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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여 마땅한 사람들> 표지
 <죽여 마땅한 사람들> 표지
ⓒ 도서출판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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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생각보다 긴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둘은 동의한다. 진심인가요? 그건 다음 주에 알겠죠.

비행기에서 만난 두 사람이라니. 별로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비행기에 갇혀 열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았으리라. 비행기 덕분에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만났다.

이 소설에서 우선 돋보이는 점이라면 각 챕터의 엔딩이 대단히 강렬하다는 점이다. TV 드라마의 한 회가 끝나면서 어떤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지, 우리는 모두 잘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피터 스완슨이라는 작가가 대단한 이유는 그걸 정말로 해내기 때문이다. 특히 1부 후반부와 2부 전체에서 벌어지는 챕터의 구성은 정말 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스포일러를 무릅쓰고 예를 들겠다. 약간 김이 빠질 수도 있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전개에 괜히 의심을 가지고 반전을 예상하면서 읽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 책이 정말 읽을 만한지 알고 싶다면, 계속 읽어주시기 바란다.

짓다 만 집. 범죄 현장으로 그만 아닌가. 여기 서로 적대하는 두 여자가 서 있다. 잠시 후에, 덧문을 통해서 몰래 들어온 남자가 두 여자 사이에 선다. 남자의 손이 올라가더니, 호를 그리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아주 무거워 보이는 몽키스패너와 함께.

자, 다음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쉽게도 이번 챕터는 여기에서 끝이다. 이 소설은 각기 다른 화자가 서술하는 챕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다다음 챕터에서나 드러날 것이다. 물론 다음 챕터에서 다른 화자의 시각에서 서술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또 하나의 장면을 보자. 거대한 저택에 남자가 혼자 있다. 아내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친구의 처녀 파티에 갔다. 아내는 남편의 비밀 계획을 전혀 모른다. 천진난만하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파티를 즐기러 간 것이다.

이때, 초인종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그의 적, 아니 이제 곧 그의 적이 될 남자가 서 있다. 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을 핑계는 없다. 아직까지 그들의 관계는 서로 신뢰하는 집주인과 시공업자의 관계이니까 말이다.

문을 열어주던 남자는 갑자기 의문을 품는다. 이 사람이 지금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자신의 계획에만 매몰되어 다른 사람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계획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열던 문을 닫으려고 하지만 상대방은 이미 몸을 반쯤 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까지 저택의 남자는 화자였고, 들어오는 남자는 객체에 불과했다. 이제, 그 관계가 역전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점이 중요하다. 피터 스완슨이라는 작가가 가장 강력한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 둔다. 다음 상자에 뭐가 담겨 있는지를 알려면 다음 상자를 열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그러나 최대의 반전은 최종부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정말 반전일까? 작가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그러나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납득할 만큼 그 결말은 또한 닫혀 있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결말이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5초도 지나지 않아 결말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덮는 순간 판단한 정도보다 훨씬 더 그 결말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반전은 이 소설이 가진 두 번째로 강력한 무기다.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매력은 바로 캐릭터에 있다. 이미 스포일러를 해버린 리뷰지만, 어떤 캐릭터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나는 말하지 않겠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바로 그 사람을 꼽을 것이다.

피터 스완슨을 그저 그런 통속 소설 작가라고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캐릭터 설정이다. 소재, 주제, 사건, 전개 방법, 서술 기법, 그 무엇을 보아도 피터 스완슨은 세상에 널려 있는 통속 소설 작가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설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작가를 단순히 그저 그런 작가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만다.

몇몇 중요 장면을 스포일러한 리뷰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 소설을 읽으려는 사람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목차를 제발 건너뛰라는 것이다. 목차에 아주 중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차를 대강 넘겨버리는 버릇 덕분에 나는 이 중대한 스포일러를 모면하고 흥미진진하게 소설을 즐길 수 있었다. 여러분도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통속 소설을 읽으라고 추천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지지부진해지는 소설이 베스트셀러라고 팔리는 세상에서, 뒤로 갈수록 오히려 흥미진진해지는 걸로도 부족해 엔딩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이 소설은 분명히 '읽어 마땅한 소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푸른숲(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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