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tea #일상 #원데이 클래스... 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다도 전도사'라 불리는 류승룡이 '극한 직업' 촬영 현장에서 티타임을 가졌다는 기사도 그 현상을 증명한다. 

'차'라는 말을 들을 때면 영화 '일일시호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햇빛을 머금어 반짝거리는 이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진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홀짝이는 광경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의 온기에 따스해진 몸을 길게 늘어드리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는 '차'를 배우러 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업이 끝나면 다시 '커피'라는 일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커피'와는 다르게 귀찮고 복잡해 보이는 '차'. 과연 차는 일상에서 즐기기 어려운 것일까? 류승룡이나 이효리보다도 먼저, 한국에서 차 문화를 알리던 김혜수 티마스터는 말한다. 차는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티마스터?
 
차를 우려내는 영상을 찍고있는 김혜수 티마스터
▲ 차를 우려내는 영상을 찍고있는 김혜수 티마스터 차를 우려내는 영상을 찍고있는 김혜수 티마스터
ⓒ 김혜수

관련사진보기


티마스터와 티큐레이터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직업으로 중국에서는 '다예사(티큐레이터)'와 '감별사(티마스터)'라고 부른다. 차와 어울리는 시조나 그림 등을 선정해서 하나의 주제로 묶고 설명하는 것이 티큐레이터의 주 역할이며, 티마스터는 차를 맛보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티마스터를 '감별사', '티소믈리에'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의 문화를 알리는 김혜수씨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걸려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의 매력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까. 국가공인 '티마스터'이자 '티큐레이터'인 그도 처음부터 차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20살 때 중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차를 즐겨마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죠.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커피를 주로 마신다면 중국인들은 차를 마셔요. 차를 홀짝이며 오랫동안 이야기했던 시간이 너무 편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중국 유학은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가 '티마스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티마스터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국에도 중국의 차 문화가 자리 잡혀서 사람들이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때문이에요. 한국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뭐든 빨리 처리하는 느낌이 크잖아요. 그와 다르게 중국의 '화방(畫房)'에서 봤던 중국인들은 일하는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보였어요. 중국인들의 옆에는 항상 차가 있더라고요. 느긋한 문화가 항상 옆에 있다 보니까 바쁠 수 있는 일상인데도 여유로운 거죠. 그에 비해 한국에는 쉬고 싶어 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한국에서 정식 티마스터와 티큐레이터가 된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차와 인문학에 대한 강의였다. 기업 강의를 나가거나 미술관과 연계를 해서 차 문화를 알리고, 대사관에서 vip들을 대상으로 차 문화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차 문화를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차는 쓰고, 뜨겁게 마셔야 할 테니 여름에는 마실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티백이 있는데 굳이 잎차를 마셔야 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이 외에도 당황스러운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차근차근 설명하기를 반복했다. 차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겠다는 신념을 가지고서.

- 차 문화를 알릴 때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깨졌을 때가 제일 좋아요. 차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서 원하는대로 골라 먹을 수 있고, 맛도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모습을 볼 때요. 무엇보다 커피만큼 손쉽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기뻤어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료'라고 생각해야 차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거든요. 제가 중국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 차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기도 하고요."

한국의 차 문화를 바라보다

지구촌 시대가 되며 다른 나라에서 차를 수입해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차를 블렌딩하거나 각 나라의 다구 들을 섞어 쓰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차 문화가 섞이는 모습을 보면 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해지다가도 '한 나라의 고유한 차 문화가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든다. 이러한 상황을 김혜수씨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한국에서 차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나라들의 차 문화가 섞이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나라들의 차 문화를 보면 차를 마셨던 이유나 차를 마시면서 했던 일들이 거의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중국, 한국, 일본, 서양 등 여러 나라들이 동일하게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감상하고, 그림을 그렸죠. 여러 예술분야가 집약이 된 것이 차 문화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다르게 보는 이유는 중심적인 사상들이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서 그래요.

중국은 예술을 중시하고, 일본은 차를 우려내는 과정에서의 수양을 중요시하죠. 한국에서는 예의범절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차를 우려내는 모든 과정에서 내 마음을 다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도 그 중심되는 사상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나라 특성에 맞게 차 문화가 발달해온 건데 지금은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차 문화에 적용된 거죠. 무엇보다 섞일수록 차를 접할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나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차를 통해 사람들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김혜수씨. 그의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했던 나는 그의 인생을 통해 여유를 얻었다.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조금씩 꿈에 나아가고 있다.

- 앞으로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원데이 클래스와 테이스팅 수업을 하며 학생분들이 더 손쉽게 차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차를 변형해보려 해요. 차에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넣어보는 것처럼요. 겉모습은 익숙하지만 그 안에 차가 들어있으면 색다르게 다가오니까요. 

또, 주기적으로 열고 있는 다회의 규모도 조금씩 넓혀가려고 해요. 사람들이 지쳤을 때, 얘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 가지 예술 분야와 차를 접목시키려는 계획도 있어요. 클래식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 분야와 원래, 다예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이어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다회를 이끌어갈 예정이에요."

- 앞으로 차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주의해야 할 점이나 알면 좋은 팁도 괜찮습니다.
"평소에 다구가 없으면 차를 못 마시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차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머그잔 하나만 있어도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잘 활용해서 차를 자주 드시는 게 가장 차를 즐겁게 드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차가 자신에게 주었던 안락함을 나누고 싶어 하는 김혜수 티마스터. 차에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 티마스터로써 꿋꿋이 차를 알려온 그에게 수업을 들으며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차 문화만 알리는 게 아니라, '차' 자체가 누군가의 휴식처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그는 차를 알리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태그:#차 , #TEA , #다예, #중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