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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문체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참여 확대 정책 권고와 스포츠 기본법 제정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참여 확대 정책 권고와 스포츠 기본법 제정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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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혁신위원회의 학원스포츠 정상화 권고에 대해 엘리트체육인들과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이 주장은 사실상 혁신위 권고의 내용에 대한 합리적 비판이라기보다, 수십 년간 우리나라 엘리트체육 양성 과정을 지배해온 소수정예 육성 방식의 제도의 전면적 변화를 막으려는 의지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반론의 내용 없이 '현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체육인에 대한 존중 없는' 권고라는 등 다분히 정서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혁신위 권고의 왜곡보다 대승적 동참이 필요
 
유승민 IOC 위원을 비롯한 몇몇 논자들의 의견을 보면 혁신위 권고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의 의견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학기 중 주중대회 개최 금지'와 '주말 대회 개최'에 대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라는 언급이 대부분이며, 현장 의견의 내용이 무엇이며, 누구의 의견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지난 6월4일 대한체육회의 공식 보도문에도 '어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거나 동기부여 기회가 축소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소년체전의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 시 개최지 시설 여건 등 시행과정상의 어려움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종목별 대회방식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혁신위 권고가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좌절시키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과연 학교운동부지도자, 학생선수, 학부모 등 학교운동부의 관계자들 다수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소년체전을 "폐지"한다는 등 혁신위 권고의 취지와 전혀 다르게 이야기함으로써 학교운동부 관계자들의 왜곡된 이해를 조장하여 오히려 갈등을 유발시키는 상황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혁신위 권고의 취지와 방향을 올바르게 전파하여 학교운동부 관계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의 대승적 지지와 동참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학기 중 주중 대회의 주말 전환' 가능하다
 
우선 엘리트체육인들의 혁신위 권고에 대한 반대 논조를 보면 학생에 한하여 '학기 중 대회를 주말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처럼 학기 중에도 대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아마도 단순하게 볼 경우 다수의 대회관계자들과 학부모들까지도 전국대회가 주말에 개최되는 것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위 권고처럼 권역별 대회를 각 지역 또는 시도단위의 대회로 이해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즉 4주를 한 달로 잡아서 매주 학교급별로 초등, 중등, 고등 순으로 개최하고 4주차에는 휴식을 취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한 달에 1회의 권역별 대회가 개최되는 셈이다.

또한 '학기 중 주중 대회의 주말 전환'에 대한 혁신위 권고문을 살펴보면 회원종목단체로 하여금 2019년 말까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토록 해서 2020년부터 시행하되, 운영에 필요한 재정 지원까지 권고하고 있다. 또한 즉각적인 대회전환이 불가능할 경우, 2021년 말까지 시행을 유예하여 시일을 두고 충분한 준비를 통해 시행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전국대회를 일반적으로 주중에 개최해온 그동안의 관행과 관성을 고려할 때 안착하기까지 다소의 불편함과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시행되고,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선 등 엘리트체육 시스템의 전체적 개선이 병행된다면 학생선수들의 학업에 대한 관심과 학부모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학생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는 엘리트체육 시스템의 '볼모'인가

종목별 특성이 있지만 초등단계에서 중학교에 진입할 때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을 소홀히 하게 될 것에 대한 걱정과 자녀가 운동선수로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고민과정에서 많은 경우 운동을 그만둘 것을 결정하게 된다. 공부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닌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최소한의 공부도 하지 않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에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자녀가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이지 못할 때, 우선 대학이라도 가야 한다는 심정으로 특기자 자격을 만들기 위해 학업을 등한시하는 상황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즉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기 중에 다량의 수업결손이 발생되더라도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또한 메달을 따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정규수업 조차도 불필요하게 여기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운동도 공부'라는 주장은 이런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학생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현재 학교운동부 시스템과 체육특기자 제도의 틀 안에서 자녀의 미래를 고민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못된 체육제도의 틀에서 자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유보시켜야만 하는 학부모의 심정을 '현장의 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선수 중 절반을 넘는 수가 진학 후 운동을 그만 두는 현실에서 지금의 엘리트체육 시스템이 제시한 '꿈과 희망'이 옳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수의 성공한 엘리트체육인들만이 자신의 성공 경험에 비추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실패한 다수의 의견이 묻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이 필요하다.

오히려 엘리트체육 시스템을 바꾸어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 자녀가 불확실한 미래에 '올인'하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그들을 위한 일이 일이다. 혁신위 권고가 전격 시행되더라도 재능 있는 스포츠천재들이 지금과 같이 발굴되고 육성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아니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학교운동부에 참여하지 않는 수많은 스포츠천재들이 참여가 더욱 엘리트체육을 빛낼 것이다.
 
혁신위 권고는 학교운동부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같은 맥락
 
한편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각 팀의 지도자의 의견은 어떠할까? 최근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계약사항에는 지도실적이 재계약 조건에서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계약직 근로자라는 불안정한 신분은 부담이 되고 있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성적은 학교운동부지도자에게 소정을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재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만일 양 체전이 일부의 주장처럼 폐지를 말하는 것이라면 학교운동부지도자 대다수가 반대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은 '폐지'되지 않고 교육적인 보완을 통해 오히려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혁신위의 권고처럼 일반학생이 참여하는 스포츠클럽이 등록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마치 일본의 '인터하이'처럼 수십만 명의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을 통해 스포츠의 재능이 꽃피우게 되고, 지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본선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전국 대다수 학생들의 관심은 물론 국민적 관심까지 얻을 수 있는 대회로 변모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운동부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지금보다 수십 배의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방과 후 과외활동으로서 학교운동부가 혁신위에서 권고한 '교육기본법'과 교육관련 법령 및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확장되는 방향이 분명해진다면 학교운동부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 등의 현실화는 더욱 명확해진다.
 
엘리트체육인들의 대승적 동참을 기대하며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이강인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며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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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향으로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혁신위 권고의 의미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국체전에서 고등부가 분리되는 등 엘리트체육 시스템이 전환이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가맹경기단체의 권한과 역할을 상당부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을 지속하여 수명을 다한 엘리트체육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은 현재 학교운동부 학생선수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근본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꿈과 희망'을 위해 학생의 권리인 학교활동과 학업 등을 운동으로 대치하자는 주장은 더 이상 학생선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운동에만 '올인'해야 하는 학교운동부의 현실에서 성공한 소수자들의 발언이 학교운동부 관계자의 모든 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

누구든 손흥민, 이강인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기에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해외 유학을 고민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처럼 되기를 꿈꾸고 모든 것을 걸어 최선을 다했으나, 그들처럼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선수들이 대다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혁신위 권고의 취지와 방향은 우리나라 엘리트체육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통해 손흥민, 이강인 같은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길러질 수 있도록 하고, 설사 그 과정에서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기본적인 학교생활과 공부를 병행하여 새로운 진로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학교운동부의 경험이 경쟁과정의 낙오자라는 부정적 경험이 아닌,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고 발견하는 교육활동의 한 경험으로서 일생동안 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하는 체육인이라는 정체성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기사: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와 반대자들의 진실 담론]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병호님은 학교체육진흥회 체육인재육성회 위원입니다.


태그:#스포츠혁신위원회, #스포츠혁신, #혁신위 , #학교운동부 , #엘리트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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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와 학교체육, 그리고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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