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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2일 김병우 충북교육감(왼쪽부터), 민병희 강원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자 상견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손 맞잡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 2014년 6월 12일 김병우 충북교육감(왼쪽부터), 민병희 강원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자 상견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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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은 청와대 입맛에 맞춰 전교조뿐 아니라 진보교육감을 제압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에도 사실상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의 행태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선거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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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명박근혜 청와대에 '전교조 제압' 정보 제공 http://omn.kr/1jsf9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구속)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상 불구속) 등 8명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경찰은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선거 개입을, 선거가 끝나고서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에 대한 사찰과 '제압' 정책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교육감 선거를 4개월여 앞둔 2014년 2월 28일 경찰은 '교육감 선거 관련 분위기'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룬 반면 보수 진영은 최근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진영 내 주도권 다툼으로 단일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진보 진영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으며 '수도권 전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교육감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진보 진영이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보수 진영 내 후보 단일화 논의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을 차단하고, 단일화 작업이 잡음 없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현직 교육감들의 교육감 재선을 의식한 선심성 행정·공무원 동원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자"라고 제언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밀릴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단일화에 속도를 내고, 재선에 나선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살펴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달 뒤 경찰은 또 나섰다. '교육감 선거 쟁점 공약 관련 학부모 민심'(2014년 3월 20일) 제목 문서에서 "진보교육감 지역의 학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예년에 비해 학력신장 이슈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라고 동향을 보고하면서 "정책 경쟁이 부각되도록 해 학부모들의 올바른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고, 무상급식·혁신학교·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좌파 진영의 여론 호도에 대비, 언론을 통한 부작용 등 실태 알리기에 주력하자"라고 대책을 제시했다.

특히 선거를 보름여 앞둔 5월 22일에는 '교육감 선거를 앞둔 분위기' 문서에서 전국 지역구를, 보수 후보 우세, 진보 후보 우세, 경합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 특이동향과 전국 판세분석을 하면서 △'세월호 사고' 수습 국면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의 생활·교육 여건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의지를 지속적으로 부각하고 △보수 언론·식자층 기고 등을 통해 '보수 후보 난립' 문제를 공론화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압박하며 △장기적으로는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필요 여론 조정 등을 제언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박근혜 청와대 시절 경찰이 교육감 선거와 자사고 지키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박근혜 청와대 시절 경찰이 교육감 선거와 자사고 지키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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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 보고는 A급으로 분류돼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다. 보고 다음 날인 2014년 5월 23일 열린 학교안전 및 재난관련 전문가 협의회에서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안전교과 신설 방안 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후, 보수 후보쪽 단일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 교육계 쪽에서 터져 나왔고, 나아가 한국교총 등은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당시 청와대와 경찰의 시도는 좌절됐다. 민주와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13개 시·도에서 당선됐다. 2010년 6개 시·도에서 탄생했던 것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선거가 끝난 뒤에 경찰은 선거 분석과 진보교육감에 대한 대응 대책도 쏟아냈다. '진보교육감 압승 관련 정부부담요인 점검 긴요' 문서(2014년 6월 8일)에서는 진보교육감의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사사건건 발목잡기를 우려하며 "전교조 관리 등 현장 장악력을 장관 후보자의 주요 검증 항목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했다.

같은 해 7월 18일 자 '시도교육청 최근 분위기' 문서에서는 "진보교육감들이 조직·인사장악을 통해 빠르게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징계를 하지 않기 위해 진보교육감들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라고 파악한 뒤 "교육감들의 인사 전횡에 대한 교직 사회의 불만이 상당한 만큼 법률상 장학관 자격요건 강화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미복귀 노조전임자 징계에 미온적인 진보교육감들이 위법방지 행태를 적극 부각하자"라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경찰의 대응책이 받아들여졌을까. 박근혜 청와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황우여 당시 의원을 같은 해 8월 8일 교육부 장관에 앉힌다. 황 전 장관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9월 2일 한국교총과의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교사 경력만으로 장학관과 연구관으로 채용하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 교육부에서 긴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9월 4일 교육부는 교사를 바로 장학관과 연구관으로 채용하는 것을 봉쇄하는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교육감의 인사권 사용을 '자기사람 심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2014년 12월 4일 자 문서 제목이 '진보교육감 자기사람 심기 지속 제어 필요'였다. 여기에서 경찰은 "전교조 중용 및 인사기준을 무시한 인사 전횡에 따른 잡음이 지속되고 있고, 내년에도 전교조 출신의 약진이 예상된다"라고 파악하더니 "언론과 협조해 인사 전횡에 대한 교원사회 불만을 부각하자"라고 강구했다. 교육청 인사상황을 별도로 정리해 붙임 문서로 만들기도 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문건도 보고한 경찰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문건도 보고한 경찰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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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교육의 상징인 자율형 자립고(자사고) 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2014년 9월 17일 자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원칙대응 유지 필요' 문서에서 "언론을 통해 자사고 지정취소 강행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각해 교육청을 압박하자"라는 여론전을 제시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2월 당시 자사고를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도록 돼 있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교육부 장관에게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고쳤다. 교육감들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또 당시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평가 결과 8곳의 자사고가 미흡으로 나왔다며 낸 지정취소 사전협의 요청을 모두 반려했다. 새로운 평가지표를 추가해 진행한 것이 위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교육부가 사실상 시·도교육청에 파견하는 부교육감을 통해 진보교육감을 통제하자는 식의 제언을 청와대에 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국 부교육감, 인적 쇄신 등을 통해 역할 재정립' 문서(2016년 3월 10일)에서 "전국 부교육감들이 대부분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 속에 진보교육감 지역일수록 심각하고, 일부 부교육감은 좌평향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하며 "과감한 인사 단행을 실시해 정부의 인사 철학·의지를 천명하고, 부교육감 권한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여당 등과 협조해 야권의 교육감 권한 강화 시도에 맞대응하자"라고 했다. 모든 부교육감의 동향을 살핀 문서를 붙인 파일도 청와대에 보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형사고발 하라는 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진보교육감의 학교폭력 기재거부 적극 제어' 문서에서 경찰은 "전북교육감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형사고발 등으로 엄정 대처하고, 한국교총 등과 협조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여론을 환기하자"라고 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김 교육감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업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012년 12월 특정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로 인해 김 교육감은 지난 2017년 11월 1일 대법원 최종 선고까지 5년 동안을 재판장에 불려 다니며 시달려야 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고, 현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하고 있다.   

태그:#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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