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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항쟁으로 박근혜 정권이 물러난 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거의 모든 정치세력이 최저임금 1만 원을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인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등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은 '이젠 우리도 매달 월 200만 원은 넘게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을 가졌다.

작년 5월 28일 최저임금법이 개악되어 매달 지급되는 식대, 교통비, 숙박비 등 복리후생비와 정기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었다. 법이 개악되면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항목만큼 임금을 인상시키지 않아도 되므로 '임금 삭감법' 또는 '임금 강탈법'이라고 노동자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장관과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를 입게 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소한 기본급이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올려 전체적인 임금수준을 개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노동부 장관도, 당시 여당 원내대표도 적어도 국가가 사용자 역할을 하는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거짓 약속들, 사라지는 희망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재벌이 책임져라"라고 쓴 종이을 들고 있는 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재벌이 책임져라"라고 쓴 종이을 들고 있는 노동자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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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은 10.9%가 올랐지만 최저임금보다 10만 원이나 적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단 1원도 인상하지 않고 동결해도 법 위반이 아닌 이상한 현실이 지금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경우 산입범위가 확대되었다면서 교통비, 급식비 등 매월 67,840원(연간 약 81만4천원)을 도둑맞은 셈이 된다. 교육당국은 기본급 외에 근속수당, 직종수당 등을 포함해 최저임금 월급액보다 미달되는 경우에만 '최저임금 보전금'이란 명목으로 보전해 저임금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 내년, 내후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산입범위가 더 확대되므로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과 정부의 무대책으로 이런 기가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위 악덕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에서, 그것도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현장에서 이와 같은 꼼수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존중사회라는 국정과제는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 과로사회를 조장하는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고, 최저임금 결정제도를 또다시 개악하려 하고 있다. 해고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실제 현장의 변화는 없다. 게다가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대표자인 민주노총 위원장까지도 구속시켰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적 정책 중 하나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침체의 주범인 듯이 말하는 것은 더더욱 잘못이다. 자본과 보수 언론에 이 정부가 굴복했거나 아니면 동참하고 있다.

우리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30년 전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둘 것을 헌법 조항에 넣은 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주40시간을 일하고도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생존 외에는 아무 것도 꿈꿀 수 없는 수준인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바꾸지 않고 어떻게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최저임금 1만 원은 여전히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망이다. 정치권의 거짓 약속만 기다리면서 지금처럼 희망고문만 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월3일부터 총파업 투쟁을 벌인다.

[노동자가 말하는 최저임금]
가족 생계 책임진 가장에게 반찬값 벌러 나왔다고? http://omn.kr/1juk1

덧붙이는 글 | 배동산 기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입니다.


태그:#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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