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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전광훈 목사가 내뱉은 말들 때문에 시끄러웠다.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의 대표인 그는 지성의 최고 정점인 신학을 공부한 사람답지 않은 주장으로 관심을 끌었다.

나는 그가 내뱉는 말의 논리나 개연성을 떠나 그 수준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문재인 정부가) 북에서 지령을 받은 주사파 정권"이라거나 "당장 청와대에 진격해 대통령을 끌어내자"라는 말들을 들을 때 그랬다. 심지어 "청와대에 진격할 때 사모들이 앞장서라"라는 낯뜨거운 선동을 한다.

물론 목사도 시민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대로 주장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교회에서 신의 뜻이라며 내뱉는 그런 발언들이 교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가볍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 개신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런데 과연 그런 말은 전광훈 목사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닌 듯하다. 뉴스를 지켜보면 그의 발언에 환호하는 동료 목사들과 교인들이 있다. 그리고 대놓고 찬성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시원하다고 생각한 목사들과 교인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 기독교에는 반공이야말로 참 신앙이라고 생각하는 목사와 교인들이 많으므로.
 
 “교회를 나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에 다니게 되다’ 혹은 ‘교회를 떠나게 되다’ 라는 두 의미를. 교회에 다니다가 지금은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다.
▲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교회를 나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에 다니게 되다’ 혹은 ‘교회를 떠나게 되다’ 라는 두 의미를. 교회에 다니다가 지금은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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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광훈 목사를 보며 떠오른 책들이 있다. 김진호가 쓴 <시민 K, 교회를 나가다>이다. 김진호는 제도권 신학 바깥에서 민중 신학 연구자로 활동하는 목사다. 이 책은 먼저 한국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교회를, 그러나 지금은 성장이 정체되고 사람들이 떠나는 교회 상황을 담았다.

특히 한국 교회가 반공주의로 빠지게 된 계기와 성장만을 탐하고 권력으로 향하는 교회와 목사들의 욕망을 자세히 그린다. 그리고 김진호가 강남순, 박노자, 한홍구, 김응교 등 실천하는 기독교인들과 '한국 교회의 가장 아픈 곳'을 이야기한 <권력과 교회>도 같은 맥락의 책이라 함께 소개할까 한다.

신사참배의 핑계를 반공에서 찾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가 반공 신앙으로 쏠리게 된 시작을 신사참배에서 찾는다. 성경에서 금한 우상숭배를 저지른 교회가 그 수치심을 증오로 전환한 거였다고.
 
(신사참배는) 근본주의적 신앙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수용한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굴욕감과 수치심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중략) 바로 이런 수치심이 증오로 전환되면서 조선의 그리스도교 신앙은 활력을 되찾는다. 공산주의가 악마의 표상으로 해석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53쪽)

주요 목사들은 변명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아서 해석했다. '요한계시록'에 나온 '붉은 용'이 바로 소련 공산주의라고. 자연스럽게 개신교도들에게 공산주의자들은 격퇴해야 할 악마적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해방이 되니 38선 이북에 소련이 주둔하고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쥐게 된다. 개신교도들 관점에서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북한 지역 교회와 교인들은 남한 지역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월남 교회, 증오 정치에 수단이 되다

해방 이후부터 6.25가 벌어지기 전에 북한 지역에서 수많은 개신교도가 월남했다. 그 숫자가 당시 남한 개신교도의 절반에 육박했다고.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미국 종교계는 물론 정치계와 매우 가까운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미 군정 당국은 이들에게 일본인이 두고 간 막대한 종교 재산을 무상으로 공여했다. (중략) 이들 교회는 한편으로는 남한 정국의 극우 테러리즘의 행동대원들이 충원되고 조직화되는 주요 공간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공주의적인 공적 정치가 담론화되고 제도화되는 마당이기도 했다. (56쪽)

김진호가 쓴 다른 책 <권력과 교회>에서는 미 군정 당국의 정치적 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맥아더 사령부의 장교들은 필리핀이나 일본에서도 기독교 반공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실패했죠. (중략) 한반도 남쪽에서 개신교 반공 국가를 만들고자 했을 때는 '서북지역에서 내려온 엘리트'라는 적합한 파트너가 있었던 거예요. (중략) 한경직처럼 영어를 할 줄 아는 개신교 신자도 많았죠. (권력과 교회, 145쪽)

월남한 대표적 교회인 영락교회는 일본 천리교 시설이 있던 자리를 무상으로 받았다. 다른 월남 교회들도 미 군정 측으로부터 일본 신사 등 종교시설을 지원받아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는 서북청년단이 특히 유명하다. 근대사에 기록된 사건 중 이들과 관련된 것이 매우 많다.

전쟁이 끝나도 그들의 반공주의적 행태는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승만 정권이나 군사정권이 반공을 국시로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내세울 때 교회는 그 공적 담론을 노골적으로 펼치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그 일에는 목사들이 앞장섰다고. 교인들도 그 분위기를 사회에 퍼뜨리는 전도사 역할을 맡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교회의 정치세력화, 극우의 중심에 서다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 독재정권의 경제철학에 발맞춰 교회들은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다. 통계적으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성장을 한 한국 교회는 언제부턴가 성장을 멈추고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회는 그런 현상을 어떻게 분석했을까?
 
기독교의 위기는 외적 요인인 민주화와 연관되어 있고, 민주화로 인해 고취된 시민의식이, 기독교 정신을 사회화, 국가화하려는 교회의 방해자가 되고 있다는 해석에 도달한다. 이때 교회는 한국의 민주화를 좌경화와 동일시하며,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의식은 종북주의적 의식의 발로로 해석한다.  (258쪽)

한국 기독교는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교세 감소에 관한 위기의식을 해석하는 논리를 찾은 것이다. 그들은 교세 감소 현상을 사회가 좌경화된 결과이고 많은 교인이 좌경화되어 교회를 떠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저자는 성장하는 시민의식에 못 미치는 교회 역할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아무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하였다고. 그들은 문화적 남용을 제한하고 건강한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엄격한 도덕률이 지배하는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회야말로 기독교가 구현하도록 위임받은 미래 사회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 전광훈 목사처럼 권력을 지향하는 목사들이 있다. 이들이 나타나는 이유를 저자의 다른 책 '권력과 교회'에서는 한국 교회가 제왕적 목사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분들이 믿는 것은 예수가 아니라, 구약 중심으로 보는 권위주의적 성서 해석이 아닐까요. 구약에서 권력과 건물숭상주의에 관한 부분만 부분 절취 해온 거죠. (중략) 그런 목회자는 대개 '보스' 같이 행동하죠. 설교 시간에 '십일조를 안 내면 암에 걸린다'라는 식으로 협박조나 명령조, 반말투로 이야기하고 자기를 내세울 만한 건물을 지어요. (중략) 이른바 성경에 나오는 영적(spiritual) 리더가 아닌 거예요. - <권력과 교회> 204쪽

많은 목사가 어떤 반지성적 목사 때문에 부끄럽다고 개탄한다. 기독교계 원로들은 일제히 전광훈 목사의 일탈을 책망하고 나선다. 마치 자기들은 다르다는 듯 부끄러워하거나 책망을 한다. 그렇지만 침묵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그들도 나는 부끄럽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교회를 나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에 다니게 되다' 혹은 '교회를 떠나게 되다' 라는 두 의미를. 교회에 다니다가 지금은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김진호 지음, 현암사(2012)


권력과 교회

김진호 외 지음, 창비(2018)


태그:#교회를 나가다, #권력과 교회, #전광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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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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