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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제는 매일 아침 미세먼지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이 외부(특히 중국)에 있다는 의견에서부터, 우리나라 자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 기후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의견 그리고 오히려 미세먼지는 10여 년 전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공과학기술인포럼(FOSEP)은 본 기사에서 국내 미세먼지 문제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미세먼지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미세먼지란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입자상 물질)를 일컫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입자 크기에 따라 지름 10㎛ 이하 먼지는 PM10(미세먼지), 지름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로 규정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 꽃가루, 곰팡이뿐 아니라, 연소 입자, 유기화합물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발생원인 또한 매우 다양하다. 미세먼지는 흙먼지, 꽃가루, 해염등과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의 연료 연소,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과 공사장 등에서의 배출, 산불, 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발생원인이 다양하고, 생활 주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어 미세먼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 되도록 인간의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배출원에서 입자상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도 있지만,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의 가스상 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입자상 물질로 전환되는 2차 생성 미세먼지도 있다. 2차 생성 미세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농도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추정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어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구성 성분을 분석하여 질적 관리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는 얼마나 위험할까? 기본적으로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인체 깊숙이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 폐에 침투한 미세먼지는 천식 등 각종 폐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하는 경우 우리 몸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염증 반응으로 혈관 손상을 일으켜 각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인체에서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 현황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더욱 나빠진 것일까? 일반적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대표 도시인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여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 대기오염농도 자료 이용하여 분석 (자료 : 한국환경공단 AirKorea)
▲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의 장기간 변화 추이 서울시 대기오염농도 자료 이용하여 분석 (자료 : 한국환경공단 AirKorea)
ⓒ KEI 이승민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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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2년까지 계속되던 감소 추세가 이후 주춤하면서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다소 정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계속해서 좋아지지 않고 정체되고 있는 것일까? 

서울시의 경우 1990년대부터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배출총량제, 보일러 등의 청정연료 교체, 천연가스 버스 교체 등의 노력을 꾸준하게 해 이를 통해 2000년대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대규모 배출원에 대한 일괄적 관리 정책을 통한 배출량 감소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2012년 이후 미세먼지 농도 개선이 정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적 관리 수단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오염원 배출 관리, 개인 승용차 배기가스 관리, 음식점 등 상업 시설의 오염원 관리, 농촌의 농축산 폐기물 처리 관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가 조치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하나하나 감시를 통해 규제하기도 어려우며, 아울러 다수 국민의 참여가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주변국의 영향 

현재 국외로부터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의 약 20~50%(이에 대한 정확한 측정은 매우 어려운데, 연구자, 기관마다 추정치의 오차가 매우 크다) 정도를 차지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적지 않기에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자국 대기질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급격한 개선 성과를 보인다는 점(중국 수도권 징진지의 경우 2013~2017년 사이 초미세먼지 농도 39% 개선)과 국외 배출원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국내 요인 또한 결코 적지 않다는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감정적으로 중국 탓만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관리 가능한 국내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외교적 협의를 통해 국외 유입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

미세먼지 농도 수준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왜 국민은 현재 미세먼지 상황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WHO의 1군 발암물질 규정(2013년)과 예·경보제 본격 시행(2014년) 등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전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미세먼지 위험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된 것이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2018년 3월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기준이 강화되어 '나쁨'으로 예보되는 일수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 36~50μg/m³ 구간의 경우, 2018년 3월 이전에는 '보통'으로 예보되었지만 3월 이후로는 강화된 국내 기준으로 인해 '나쁨'으로 예보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국민은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크게 증가하였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예보기준을 적용하여 분석해보면 2016년~2018년까지 최근 3년간 대기질이 더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동일한 예보기준을 적용했을 때(왼쪽)와 예보기준 변경 시기(2018. 3. 27) 전후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 때(오른쪽)의 연도별 나쁨 이상 일수 변화 (자료: 한국환경공단 AirKorea 자료 분석)
▲ 예보기준 변경에 따른 연도별 나쁨 이상 일수 변화  동일한 예보기준을 적용했을 때(왼쪽)와 예보기준 변경 시기(2018. 3. 27) 전후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을 때(오른쪽)의 연도별 나쁨 이상 일수 변화 (자료: 한국환경공단 AirKorea 자료 분석)
ⓒ KEI 이승민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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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은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세먼지 관리 대책은 무엇일까? 최근 관측 농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반적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감소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소에도 대기정체 등으로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3월 초에 발생했던 장기간 지속된 대기오염 상황은 대기정체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한반도에서 대기정체가 심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농도 개선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의 미세먼지 개선 정체를 극복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감소하기 위해서는 가정,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의 추가적 관리·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의 대책 추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절반 수준까지 미세먼지 농도 개선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급격한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배출원에 대한 추가적 대책, 이와 더불어 기상, 기후변화 등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정책 설계, 국민 모두의 동참을 끌어내는 소통 노력 등이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공공과학기술인포럼(FOSEP)이 작성하였으며, 기사 내 관련 자료 등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이승민 박사의 자문을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태그:#미세먼지, #FOSEP, #공공과학기술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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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에서 지난 2018년 12월에 새롭게 출범한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포럼(FOSEP)" 입니다. FOSEP은 과학기술이 공공성, 합리성, 민주성에 따라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메일: fosep2018@gmail.com, 블로그: https://yes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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