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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마당발 외교가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외무성이 게재한 자료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6월  26일~29일 이어진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총 19개 국가 및 기구와 정상회담을 실시했으며, 그중 7개 국가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3개국에 북한 정세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북·일정상 회담'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은 북·일정상 회담 추진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구했음을 홈페이지와 국내 언론 등을 통해 밝혔다. 이는 일본이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밀어붙였던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G20에서 북한 납치문제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일본 정상회담 현황
 G20에서 북한 납치문제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일본 정상회담 현황
ⓒ 최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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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열린 미·일정상 회담에서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최고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교과제로 다루어졌다. 5월 27일 열린 미·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는 내외 귀빈에 대한 인사에 이어 가장 먼저 언급된 주제다. 당시 아베 총리가 언급한 관련 내용은 모두 7 문장, 납치라는 단어만 3회 언급됐다. 단순 양적으로도 인도·태평양 전략 연대(3 문장), 일본 기업 대미 투자와 관련된 내용(7 문장)에 비해 적지 않았다.

일본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납치문제 해결은 공공연히 거론돼 오고 있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자민당이 배포한 '令和 원년 정책 팸플릿'(2019.6.17.)에 따르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은 "최고로 중요한 과제"로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국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토록 아베 총리가 전전긍긍해하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란 대체 무엇일까? 그동안 대북 강경책만 고수해오던 아베 총리가 이렇듯 갑작스럽게 대화 무드를 조성하려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에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에 해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납치 문제를 둘러싼 아베 총리의 과거 정치사적 인연부터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납치의 아베', 스타로 떠오르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난 70년대~80년대 북한이 남파 간첩의 신분 위장(일본인 행세)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 등에 이용하기 위해 일본 민간인들을 은밀히 납치해온 '반인도적 범죄'다. 이는 2002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서 직접 시인('제1차 북일 정상회담'(2002.9.17.))되며 공식화됐다.

아베 총리는 정치 신인에 불과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납치 문제에 주목해왔다. 그는 93년 총선거에서 중의원에 당선 이후 <북한납치의혹일본인구제의원연맹>(1997), 자민당 일·조문제소위원회 사무국장(1997), <북한납치일본인구출연맹>(2002) 발족 등에 참여하며 북한 납치 피해자 구원을 위한 정치활동에 열중했다.

특히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2002.9.17.)'을 통해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북일 정상회담 당시 관방 부장관 자격으로 참여, 방북했던 아베 총리는 '납치에 대한 북한으로부터의 경위 설명과 사과 없이는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을 조인해선 안된다'는 강경한 주장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이끌어내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단행본 <아베 신조의 일본>의 저자 노다니엘 박사 역시, 아베 총리가 이때의 납치 문제를 계기로 상당한 활약을 하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국내 강경파를 주도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아베 총리는 이듬해인 2003년 자민당 간사장으로 발탁, 11월 43회 총선거에서 여당 측의 승리를 이끈다.

2006년 총리대신이 된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간다. 납치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최초로 출범(2006.9.26.)시킨 사람 역시 아베 총리였다. 이 기구는 2009년과 2013년 개편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 5월에는 이른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재조사한다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단, 스톡홀름 합의는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대북제재 등 국제정치 상황에 맞물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외에도 아베 총리는 납북피해자가족연락회와의 면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대집회 등의 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그가 '납치의 아베'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도 이 같은 스토리 덕분이다.

16년간 성과 없어.. 옥죄어 오기 시작한 납치 문제

이처럼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금의 정치인 아베를 만들어온 기반이었다. 납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할 의지를 가진 사람, 북에 할 말은 하는 사람, 싸우는 정치인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일본 국민의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2002년 이후 16년의 시간이 지났고 48살의 아베는 65세가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젊지 않으며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의 발도 여태 딛지 못했다. 앞서 말했 듯 납치 피해자 가족, 야당 및 정계 인사, 특정 실종자 가족회 등이 서서히 그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펼쳐지고 있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포스터.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포스터.
ⓒ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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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납치문제의 해결에 대한 일본 국내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요구 수준(납치 피해자 귀환을 위한)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압박이 있었다.(2019.5.13. NHK 보도) 일본 <주간현대>편집장 '콘도 다이스케'에 따르면 납치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 "아베 정권은 이대로 방관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월간중앙> 201811호(2018.10.17.))

또 지난 5월 24일에는 '특정 실종자 가족회'가 2010년 이후 약 9년 만에 집회에 나섰다. 납치 피해자들을 구출해달라는 데모 행진이었다. 여기서 '특정 실종자'란 '북한에 의한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종자다. 즉, '북한이 납치했을 수도 있는' 실종자들로 일본 정부에 의해 공인된 17명의 북한 납치 피해자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납치문제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그동안 이러한 특정인 실종자 882명의 문제까지 '북한에 의한 소행'으로 연결 지어 해결책을 강구해왔다. 당시의 그런 조치들이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아베 총리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위 일본 국내 상황들에 대해 일본의  '나카야마 교코' 의원은 'Japan In-depth'와의 인터뷰에서 "납치문제에 대해 오랜 세월 상황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에서 납치자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거의 말버릇처럼 북한, 납치문제 해결을 입에 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베 총리 자신도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열린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대집회(2019.5.19.)' 석상에서 "16여 년 동안 1 명의 납치 피해자의 귀국도 실현될 수 없었다. 납치 문제 해결에 처음부터 참여해왔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북일 정상회담에 관방 부장관으로 동석했던 한 사람으로 통한의 극치"라며 안타까움을 전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자양분이었지만 그 해결 여부에 따라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요소들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납치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의 관점

한국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현재까지는 일본의 노력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수차례 표명해 왔다.

6월 26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시한 합동 서면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발언한데 이어, 6월 29일 G20 정상회의 3 세션 발언에서는 '아베 총리의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제안'을 대화·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기도 했다.

북일 정상회담의 제 1과제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라는 것을 볼 때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히 유화적인 메시지로 평가해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발언들은 최근의 어려운 한일관계를 풀어보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조금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협력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국 측에서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지급하자'며 제안했던 강제징용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G20 정상회의 종료 이틑날인 7월 1일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경제 조치가 이어진다면 지난 5월 일본당국의 한국산 수산물(넙치 등)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에 이은 두 번째 보복조치가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 시도에 대한 한국의 지지나 협력이 지금처럼 우호적일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물론 한국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의 키(Key)를 쥐고 있는 국가는 아니지만, 유럽이나 오세아니아 등 북한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만약 일본 측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진정 해결하고자 한다면 한국에 대한 이런 식의 고자세가 바람직할 리 없다.

이제는 아베의 약점, 일본인 납치문제

아베 총리는 정치 입문 이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베 총리는 '북한 납치 피해자 전원 귀환'이라는 목표 아래 북한 압박을 지속하며 일본 우익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일본 납치문제 관련 애니메이션
 일본 납치문제 관련 애니메이션
ⓒ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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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말했듯 납치문제는 2002년 이후 진전된 것이 전혀 없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특정 실종자'에 대한 문제 해결도 소원하다. 이에 더해 당사국인 북한과의 입장차는 첨예하기만 하다. 일본은 아직 납치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납치 피해자가 총 13명이며 생존자 5명은 2002년 일본으로 귀환, 나머지 8명은 사망했으며 이로써 납치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2002년 이후 계속해서 납치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일본의 주장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라'는 무리한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산들을 넘어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그리고 납치자 문제 해결의 테이블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일본 국내 상황들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납치자 문제는 이제 아베 총리의 '지지기반'이 아니라 '약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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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니스트, 작가 한국 근현대사 및 일본 역사/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역사 팟캐스트 채널 <역사와 사람 이야기>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