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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을 다녀왔다. 10월에 있을 아미동 축제 때 어르신들 이야기와 사진을 잘 꾸며서 전시회를 준비하겠다는 말을 전달하고자 들렀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할머니들이 경로당에 나오질 않았다. 다시 날을 잡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하는 일은 마을 어르신들의 구술을 듣고, 그분들이 살아내신 예전의 기억들을 사진, 기록물과 함께 포토텔링(photo telling)이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후미진 골목도이나 개발이 되고 있는 도시 재생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다.

부산에서 지낸 지 두어 달 만에 찾아간 감천 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조금씩 바뀌는 모습도 보고 달라져 가는 곳곳의 가게들을 보면서 혹여 하는 노파심도 일었다. 이 곳도 다른 지역의 관광지처럼 변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 말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옮겨진 걸음이 낯선 골목이었다. 둘러보며 찾은 명칭이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라는 안내판이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숨을 길게 내뱉어졌다.

전란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그 시절의 모습을 안고 있고, 그런 삶의 터전에서 지금껏 생을 이어오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네 어머니들을 이 마을에서 뵙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어머니들과의 데이트가 총 20여 일이 흘렀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울며 보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50~60년이 지나도록 생생히 기억하며 쏟아내신 피란시절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내밀어 주시며 자신들의 이야기가 보태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설명해주셨다.
 
배우 김윤석의 어머니(왼쪽)과 여름 나들이를 간 사진
▲ 동네 친구와 여름 나들이  배우 김윤석의 어머니(왼쪽)과 여름 나들이를 간 사진
ⓒ 김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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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송도 구름다리에서 풍경
▲ 송도 구름다리  예전 송도 구름다리에서 풍경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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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 사건이 있고 난후 다시 개발된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동생네 조카들과 찍은 사진
▲ 용두산 공원 - 부산역 화재 이후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 사건이 있고 난후 다시 개발된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동생네 조카들과 찍은 사진
ⓒ 박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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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로 전해들었을때보다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시니 가슴에 와닿는 울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가끔 어머니의 위대함을 시나 영화로도 표현해왔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생활전선에 나와 일을 하고, 딸로도 며느리로도 엄마로도 때로는 가장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버텨내신 이야기들을 나 또한 한 아이의 어머니기도 해서인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여서인지, 그 시절의 막막함은 그저 기록을 보고 가늠할 정도였다. 아미동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내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교훈을 주었고 후대들에게도 기록하여 전해야 한다는 일종이 사명감도 더해지게 해주셨다.

"나의 기억, 너의 시간"은 이렇듯 어르신들의 기억을 포토텔링(photo telling)이란 전시회를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과 함께 할 시공간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한 개개인이 이야기는 그저 개인의 삶이겠지만, 한 공간을 함께 살아온 개개인의 기억과 기록들은 그 시대의 사회상이고 문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태그:##기록,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포토텔링, ##피란시절, ##기억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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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억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과 그 기록들을 잘 담고 후세에 알려줄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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