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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생활을 내 삶의 중심으로 잡고 살아온 지 26년이 되었다.

딸들 모두가 내 곁을 떠나고 나니 허전함이 밀려왔다. 그즈음 시작하게 된 차 생활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길을 걷도록 유도했으며 방황하던 마음에 한 줄기 빛으로 찾아왔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덕적 가치와 풍류, 멋에 매료되었고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 만의 공간
▲ 차실 나 만의 공간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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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여가 시간이면 남편과 차를 마신다. 계절에 맞은 야생화 한송이 꽂아 놓고 말없이 마시는 차, 다관에 찻물 따르는 소리가 곧 명상이다. 마음에 일어나는 소란함도 노란 미움도 차 한잔으로 다 녹아져 내린다.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깨워 준다.

"차를 마시는 이유는 첫째 건강에 이롭고, 둘째 사색 공간을 넓혀주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며, 셋째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때문이다. 차는 물질적 개념과 정신적 개념이 있는데 정신적인 차는 법도에 맞는 차 생활을 통하여 고요하고 지극한 경지에 이르러 묘 경을 터득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말한다."

차를 공부할 때 배운 내용이다. 그 내용들이 내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차 생활은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낀다. 매화가 피면 한 송이 찻잔에 띄워 마시는 운치,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쳐 차와 함께 하는 낭만도 느낀다. 가을이 오면 예쁜 단풍과 빨간 열매 들도 찻자리에 들인다. 가을을 다 담는다.

차는 종합 예술이다. 역사와, 문학, 의복, 음식, 음악, 그림, 자수, 도자기. 모든 게 포함된다. 봄이면 차 밭에 가서 차도 만들고 차문화 답사도 간다. 차 생활에 필요한 소품들이 많아 자수 놓아 손수 만든다. 나는 또 광목을 염색해 수놓아 만들어 입는 치마를 즐겨 입는다. 차생활에 필요한 호기심과 창의력이 나를 성장하도록 도와줬다.

매년 6월이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티 월드가 주관하는 차 박람회가 열린다.
항상 가는 박람회지만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차와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고 많은 정보도 접할 수 있고 필요한 것이 많아 너무 좋다.
  
코액스애서 만나 차 도구
▲ 새로운 차 도구 코액스애서 만나 차 도구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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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가 시작하는 날 새벽 6시, 전북 군산에서 서울을 올라가 터미널 분수대 옆에서 차를 함께 하는 다우들을 만났다. 코엑스에 도착하니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롭다. 날로 발전하는 새로운 차 도구 소품들, 차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매년 새롭다. 맛있는 차를 다양하게 시음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중국에 차 밭을 가지고 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며 국내 차 야생 차 산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참석해 차 명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차인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사지 말자 하여도 멋지고 새로운 다구를 보면 유혹을 멀리 하기가 힘이 든다. 무소유를 말씀하신 법정 스님도 "새롭고 마음에 드는 다구를 보면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차 좋아하는 분들은 다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다 살 수는 없지만 좋은 걸 마음껏 볼 수 있는 안복을 누린다.
 
다구를 감상하시는 회장님
▲ 회장님 다구를 감상하시는 회장님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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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의 88세 되신 회장님! 아주 예쁜 백자 차도구를 보시고 감탄하신다. "내 나이 90을 바라보는데 저걸 사면 얼마나 사용을 할까" 망설이신다. "참 예쁘고 고고한 모양이네요" 한마디씩 하자 "하루를 마셔도 좋아하는 다구에 차를 마셔야지" 하신다. 결단력과 돈을 값있게 쓸 줄 아는 멋진 분, 우리를 만나면 항상 맛있는 것 다 사주시고 선물도 잊지 않으신다. 같이 공감하고 즐기고 친구 같은 분, 사람은 나이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분을 보면 공부가 된다.

무대에서 하는 행사도 여러 차 단체에서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의상, 차 우리는 모습, 차 하는 모든 분들의 정보를 공유할 수가 있어 반갑다. 잠깐 쉬면서 생각을 한다.  차를 하는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즐기고 사는 모습을 보노라면 에너지가 넘친다. 엄마와 아내가 아닌 자아실현이 이루어질 때 또 다른 삶에 정체성을 만난다.

차는 노년을 잘 준비할 수가 있다. 우울감도 사라진다. 나이 들면 찾아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자녀들 집도 며칠뿐이다. 외롭지 않게 공부하고 명상하고 차 마시며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차를 만나고 살아온 시간들이 행복이었다. 차는 삶의 끝자락까지 친구로 동반자로 함께 할 것이다.

태그:# 차 생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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