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 CJ ENM

  
제목만 놓고 보면 이 영화, 수위 높은 노출이 있을 법한 사극 드라마로 보인다. 남자 기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방도령>에 대한 첫인상이다. 분명 남녀 성애와 진한 욕망을 겨냥한 숱한 사극이 존재해 왔으니 말이다.

어릴 때 부모에게서 떨어지게 돼 기방에서 유년기를 보낸 허색(이준호)은 과거급제를 원하는 이모 난설(예지원)의 바람과 달리 풍류에 빠진 채 허송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그가 기방이 빚더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위기를 빠져나가고자 한다는 게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서사적으로 평이하고 갈등 구조 또한 흐릿한 이 영화는 초중반부터 본색을 드러낸다. 묵직한 주제나 탄탄한 장르적 쾌감보다는 가벼운 웃음을 제시하겠다는 것 말이다. 이모의 꾸중으로 기방 밖으로 나가게 된 허색이 우연히 걸인 행색을 한 육갑(최귀화)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말장난이 이어진다. 육갑과 허색, 그리고 중반부에 등장하는 해원(정소민)을 통해 영화는 코미디와 소소한 멜로적 특징을 담보해간다. 

어떤 작품성이나 영화적 완성도를 노렸다기보단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 그러니까 진지해야 할 상황을 살짝 비틀어 가볍게 제시한다거나 캐릭터의 무게감을 덜어둔 채 가벼운 대사를 던지게 하는 식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특정 장르를 표방한 게 아닌 유행하는 요소를 대거 가미한 일종의 기획영화라 할 수 있다. 

평면적 구성의 나열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B급 감성, 병맛 코드라 할지라도 우린 훌륭한 구성과 효과적인 전달력을 품은 작품들을 꽤 알고 있다. 다만 <기방도령>은 주요 갈등과 캐릭터 간 연결고리가 매우 헐겁다. 기발한 대사들, 예를 들면 JYP가 제작에 참여해서인지 해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태을미(太乙美)'라는 시를 통해 고백할 때 걸그룹 원더걸스 노래를 연상케 한다든지 하는 시도는 웃음을 주기 충분하다. 감독 스스로 자신의 전작을 평가절하하는 '셀프디스' 장면 역시 영화 팬들에겐 재밌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 CJ ENM

  
 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 CJ ENM

 
문제는 순간순간 빛나는 대사와 상황 설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들이 만나는 과정, 갈등에 빠지는 과정이 대부분 우연적 요소 혹은 즉흥성에 기대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재치 요소 역시 휘발적 웃음 정도를 유발하고 말 뿐이다. 물론 이 역시 상업영화의 미덕이 될 수 있다. 킬링타임용으로 순간순간 웃으며 관람하길 즐긴다면 <기방도령>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헐거운 구성과 떨어지는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각 신에서 배우들이 허투루 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모습이 느껴진다. 특히 우연히 등장한 뒤 결말까지 허색과 함께 하는 육갑 역의 최귀화는 최근 악역과 코믹 캐릭터를 오가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 중인데 <기방도령>에서도 꽤 신선한 병맛 코드를 몸소 보여준다. 아이돌 가수 출신 이준호 역시 안정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한다. 

수절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자 기생. 유교적 전통이 팽배하던 당시 조선 시대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일종의 여성 주체 사상을 영화는 담으려 했다. 시도는 좋았는데 해원과 난설 등 여성 캐릭터들이 주제의식만큼의 입체성을 갖고 있진 못하다. 남성 캐릭터가 그간 대상화 됐던 여성 캐릭터처럼 이번 영화에서 대상화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척' 할 뿐이다. 이런 착시효과가 외려 주제의식을 흐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 줄 평: 병맛 재미와 영화적 개연성 사이에서 길을 잃다
평점 : ★★☆(2.5/5)

 
영화 <기방도령> 관련 정보

연출: 남대중
출연: 이준호, 최귀화, 정소민, 예지원, 공명
제공: CJ ENM
제작: 브레인샤워
공동제작: JYP엔터테인먼트
공동제공 및 배급: 판시네마
러닝타임: 110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7월 10일
 
기방도령 이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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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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