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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9년 1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지역에 도움이 되는 나름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서 이번 학기 끝날 때까지 활동하는 것이 기말과제입니다"
 

우연히 듣게 된 교양과목 <지역사회와 서포터즈>의 강의 소개에서 나온 말이다. 이 수업은 말 그대로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서포터즈 활동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다. 사실 이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의문이 있었다.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지역은 알고 있는데 서포터즈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과 서포터즈를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겼고,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인가를 '돕는' 행동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수업의 최종 과제인 지역사회 서포터즈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역을 어디로 정해서 활동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대학에 오고 종종 선/후배 친구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 때 내 고향 철원을 말하면 항상 "아 알아! 군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내가 살고 있는 철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군대로 유명한 최전방 지역이다.

하지만 철원에는 다양한 유적지도 많고, 재미난 축제도 있는데, 항상 시작과 끝은 철원=군대로 끝나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서 내 고향 철원을 소개하고, 스스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이 수업에 목적에 맞춰 '내 고향 소개하기'라는 활동을 하게 됐다.

철원을 소개하기 가장 좋은 활동이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철원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쉬운 방법을 고민했다. 철원 안보관광코스가 있듯이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 내용들을 설명해 주면 어떨까? 그렇게 다양한 장소를 주제를 정해서 관광할 수 있는 '나만의 관광코스 짜기'를 준비하게 됐다. 

이 활동을 준비하면서 우선 철원을 관광하기 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지식들을 정리했다. 제일 먼저 철원이 화산지대라는 것을 타지역 사람들이 알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 글을 통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철원은 화산지대이다. 이는 철원에 흐르고 있는 큰 강인 한탄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한탄강은 화산이 폭발하고 물이 흐르며 생겨난 강이다. 또한 이곳이 화산지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유는 현무암과 주상절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화산이 폭발하며 굳어서 생기는 현무암이 많이 발견된다. 또한 용암이 식어서 굳을 때 수축 현상으로 인해서 갈라져 틈이 생기고 그 곳에 물이 지나다니며 침식이 되어 주상절리가 발달했다.

또한 철원은 후삼국시대에 궁예가 태봉국의 도읍지로서 선정하였던 곳이다. 철원은 한탄강이 흘러 평야가 잘 발달하였기에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기에 적절한 장소였을 것이다. 현재에는 폭격에 의해 많이 파괴되기도 하고 DMZ 안에 있기에 확인하기 어렵지만 태봉국 도성의 성곽과 유적지 등 궁예에 관련된 곳이 남아있는 것을 보아 철원이 태봉국의 도읍지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봉국으로 정해져 도심이 있던 곳은 현재 구 철원 시가지로 전쟁에 의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며 사람은 거의 살고 있지 않은 곳이다. 이 구 철원 시가지에는 일제강점기에 사용한 건물과 6.25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철원은 화산지대로 한탄강이 흐르는 곳이며 후삼국시대에는 도읍지로도 선정되며. 평야가 잘 발달되어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하지만 철원은 북한과의 6.25 전쟁으로 휴전선이 생기며 북한과 가장 인접한 지역이 되었고,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기록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철원에는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생긴 유적지도 꽤 많이 있고, 이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도 몇 가지 남아 있다.

보다 자세하게, 최근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일단 직접 가보게 됐다. 그 중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아픔도 남겨진 두 장소에 대해 먼저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얼음창고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어느 일본인 식당 주인이 개인용으로 세운 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겨울에 산명호의 얼음을 채취하여 이곳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철에 각 업소에 판매하였던 곳이다. 현재는 6.25 전쟁에 의해 벽체 잔해만 남아있지만 얼음이 귀했던 그 당시에는 이 얼음창고에 의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얼음창고는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에 있는 건물로 등록문화제 24호이다. 과거 얼음보관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사진출처 = 철원군청 홈페이지
 얼음창고는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에 있는 건물로 등록문화제 24호이다. 과거 얼음보관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사진출처 = 철원군청 홈페이지
ⓒ 철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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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수도국지이다. 이는 구 철원 시가지 주민들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서 설치한 저수탱크 및 관리소 건물이다. 이곳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저수조와 정수장, 관리소통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1937년에 발행된 '철원읍지'에 의하면 당시의 급수 인구는 500가구에 2500명이었고, 1일 급수량은 1500㎥로 강원도 내 유일한 상수도 시설이었다고 한다. 이를 보며 철원에 흐르는 강을 잘 활용하였고 그 시대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발달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시대에서 유용하게 사용된 수도국지에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존재하고 있다. 바로 6.25 전쟁 때의 이야기이다. 한국전쟁 당시에 국군이 북진을 하자 북한 공산당은 북으로 달아나며 약 300여명에 달하는 반공인사를 수도국지로 이송하여 총살을 하거나 지하 6m의 저수탱크에 생매장을 하고 도주하였다고 한다. 아래의 사진은 수도국지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과 폭파된 흔적이 남아있다.
 
구 철원 시가지 주민들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서 설치한 저수탱크 및 관리소 건물인 수도국지의 모습. 총탄 자국과 폭파된 흔적이 남아있다.
 구 철원 시가지 주민들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서 설치한 저수탱크 및 관리소 건물인 수도국지의 모습. 총탄 자국과 폭파된 흔적이 남아있다.
ⓒ 황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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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철원에는 일제강점기 곡물검사소 철원 출장소로 활용되다가 해방 이후 공산당의 검찰청으로 사용됐던 '농산물 검사소', 치열한 전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가슴 아픈 장소 '백마고지', 분단된 현실 속 과거의 대립과 갈등을 엿볼 수 있는 '제2땅굴' 등이 있다.

이상의 소개를 바탕으로 나만의 철원 관광코스를 짜보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코스는 엑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코스이다. 래프팅을 하며 한탄강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으로 인해 남은 유적지를 구경할 수 있는 코스이다. 노동당사부터 백마고지, 제2땅굴 등 다양한 유적지를 볼 수 있다. 이 코스의 경우 다양한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코스는 여유로운 활동을 원한다면 추천하는 코스이다. 걷고 즐기며 느긋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

추천코스 1 : 액티비티
1) 자가용을 타고 오는 경우 : 고석정(10:00~11:30) - 점심식사(11:40:~1:00) - 코스모스십리길(1:10~2:00) - 승일교 및 승일공원(2:10~2:40) - 래프팅(3:00~5:00) - 저녁식사(5:20~6:30)
2) 시외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 :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9:30~9:50) - 고석정(10:00~11:30) - 점심식사(11:40:~1:00) - 코스모스십리길(1:10~2:00) - 승일교 및 승일공원(2:10~2:40) - 래프팅(3:10~5:00) - 저녁식사(5:20~6:30)

추천코스 2 : 유적지
1) 노동당사(9:00~9:30) - 수도국지(9:40~9:50) - 백마고지(10:00~11:00) - 얼음창고(11:10~11:20) - 농산물검사소(11:25~11:35) - 점심식사(12:00~1:00) - 월정리역(1:10~1:20) - 철원평화전망대 및 두루미관(1:30~2:30) - 제2땅굴(2:40~3:20) - 승리전망대(3:50~4:30) - 고석정(5:00~6:30) - 저녁식사(6:30~7:30)

추천코스 3 : 느긋하고 여유로운
1) 직탕폭포(10:00~10:10) - 한여울길 걷기(10:10~11:40) - 점심식사(11:50~1:00) - 고석정(1:10~2:40) - 코스모스십리길(2:50~3:40) - 승일교 및 승일공원(3:50~4:20) - 삼부연폭포(4:40~5:00) - 저녁식사(5:10~6:20)


이 활동을 하며 내 고향 철원을 다시 알게 된 느낌이 들었다. 20년 동안 철원이라는 곳에 살면서도 북한이랑 가까운 곳이고 6.25때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이와 관련된 유적지에 스스로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장소는 이미 다녀왔던 적이 있지만 수도국지와 농산물검사소는 처음 가본 곳이었다. 또한 이미 다녀왔었던 곳이라도 한 번 정도 밖에 가보지 못한 곳과 어릴 때 가고 안 가본 곳이 많았기에 새로운 기분이었다. 사실 철원에 사는 사람인데도 내 지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에 새삼 부끄럽기까지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적지들이 도로 옆에 있어 잘 보존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수도국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풀이나 나무들이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눈에 띄지 않았었다. 또한 유적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휑하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런 곳들을 휑하게 놔두기 보다는 주변을 조금 정리하고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울타리도 만들고 관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적지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철원 안보관광처럼 주제가 있는 새로운 관광코스를 만들어보는 나와 같은 활동도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고향 '철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태그:#지역사회, #철원, #지역사회 서포터즈, #지역을 배우다, #철원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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