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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박재숙 도예가는 이 과정을 통해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박재숙 도예가는 이 과정을 통해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 박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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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도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으니 강산이 한번 하고도 또 반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그저 발랄하기만 했던 30대 중반의 아줌마는 신통방통한 손을 가진 40대 후반의 도예가로 변신했다. 

지난 3일 만난 박재숙 도예가의 작업실에는 10여 년 된 터줏대감부터 막 불기운을 쐬고 나온 신출내기까지 셀 수 없는 작품들이 도예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을 증명하고 있었다.

"직장을 관두고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도예 문화강좌 수업을 들은 것이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계기가 됐어요. 처음에는 시간이나 때우자는 심산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어 도예가란 직업까지 갖게 됐네요." 
 
박재숙 도예가는 자신의 작품에 이야기를 담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박재숙 도예가는 자신의 작품에 이야기를 담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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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할 것 없는 한 줌의 흙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박 도예가에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법을 깨우치게 했다고 한다. 흙과 불이 조화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자 마음속에 응어리진 욕심이 스스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자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길이 보였고, 덕분에 제2의 인생까지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일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취미를 넘어서자 재미는 곧 치열함으로 변했고 그다지 빠른 출발이 아닌 탓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난관도 있었지만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을 때 느끼는 강렬한 성취감은 더 큰 노력을 요구했고 이는 곧바로 실력과 연결됐다.

입문 3년 만인 지난 2009년 박 도예가는 제2회 황실공예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그 후 제41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특선, 제48회 대한민국 공예대전 장려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게 됐고, 2013년 KBS 개인 특별전을 비롯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차곡차곡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15년 고향인 충청남도 서산시에 토광요(서산시 한마음5로 69-1)란 도예 공방을 연 박 도예가는 새로운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문화적인 기반이 척박한 고향 땅에 청자와 백자의 중간에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분청사기의 진가를 알리겠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15년 고향인 서산시에 공방을 오픈한 박재숙 도예가는 생활자기를 통해 도예를 더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고향인 서산시에 공방을 오픈한 박재숙 도예가는 생활자기를 통해 도예를 더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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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기 위해 작품 세계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 박 도예가는 '작품=장식품'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생활자기에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근엄한 표정의 도자기도 중요하지만 마주했을 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수 있는 찻잔도 필요했다. 이런 생각 끝에 탄생한 '거북무늬 다기세트'는 심사위원들과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박 도예가의 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과 마주했을 때의 희열은 지나온 시간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한다.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과 마주했을 때의 희열은 지나온 시간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한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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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 토광 장동국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 도예가는 더 많은 수련의 시간을 가진 후 명장과 무형문화재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박 도예가는 "사람들과 도자기에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나만의 이야기가 묻어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것, 참으로 멋진 일 아닌가요?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입니다. 많은 분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태그:#박재숙, #도예, #토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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