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춘희 세종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 세종시

관련사진보기

 
세종시의 한 마을이 파리 떼로 뒤덮혔다. 세종시는 "방역을 실시, 90% 정도 개체 수가 줄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늑장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세종시(시장 이춘희) 장군면 인근 한 마을. 이곳 주민들이 마을에서 '악취가 난다'고 세종시에 민원이 제기한 때는 지난 6월 중순. 하지만 세종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냄새만이 아니라 파리 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리는 빠르게 늘어나 6월 말경에는 그야말로 극성을 부렸다. 지난 8일 이곳 주민은 <오마이뉴스>에 고통을 호소했다.

"밥 먹기가 어려웠어요. 밥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서 뚜껑을 열면 금세 파리가 (음식 속으로) 빠져요.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물건을 닦아도 금방 파리 떼가 앉아 더덕더덕 더러워지니까 또 닦고 또 닦고… 밤새 파리가 내려앉아 몸이 근질거려 잠을 못 잤다니까요."

이 주민은 "지난달 26일, 세종시에 '파리 때문에 난리'라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세종시에 민원을 넣었더니 거기가 어디냐, 면사무소에 얘기해라, 면사무소에 갔더니 보건소로 가봐라, 보건소에서는 세종시에 얘기해라... 빙빙 돌리기만 하대요. 나중에 보니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는 사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죠."

인근 식당 몇 곳은 견디다 못해 임시 휴업했다. 근처 펜션 주인들도 울상이다. 

"음식 먹으러 왔다가 파리 떼를 보고 놀라 되돌아가요. 밥 먹고 나서도 밥값 못 내겠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주차장에 손님들이 잠깐 차를 세웠는데 차 유리가 온통 파리똥으로..."

파리 떼가 들끓은 원인은 인근 밤나무 농장에서 지난 5월 말 살포한 액체 비료로 확인됐다. 밤 농장 주인은 5월 말부터 모두 8차례에 걸쳐 액상 비료를 뿌렸다.

세종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만든 액상 비료가 숙성이 덜 된 불량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불량 퇴비 안에 유충 상태로 있다가 기온이 높아지자 한꺼번에 파리 성체로 번식한 것으로 보고 액상 비료 구입처와 토양 검사 등 세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

1차 원인이 밤 농장이긴 하지만 세종시의 부실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 또한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일 세종시가 뒤늦게 방역작업에 나섰지만 농장 규모가 5만 8000제곱미터에 달하는데 방역 인원은 8명이 전부였다.

피해가 커지자 세종시는 방역 전문 인력과 의병소방대·자율방재단 등 98명을 투입, 밤 농장을 중심으로 지난 7일까지 3차례 방역작업을 벌였다. 8일에는 땅속 유충을 박멸하기 위해 주요 서식지를 파헤치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집중 방역 결과, 개체 수가 애초보다 80~90% 정도 현격히 줄었다"며 "방역에 집중해 더는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 주민은 "악취가 나는데도 불량 비료를 뿌린 농장주도 문제지만 부실 대응으로 일을 키운 세종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 난리를 겪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9일에도 집중 방역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태그:#세종시, #파리떼, #불량퇴비, #액체비료, #방역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