼복더위에는 대관령에서 생산해 원산지가 다르다.

6월 중순, 김포 시내에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았다. 매장을 한 바퀴 구경하는데 잠깐이면 될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치고는 꽤 규모가 있는 편이다. 생산자들이 아침에 진열하고 간 상품을 보고 있자니 6월 중순 김포에서 주로 생산하는 채소들이 무엇인지 보였다. 

애호박, 토마토, 오이가 판매대마다 빠짐없이 있었고, 일찍 수확하는 완두콩 판매대에서는 호랑이 콩도 두 생산자가 진열한 걸 보니 이제 시작인 듯 싶었다. 6월 김포의 작기는 토마토, 오이, 애호박이다. 다른 것은 시작이거나 끝물이다. 한창 생산 중인 작물은 양도 많고 가격도 싸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은 '로컬'에 있다. 몇 단계를 거치는 일반 유통과 달리 대개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된다. 생산 시점이 중요한 채소류는 유통 단계가 짧아질수록 소비자는 더 맛있는 걸 살 수 있다. 

채소는 수확한 뒤에도 호흡 활동을 한다. 광합성과 뿌리로 흡수한 영양분을 당분으로 저장한다. 수확하면 광합성으로 양양분 생성은 중단되지만, 저장한 당분을 에너지원 삼아 호흡 활동을 지속한다. 수확, 산지 경매, 중매인, 소매인 등 유통 단계를 많이 거치게 되면 그만큼 당분이 감소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산지에서 판매장으로 바로 오니 채소류의 단맛이 유통 단계가 복잡한 판매장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 텃밭 채소가 맛있는 이유는 내가 키운 보람도 '양념'으로 작용하지만, 달곰한 맛이 최고치인 걸 수확해서 곧장 먹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일반 판매장에서 하기 힘든 걸 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생산자는 가장 맛있는 시점에, 가장 맛있는 품종으로 판매할 수 있다. 모양 좋고, 생산성 좋은 품종이 아닌 지역에 맞는 맛있는 품종을 생산할 수 있다.

지역에 맞는 맛있는 품종 생산·판매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은 '로컬'에 있다. 몇 단계를 거치는 일반 유통과 달리 대개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된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은 '로컬'에 있다. 몇 단계를 거치는 일반 유통과 달리 대개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로 연결된다. ⓒ 김진영


6월 김포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다다기오이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기온이 올라가야 취청오이나 가시오이가 나올 것이다. 감자는 그나마 '수미'라는 품종을 표시해서 팔고 있었지만, 토마토는 그마저도 없었다. 크기가 차이나는 방울토마토와 토마토로만 나뉠 뿐 품종 구분은 없었다.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토마토 품종이 600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서 가장 맛있는 품종을 아침에 수확해서 판매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토마토일 것이다. 파란색이 돌 때 수확한 뒤 유통 단계에서 익은 토마토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토마토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손상되는 것이 많아 껍질이 두꺼운 걸 주로 재배한다. 그러다보니 맛은 뒷전이고 유통 과정에서 상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로컬푸드는 생산자가 직접 진열하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 재 너머 김씨는 토마토를 잘 키우고, 아랫마을 이씨는 분 나는 감자를 잘 키우는 게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게 아닐까 싶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상품 수가 많았으면 하는 것은 바람일 뿐이고 욕심이다. 늘 상품 수가 많고 수량도 풍족한 할인마트에서 쇼핑하던 것과 환경이 달라 낯선 것뿐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상품은 계절 변화에 따라 상품이 달라진다. 불편함은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곳보다 맛있는 제철 식품이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최대 장점은 바로 '산지의 맛'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2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6년 뒤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 229곳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2년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6년 뒤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 229곳이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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