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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백이 꿈꾸던 천모산
 
 라벤더농원
 라벤더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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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서 신선거로 가는 길에 닝하이(寧海: 영해) 휴게소엘 들른다. 그곳에서 저장성(浙江省: 절강성) 도로망 지도와 관광자료를 얻는다. 자료 중 눈에 띄는 것이 린하이(臨海: 임해)시에 있는 타이저우부성(台州府城)이다. 성곽과 거리,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역사문화유적이다. 태주부성장(城墻), 자양가(紫陽街), 동호(東湖), 건산(巾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다고 한다.

태주부성이 휴게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우리의 목적지가 신선거이기 때문에 서쪽 센쥐현을 향한다. 신선거는 센쥐현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있다.

신선거에 거의 도착해서 잠시 라벤더 밭에 들른다. 관광용으로 조성해 놓은 농원으로 사람들이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마침 소나기가 쏟아져 일부구간만 보고 버스로 돌아온다. 라벤더 농원에서 10분도 안 되어 신선거 산장호텔에 도착한다. 산장호텔은 신선거 산속에 위치한다.
 
 호텔 앞으로 펼쳐진 암봉과 운해
 호텔 앞으로 펼쳐진 암봉과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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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으로 바위 연봉이 둘러싸고 있다. 산봉우리 사이를 안개가 휘감아 돈다. 인간계가 아닌 선계라는 느낌이 든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은 우리 일행은 신선거 등산대회장으로 이동한다.

매표소에서 안내 팸플릿을 하나 받아든다. 신선거를 '태백이 꿈에 노닐던 곳이고, 안개와 노을이 최고인 성(太白夢游處 烟霞第一城)'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태백은 시선 이태백을 말한다. 그가 꿈에 천모산을 유람하고 이별시를 남겼다고 한다(夢游天姥吟留別).

바다를 유람하는 사람들이 영주를 말하길        海客談瀛洲
안개와 파도로 어슴푸레해 찾기 어렵고           煙濤微茫信難求
월나라 사람들이 천모산을 이르길                  越人語天姥
명멸하는 구름 무지개 사이로 가끔 보인다네.    雲霓明滅或可睹


 
 신선거와 이백
 신선거와 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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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천모산은 신선거의 옛 이름이다. 이태백이 천모산을 구름무지개 피어나는 곳으로 묘사했다면, 현대인들은 신선거를 안개와 노을 가득한 절경으로 표현했다. 그 때문인지 사전 행사 중 이 시와 관련된 붓글씨 쓰기가 진행되었다. 문구는 '神仙居,李白夢游的天姥山!'이다. '신선거는 이백이 꿈에서 놀던 천모산'이라는 뜻이다. 이 글씨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합작 형식으로 쓰여졌다. 참가자들은 나중에 이 글씨를 펼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한중 예술단의 축하공연
 
 <백화쟁연(百花爭姸)>
 <백화쟁연(百花爭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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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한국과 중국 예술단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중국팀의 공연은 <백화쟁연(百花爭姸)>이다.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는 모습을 무용수를 통해 재현하고 있다. 전통복장에 덮개형 모자를 쓰고 긴 덧소매를 달고 기교를 부려 추는 춤이다. 모자가 꽃술을, 긴소매가 꽃잎을 상징하는 것 같다.

한국팀의 공연작품은 <흥부의 손놀림>이다. 전반부에는 탈(가면)을 쓰고 북과 장구에 맞춰 부채춤을 춘다. 후반부에는 가면을 벗고 꽹과리, 북, 장구를 두드리며 사물놀이 개념의 공연을 펼친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탈춤을 이처럼 현대적으로 바꿀 수 있다니 놀람기만 하다. 빠른 음악과 역동적인 몸놀림이 등산객들을 사로잡는다.
 
 <흥부의 손놀림>
 <흥부의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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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에는 다 함께 헬스 트레이닝과 에어로빅 개념의 준비운동을 한다. 등산에 대비해서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마음의 긴장을 풀기 위한 것이다. 이들 행사를 마치고 오후 2시 한국과 중국의 등산객 300명 정도가 등산대회 출발점에 선다. 이 중 100명 정도가 뛰어서 순위 경쟁을 하고, 150명 정도가 걸어서 산에 오르고, 50명 정도가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를 예정이다. 우리는 걸어서 산에 오르기로 한다.

걸어서 올라가는 등산길
 
 북해삭도참
 북해삭도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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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거의 등산로는 6개의 길(六道)로 이루어져 있다. 보리도(菩提道: 610m), 반야도(般若道: 960m), 인연도(因缘道: 1,500m), 관음도(觀音道: 830m), 비응도(飛鷹道: 550m), 무위도(無爲道: 525m). 이를 신선거 육도라 부른다. 이들 중 앞의 세 길은 북해 쪽에 있고, 뒤의 세 길은 남해 쪽에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걸어서 고생고생하며 인연도로 올라가는 바람에 이들 육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보리도와 반야도는 북해삭도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인연도로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보리도와 반야도를 보지 못하고 남천교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등산대회의 골인지점인 구사정(九思亭)은 반야도 구간에 있다. 그 대신 걸어 올라가면 바위와 폭포를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단이 많아 관절이 나쁘거나 나이든 사람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장군봉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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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거에서 풍경구 북쪽 입구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볼거리가 서암사유지(西罨寺遺址)다. 서암사는 신선거의 대표적인 절로, 송나라 때 설애선사(雪崖禪師)에 의해 크게 번창했다고 한다. 현재는 당우 한 채만 남아 이곳이 절터였음을 말해 준다. 이곳을 지나면 동천문(東天門)이 나오고, 수녀봉(羞女峰)이 나온다. 수녀봉은 남근석 모양의 바위로 여자들이 부끄러워하는 바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지나면 계류가 나오고, 그곳에 아치형 문선교(問仙橋)가 놓여 있다, 선계로 들어가는 입구인지 물어보는 다리라는 뜻이다. 최근에 만든 다리로 옛날에는 돌다리를 통해 건너갔던 것으로 보인다. 돌다리 너머로 천계봉(天鷄峰)이 보인다. 조금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서천문(西天門)이 나오고, 장군봉(將軍峰)도 보인다. 이들을 지나 남쪽으로 산을 오르면 북해삭도참이 나온다. 북해를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 정거장이다.
 
 상비폭
 상비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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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불해범음(佛海梵音)으로 알려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불해범음은 '부처님의 바다에 범종소리 울려 퍼진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보면 멀리 산중턱에서 폭포가 2층으로 떨어진다. 비천폭(飛天瀑)이다. 길이는 길지만 수량이 적어 그렇게 웅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곳에서부터는 경사가 시작된다. 그 때문에 곳곳에 계단을 설치했다. 어느 정도 오르자 길옆으로 또 하나의 폭포가 떨어진다. 상비폭(象鼻爆)이다. 코끼리코 폭포라는 뜻이다.

상비폭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중간 중간 정자를 만들어 쉬어가도록 했다. 정자에서 북해삭도참이 내려다보인다. 산위로 웅장한 바위들도 눈에 들어온다. 중간에 등산대회 종점이 2㎞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필요한 사람은 이곳에서 물도 하나씩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비가 오고 날이 흐려서 그런지 물이 별로 필요치 않다.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연하협(烟霞峽) 장관이 펼쳐진다. 연하협의 바위들은 화산유문암(火山流紋巖)으로, 화산폭발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으며 특별한 모양의 바위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연도에서 만난 인연들
 
 인연도의 현공잔도
 인연도의 현공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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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도에 이르면 잔도(棧道)를 만날 수 있다. 현공(懸空)잔도라 불리는 것으로 암벽과 단애에 설치해 공중에 뜬 것 같은 길을 말한다. 신선거에는 3㎞가 넘는 잔도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인연도에 이르면 길은 구사정 방향과 술고정(述古亭) 방향으로 나눠진다. 구사정 방향으로 가면 북해삭도를 탈 수 있고, 술고정 방향으로 가면 남해삭도를 털 수 있다. 우리는 남천교를 지나 남해삭도를 탈 예정이기 때문에 술고정 방향으로 간다.

인연도 입구에는 연하제일성(烟霞第一城)이라는 붉은 석각 글씨가 새겨져 있다. 연하협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앞으로 가게 될 인연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인연도는 잔도를 따라가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편이다. 중간에 술고정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번 등산대회에 손주들과 함께 참여한 부부를 만난다. 아이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잘도 올라간다. 이번 여행에는 아이들이 네 명 정도 참가했다.
 
 연하협 계곡
 연하협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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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도에는 차집도 있다. 차집을 지나면 인연교를 만나게 된다. 협곡에 놓인 짧은 길이의 다리로, 이곳을 지나면 연하협 계곡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길은 미신정(微信亭)과 단구각(丹丘閣)으로 이어진다. 믿음이 적은 정자, 붉은 언덕을 볼 수 있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이들 지역에서 신선거 8경 중 하나인 천애적취(千崖滴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천 길 낭떠러지에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방울'이라는 뜻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떨어지는 물방울에 여름의 푸른 녹음이 묻어난다.

송나라 때 시인 장진(蔣晉)은 이곳의 풍경을 7언율시로 읊었다. 그 중 첫 두 행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시를 취병열화(翠屛列畵)라 부르기도 한다. 병풍처럼 푸른 절벽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뜻이다.

푸른 봉우리가 병풍처럼 솟아 하늘을 찌르고     靑蜂如屛高揷天
깎아지른 절벽 푸르름 쌓여 안개구름 만드누나.  懸崖積翠生雲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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