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식약처가 지난 4월 압수한 불법유통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
 식약처가 지난 4월 압수한 불법유통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몸 좋게 해주는 약이야. 이거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도 받지."

전직 프로야구선수이자 유소년 야구교실의 운영자인 이아무개(35)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성분을 밝히지 않은 채 상습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 고등학교 2·3학년인 야구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아야 대학이나 프로야구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부추겼다. 선수들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야구선수로 크게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고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약물 주사를 맞았다. 그 약물은 불법 스테로이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는 3일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을 주사한 혐의로 유소년야구교실을 운영하던 이씨가 구속됐다고 밝혔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한 종류로 세포 속 단백을 빠르게 합성시켜 근육을 발달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장기 청소년에게 투여할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나 복통, 간수치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이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실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 10여개 품목과 투약 관련 기록물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강습비를 명목으로 1회당 300만원을 받고, 출처가 불분명한 약품들을 직접 학생들에게 주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간 1억6000만원에 이르는 이득도 챙겼다. 

보건당국의 눈길, 어떻게 피했나

식약처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불법의약품을 투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당 야구교실 소속 유소년 선수 7명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최종 결과가 나온 5명 가운데 2명은 아나볼릭스테로이드 및 호르몬제에 대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나머지 두 명에 대한 도핑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이씨는 해당 스테로이드가 몸 안에 머무르는 잔류기간을 계산한 후, 도핑 검사 시기를 피해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보건당국의 감시망을 피해왔다. 

보건당국이 관리하지 못할 만큼 스테로이드가 손쉽게 제조되거나 밀반입된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전문 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스테로이드 약품들은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해외에서 밀반입돼,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스테로이드는 헬스장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보디빌딩 선수들이 몸을 키우기 위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른 유소년 야구단에서도 해당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수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스테로이드, #불법 스테로이드, #도핑테스트, #도핑, #식약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