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분, 인천 유나이티드 핸드 볼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강원 FC  정조국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키는 순간.

55분, 인천 유나이티드 핸드 볼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강원 FC 정조국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첨단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그걸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경기가 나란히 열렸다.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으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핸드볼 반칙' 상황이었지만 그라운드에서 본 주심이나 VAR 룸 담당 심판이나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장면1) 인천축구전용경기장, VAR 없이 '핸드볼 반칙=페널티킥 선언'

지난 6월 30일 오후 7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강원 FC의 2019 K리그 원 18라운드 게임이 벌어졌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전 8분 15초에 주목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강원 FC 후반전 교체 선수 김지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바로 앞에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 왼쪽 풀백 김진야의 손에 공이 맞은 것이다. 

이에 김계용 부심은 깃발을 올려 핸드볼 반칙 상황을 알렸고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생일에 악몽을 꾸게 된 김진야와 인천 유나이티드 동료들은 김지현의 크로스 순간 몸을 뒤로 돌려 등을 보였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소연했지만 심판들은 만세를 부르듯 팔을 치켜든 동작을 그렇게만 해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장면은 VAR 시스템을 특별히 가동할 필요 없이 그대로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55분,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강원 FC 골잡이 정조국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른쪽으로 빨려들어갔다. 강원 FC는 이 천금의 동점골을 기회로 삼아 11분 뒤에 미드필더 한국영의 역습 패스를 받은 정조국이 멋진 왼발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덕분에 강원은 두 게임 연속 역전승이라는 휘파람을 불며 돌아갈 수 있었다. 

장면 2) 서울월드컵경기장, VAR로 확인하고도 핸드볼 반칙 아니라니

같은 시각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18라운드가 열렸다. 우승 경쟁이 본격화된 FC 서울과 울산 현대가 맞붙었으니 이강인(발렌시아 CF)의 사인회가 열렸던 인천축구전용경기장보다 더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1만7814명 대관중들의 호응과는 달리 VAR 판정은 실망감과 논란만을 남기고 말았다. 어웨이 팀 울산 현대가 1-2로 끌려가는 후반전 중반 이후 명장면들이 속출했다. 울산의 놀라운 공격이 숨가쁘게 몰아친 것이다. 

71분에 황일수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 점수판이 2-2로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VAR 판독 결과 후반전 교체 선수 주니오의 오프 사이드 반칙이 선언되어 울산의 점수판은 1로 복구됐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이 판정부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황일수의 오른발 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주니오는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통상적으로 골키퍼가 그 팀의 최종 수비수가 되기에 얼핏 보면 오프 사이드 판정이 맞는 듯했다. 하지만 유상훈보다 골 라인에 더 가까운 쪽으로 미드필더 정현철이 서 있던 것으로 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니오의 위치를 오프 사이드 포지션으로 본 것은 다소 의아한 일이다.
 
 78분, 울산 김태환의 크로스가 FC 서울 수비수 김원식의 왼손에 맞는 순간을 VAR 온 필드 뷰로 확인하고 있는 정동식 주심(JTBC3 FOX SPORTS 중계 화면  캡쳐)

78분, 울산 김태환의 크로스가 FC 서울 수비수 김원식의 왼손에 맞는 순간을 VAR 온 필드 뷰로 확인하고 있는 정동식 주심(JTBC3 FOX SPORTS 중계 화면 캡쳐) ⓒ JTBC3 FOX SPORTS

 
울산은 이 억울한 상황 이후에도 또 한 번 뒤로 안타까운 판정을 받아들었다. 78분, 울산 김태환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FC 서울 골문으로 낮게 날아가는 순간 수비수 김원식이 왼팔을 움직여 크로스 방향을 바꿨다. 

누가 봐도 핸드 볼 반칙, 페널티킥 선언 상황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도 않았고 부심도 깃발 신호를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또 한 번 VAR 온 필드 리뷰를 위해 주심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돌아선 판정은 핸드볼 반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6분 49초 만에 김보경의 헤더 극장 골로 울산 현대가 승점 1점을 챙겨 돌아섰다. 하지만 다 잡은 승리를 놓친 홈 팀 FC 서울이나 연속된 VAR 판정으로 동점, 역전 골 기회를 모두 날려버린 울산 현대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 속 응어리는 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축구 규칙 중 핸드 볼 판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손 또는 팔로 볼을 접촉하는 선수의 의도적인 행동(deliberate act)'이다. 거기서 심판은 '볼을 향한 손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 

FC 서울 김원식의 핸드볼 장면을 두고 마침 그 자리에 팔을 벌리고 서 있는데 우연하게도 공이 날아와 왼손에 맞은 것으로만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의 왼팔이 뒤에서 앞으로 스윙하듯 분명히 움직였지만, 주심은 VAR 룸에 있던 심판의 권유를 듣고, 온 필드 리뷰를 몇 차례 돌려봤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몇 분 차이를 두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VAR 쪽 권유도 없이 주심과 부심이 간단한 상의를 나눈 끝에 냉정한 판정을 내린 것과는 그 기준이 너무도 다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진야는 팔을 머리 위쪽으로 들어올렸기에 핸드 볼이고, FC 서울의 김원식은 팔을 치켜들지 않고 앞으로 휘두르기만 했기에 핸드 볼 파울이 아닌가? 

아무리 관점이 다르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축구 규칙의 판정 기준이 이렇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뜨겁게 불어오는 K리그의 열풍이 엉뚱한 이유로 식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K리그 VAR 핸드 볼 페널티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