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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리 마을을 지나가는 송전탑
 청수리 마을을 지나가는 송전탑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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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익산) 노선 설계도가 공개되면서 추가 민원이 속속 나오고 있다. 100여 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충남 청양군 청수리 마을이 요즘 술렁이고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며 마을을 반으로 갈라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3일 기자는 청양군 청수리 마을을 방문했다. 박형민 청수리 이장은 "설마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민 피해가 있으니 당연히 마을 외곽으로 노선이 설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 회사 측에 마을의 피해 상황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성토가 아닌 교각으로 공사를 진행할 것, 노선을 마을에서 멀리 설계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송전탑에 고속도로까지? 집단 이주해야 할 상황"

이미 청수리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고통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청수리 마을 한가운데에는 송전탑이 우뚝 솟아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983년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왔다. 송전탑은 보령화력에서 나오는 전기를 송전하고 있다.

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마을에 암 환자가 늘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청수리 마을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철탑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90세 이상의 장수 노인도 많았다. 하지만 송전 철탑이 세워진 이후 암으로 사망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이용성(59)씨는 "철탑이 들어오기 전에는 꽤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철탑이 들어선 이후, 60세 전에 암으로 죽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고압 철탑을 참고 사는 것도 화가 나는데, 고속도로 건설로 마을이 양분된다. 죽으라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최병화(78)씨도 "철탑 아래에서 일하면 전기가 조금씩 온다"며 "전기가 오는 것처럼 몸이 짜릿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이슬이라도 조금 있거나 안개 낀 날은 유난히 더 심하다"고 귀띔했다.

서부내륙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청수리는 송전탑 피해에 이어 농경지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는 10미터 이상의 토성 형태로 청수리 마을을 관통한다. 골짜기 마을의 특성상 청수리는 바람이 자주 분다. 이 바람이 고속도로 제방에 부딪칠 경우 강력한 '돌풍'으로 돌변할 수 있다.

"골짜기 마을에 토성 형태의 고속도로? 농사짓지 말라는 소리"

이용성씨는 "토성을 쌓으면 주변의 농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풍이나 바람이 불면 고속도로 제방(둑)과 부딪혀서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돌풍으로 비닐하우스가 순식간에 붕괴되기도 한다"며 "실제로 이웃에 정수리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만들고 제방을 쌓았는데, 제방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돌풍으로 해마다 비닐하우스가 주저앉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설하우스뿐 아니라 밭작물이나 벼도 바람에 취약하다. 바람 피해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토성 형태의 도로로 인한 응달도 작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마디로 농사를 짓지 말라는 뜻이다"라고 성토했다.

박형민 이장은 "제방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바람은 위에 누르거나, 들어 올리는 힘을 발휘한다"며 "비닐하우스 정도는 순식간에 주저앉히거나 들어 올릴 수 있다. 송전탑에 고속도로까지 생기면 우리 마을은 주민 전체가 이주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부내륙고속도로의 실시계약 승인권을 지닌 국토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추가 설계나 노선변경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마을 초입부터 뻗어 있는 송전탑. 송전탑이 민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마을 초입부터 뻗어 있는 송전탑. 송전탑이 민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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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송전탑 , #마을 주민 , #청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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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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